카카오페이 논란 재현?…주가 뛰자 자사주 판 한일시멘트, 12% 폭락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2.01.0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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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25일 오후 서울시내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운반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이날 화물연대 파업으로 국내 시멘트 생산공장 및 유통기지의 출하량이 평소 대비 20%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2021.11.25.[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25일 오후 서울시내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운반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이날 화물연대 파업으로 국내 시멘트 생산공장 및 유통기지의 출하량이 평소 대비 20%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2021.11.25.


한일시멘트 (13,250원 ▼100 -0.75%)가 자사주 매각 소식에 12% 급락하고 있다. 상장사가 자사주를 현금화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지만 시멘트 가격 인상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고점을 노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카카오페이 (55,000원 ▼600 -1.08%)의 경영진 지분 매각처럼 소액주주들의 센티멘트(투자심리)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것이다.



7일 오전 11시 현재 한일시멘트는 전날보다 12.65% 떨어진 2만2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일시멘트는 전날 장후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자사주 257만8100주(지분 3.7%)를 전량 매도한다고 공시했다. 처분 기간은 이날부터 2월4일까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한일시멘트 자사주 매각분 중 일부가 블록딜로 나왔다. 매각 가격은 2만3900원으로 전날 종가 대비 약 6.9% 할인된 가격이다.



한일시멘트는 2020년 8월 에이치엘케이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면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로부터 25만7810주를 매수했다. 이어 지난해 9월 액면분할하면서 주식수가 257만8100주로 늘어났다. 당시 매수가격은 8만3859원이었다. 액면분할한 주가로 환산하면 8400원가량으로 약 3배의 시세 차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자사주 처분에 절차적인 문제는 없다. 한일시멘트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따라 자사주를 매수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자본 차감항목인 자기주식의 현금화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유동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최근 주가가 급등하자마자 자사주 매각에 나선 점이 지적받고 있다.


한일시멘트 주가는 액면분할 후 재상장 당일인 지난 9월 13일 2만1700원에서 한달만에 1만50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2만6000원까지 상승했다. 2월부터 시멘트업계가 가격을 인상 한다는 소식에 지난 5일에만 주가가 17.38%가 급등한 덕분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처분 시한이 임박한 것도 아닌데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하자 자사주 매각에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보긴 힘든 결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직접 투자 붐으로 소액주주가 늘어난 반면 카카오페이의 경영진 주식 매각 등 기업들이 주주가치에 대해서는 깊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상장하자마자 경영진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 주가가 추락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현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차기 대표 등 임원 8명은 지난해 12월 10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으로 취득한 주식 44만여주를 처분했다. 상장한 지 한 달여 만에 90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현재 15만6000원으로 경영진 매각 전 주가(20만8500원) 대비 한달만에 25.2%가 떨어졌다.

결국 류 대표는 지난 4일 "저를 비롯한 경영진들의 스톡옵션 행사와 매도로 인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셨을 모든 분들께 송구하다"며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사과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 본부장은 "한일시멘트, 카카오페이 등은 법적으로 세세하게 규제할 수는 없는 사안들"이라며 "기관투자자 역시 대주주 관련 회사에 매출 몰아주기 등 기업 펀더멘털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스튜어드십 코드로 개입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경우는 '앞으로 하지 마라'고 경고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주주가치에 신경을 쓰지 않는 회사에는 투자를 제한하는 시장의 논리 외에 추가적인 조치는 어려운 사항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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