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고 유동성 줄어도...벤처 투자열기 식지 않는다"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22.0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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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人사이드]김창규 KTB네트워크 대표 "반짝 벤처 '붐' 아냐…산업전환기, 신산업 투자는 당연한 흐름"

김창규 KTB네트워크 대표 인터뷰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김창규 KTB네트워크 대표 인터뷰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흡수되면 벤처투자시장도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죠. 그러나 2000년대 초반처럼 시장이 급속도로 주저앉거나 거품이 터지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디지털 전환 분야의 유망 섹터들의 활성화는 계속될테니까요."

김창규 KTB네트워크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도 벤처투자 열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 같이 전망했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시장은 3분기 누적 투자금이 역대 최초로 5조원을 돌파하는 등 2000년대 초반에 이어 '제2 벤처붐'이라고 불릴만큼 역대급 호황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 각국이 코로나19(COVID-19)로 풀린 유동성 흡수를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투자 열기가 가라앉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 "현재 벤처투자 시장을 '붐'으로 표현하는데 용어부터 틀렸다"며 "갑작스럽거나 일시적인 '붐'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스타트업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현재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는 "2000년대 초 IT 전환기에도 이커머스, 게임 등 신산업에서 벤처기업들이 나타나 지금은 대기업이 됐다"고 강조했다.

첫번째 벤처붐이 '닷컴버블'로 이어지면서 급락했던 데 대해서는 "기준없이 투자를 하다보니 도산하는 기업 수가 많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기업이나 기술에 대한 정보가 불투명했고 투자자들도 기준없이 투자해 잘못된 투자가 이뤄졌을 뿐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유동성 흡수로 정부 모태펀드 규모가 줄어든다거나 금리인상으로 일시적인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투자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KTB네트워크 대표 인터뷰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김창규 KTB네트워크 대표 인터뷰 /사진=성남(경기)=이기범 기자 leekb@
김 대표가 벤처투자 시장의 지속성을 확신하는 것은 26년이 넘는 VC 경력에서 나온다. IT 전환기와 현재의 4차 산업혁명까지 시장을 가까이에서 봐온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그가 1994년부터 몸담아온 KTB네트워크는 1987년부터 펀드를 운용한 1세대 대형 VC사다. 한해 2810억원에 이르는 스케일업 펀드를 조성해 2021년 한국벤처투자 '코리아VC 어워드'에서 최우수 운용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12월에는 코스닥 상장까지 성공시키면서 제2의 도약을 예고했다.

특히 자기자본(PI) 투자비율 증가와 해외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상장도 이를 위한 실탄 마련을 위해 추진됐다. 김 대표는 "현재 15%인 PI 투자비율을 20%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투자'를 강화하는 동시에 현재 스타트업과 벤처투자 시장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자신감의 방증이다.

글로벌 투자도 확대해 현재 32%인 해외투자 비중을 40%까지 늘리기로 했다. 최근 눈여겨보는 시장은 인도와 인도네시아다. 김 대표는 "소비시장 규모가 거대하고 아직 인터넷 보급률이 낮아 앞으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서 유니콘 기업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주력 투자부문은 시리즈 A, B단계 이후의 스케일업 기업이라고 말했다. 산업영역은 바이오, ICT·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특히 디센트럴라이징(탈중앙화)에 기반을 두고 있는 웹3.0에 관심이 간다"며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대체불가토큰) 분야를 강화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 대표에게 선배 VC로서 후배 VC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냐고 물었다. 김 대표는 "조바심을 내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만 해도 VC가 몇 군데 없다보니 스스로 공부하고 미래 유망산업 영역을 발굴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조바심을 내면서 주변 추세에 이끌려 투자하려는 경우가 보이는데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투자유치를 앞둔 스타트업 대표에게도 여유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김 대표는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데 집착한 나머지, 투자단계에서 무조건 기업가치를 높게 설정하려는 창업자들이 있다"며 "문제는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음 투자단계에서 기업가치를 낮춰야하거나 더이상 투자를 유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소탐대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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