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나도 팔아야지"…오스템임플란트 담은 106개 펀드의 눈물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2022.01.06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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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나도 팔아야지"…오스템임플란트 담은 106개 펀드의 눈물


오스템임플란트의 1880억원 횡령 사건 불똥이 펀드 업계까지 튀었다. 기업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지만 사상 초유의 사태로 거래가 정지되면서 손쓸 수 없는 상황이다.

오스템임플란트를 펀드에 편입하고 있는 자산운용사의 향후 대응 방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일부 운용사는 거래가 재개되면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매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오스템임플란트 (1,900,000원 0.00%)를 담은 국내 펀드는 총 106개다. 시가총액 2조306원(코스닥 21위), 세계 임플란트 시장 5위이자 국내에선 독보적인 1위인 기업이기 때문에 적잖은 펀드가 이 종목을 편입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중 오스템임플란트 비중이 가장 큰 펀드는 '미래에셋TIGER의료기기' ETF다. 이 ETF에서 오스템임플란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7.65%다. '미래에셋TIGER코스닥150바이오테크'와 '삼성KODEX모멘텀PLUS'도 각각 3.85%, 3.31% 편입했다.



앞서 오스템임플란트는 자금관리 직원 이모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횡령 금액은 1880억원 규모로 이 회사 자기자본의 91.81%에 해당한다.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하면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권매매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역대급 횡령 사건에 '거래정지'…업계 "지켜볼 수밖에"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4일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2022.01.0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4일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2022.01.04.

오스템임플란트는 국내 임플란트 시장에서 독보적 1위, 세계 시장에서도 점유율 5위인 만큼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2022년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원년"이라며 "주력시장인 중국 실적이 견조하고 직접 영업 전환에 따라 유럽 지역에서도 실적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실적도 탄탄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1% 증가한 8148억원, 영업이익은 134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해외 수출이 외형 성장을 이끌면서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한 9506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역대급 횡령 사건이 터지자 골칫덩어리가 됐다. 지난 3일 거래가 정지됐기 때문에 현재로선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특히 ETF의 경우 추종하는 지수 구성이 변경돼야 하는데 이 부분은 지수사업자의 영역이라 거래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손쓰기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두가 거래소를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래정지 상태라 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령 뺄 수 있다고 해도 그 순간 손실 확정이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스템임플란트는 시총 2조원이 넘는 큰 회사이기에 (펀드 구성종목으로) 다 조금씩은 담고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어디에 몇 퍼센트가 있는지 파악만 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ETF는 패시브로 따라가는 거라 지수 구성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건 자산운용사가 아닌 지수사업자가 하는 일"이라며 "지수 변경 시기나 구성 기준 등도 지수별, 사업자별로 다르기 때문에 현재로선 예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엇갈린 대응…"투자 가능성 유효" vs. "거래 재개시 매도"
기존 액티브 펀드 등에 오스템임플란트를 담고 있는 자산운용사의 대응 방안은 엇갈린다. 중장기 투자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향후 리스크를 고려해 거래 재개시 매도하겠다는 강경 입장도 존재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규모 횡령에 대한 감시 시스템 미비에 따른 리스크는 회사의 개선 조치를 감안해 밸류에이션에 반영하겠으나 현재 임플란트 수출 지표와 영업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중장기 투자포인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별 기업의 중장기 기업가치 변화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운용 전략을 유지하는 입장"이라며 "오스템임플란트의 직원 횡령 사건은 결과를 예단하거나 선제적인 베팅을 하기에 아직 이르다"고 진단했다.

반면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 측에선 개인 일탈 문제로 보고 있긴 하지만 이를 감시·통제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기업이 시총도 작지 않고 성장성도 크다고 생각해 투자했지만 관련 리스크 해소 전까지는 투자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며 "거래가 재개되면 손실을 보더라도 매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하나은행은 이날 오스템임플란트가 편입된 '삼성코스닥1501.5배레버리지증권[주식-파생형]CE펀드' 상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편입 비중은 1% 미만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작년 말 종가 기준으로 기준가를 산정하다보니 거래 재개시 하락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되면 고객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돼 신규 유입을 막아 선제적으로 고객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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