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과 무대 올라온 로봇개…"넌 좋은 동료" 곧 현실이 된다[CES+]

[CES 2022]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전자·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2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석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함께 연단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스1

"로봇은 유년시절의 영웅들이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꿈이 아닌 현실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로봇을 활용한 새로운 모빌리티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해 유년시절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던, 자유롭게 이동하는 로봇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정 회장은 4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다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궁극적으로 제한 없는 사물모빌리티(MoT)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며 로봇이 이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서비스 로봇 '스팟'과 함께 등장했다. 노란색 개처럼 생긴 로봇 스팟은 정 회장 옆에서 사족보행을 하며 무대 위로 나왔다. 현장에 스팟이 등장하자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나왔고, 정 회장은 무대 위로 함께 걸어나온 스팟에게 "스팟, 고마웠다. 너는 좋은 동료다"는 말을 건넸다. 그러자 스팟은 다시 갈채를 받으며 무대 뒤로 걸어나갔다.

왼쪽부터 울리히 오만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인공지능(AI) 부문 부사장, 송창현 TaaS 사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마크 레이버트 보스턴다이내믹스 회장, 현동진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 사장. /사진=정한결 기자.

정 회장은 이후 로봇에 관심을 가진 이유에 대해 "로봇은 우리 유년시절 꿈의 전설이자, 진정한 동료"라며 "나는 어린 시절 그들을 사랑했고, 마음만은 아직 어린 지금도 사랑한다"고 밝혔다. 이어 "로보틱스는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라며 "현대차는 로보틱스의 힘으로 위대한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를 제공하는 기업으로서 로봇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모빌리티와 로보틱스는 자연스레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로, 모빌리티의 발전이 로보틱스의 발전을 이끌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향후 우리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며 "로보틱스와 결합시 지금은 상상조차 어려운 방향으로 우리가 이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정한결 기자.

이날 현장에서는 마크 레이버트 보스턴다이내믹스 회장과 현동진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 상무, 송창현 TaaS 사장, 울리히 오만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인공지능(AI) 부문 부사장도 참석해 미래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메타버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에 나섰다.

현 상무는 이날 행사서 최초로 공개된 플러그 앤 드라이브 모듈(PnD 모듈)로 인해 현재 우리가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nD 모듈은 인휠모터·스티어링·서스펜션·브레이크 시스템 및 환경인지 센서를 하나로 결합한 일체형 모빌리티다.

라이다와 카메라 센서를 바탕으로 지능형 스티어링·주행·제동이 가능하며, 연속 360도 회전 등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작은 테이블을 비롯해 커다란 컨테이너까지 범위의 제한이 없이 어디에든 부착해 이동성을 부여한다. 이날 현장에서는 PnD 모듈이 장착된 병원이 환자를 찾아 이동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현 사장은 "로보틱스는 다른 모빌리타 분야를 바꾸는 핵심 기술"이라며 "PnD 모듈은 대중교통을 개별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이버트 회장은 "현대차 그룹과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인간과 로봇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함께 일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며 "지금은 로봇이 반복적인 단순 작업만 수행하지만 미래에는 더 지능적이고 활용도가 높으며 생산성에 기여하는 안전한 로봇들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동식 병원이 환자를 찾아가는 모습. /사진=정한결 기자.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과 함께 우주에서 스팟을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협업 중이다. 이날 회견장서 공개된 영상에서는 스팟을 이용한 메타버스 화성탐험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영상에는 사용자들이 지구에서 '화성' 메타버스에 접속하면, 화성에 실제 위치한 스팟이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며 화성을 간접체험하는 내용이 담겼다.

송 사장도 "오늘날의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와의 접점이 없다"며 "로봇이 우리의 물리적 아바타가 되면 새로운 레벨의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메타버스를 스마트공장 운영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실제와 같은 공장을 메타버스에 구축한 뒤 로봇을 포함한 모든 기기와 장비들을 이와 밀접하게 연결시키는 방식이다. 해외 공장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국내에서 가상 공간에 접속해 문제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실제 공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로봇 지시를 통해 원격 해결도 가능하다.



오만 MS 부사장은 "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보는 것들과 상상하던 것들을 융합하면서 새로운 소비공간과 산업이 디지털 세상에 구현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