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이어 英런던도 꺾였다…'오미크론'발 봉쇄 없어도 되나?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2.01.05 12:06
글자크기
[런던=AP/뉴시스]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쓴 쇼핑객들이 옥스퍼드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영국은 오미크론 변이 급증에도 연내 연방 차원의 추가 방역 조치를 시행하지 않지만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등 자치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모임 인원 제한 등의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2021.12.28.[런던=AP/뉴시스]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쓴 쇼핑객들이 옥스퍼드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영국은 오미크론 변이 급증에도 연내 연방 차원의 추가 방역 조치를 시행하지 않지만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등 자치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모임 인원 제한 등의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2021.12.28.


영국 수도 런던에서 오미크론이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단 분석이 나왔다. 영국 런던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미크론 진원지 하우텡주 다음으로 급속히 오미크론이 확산했다는 점에서,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감소 추세에 접어들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런던 내 감염, 지난달 정점 대비 20%가량 감소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런던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수는 2만1527명으로 최근 정점인 지난달 22일(2만8000명) 대비 5분의 1가량 줄었다. 특히 오미크론 감염세를 주도했던 20~34세에선 3분의 1가량 줄어들었다.



FT는 "영국 과학자들과 보건 관계자들은 런던에서 오미크론 유행이 잦아들기 시작했다는 잠재적인 징후를 반기면서,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추가적인 봉쇄 조치 없이 오미크론 파동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감염병 학자인 닐 퍼거슨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교수는 이날 BBC에 "런던에서 오미크론 전염이 많이 발생했던 18~50세 연령대의 감염률이 정체됐다는(확진자 곡선이 평평하게 됐다는) 점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빨리 퍼져 (감염자 수가) 이토록 높은 숫자에 도달했기 때문에 이런 수치가 영원히 유지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다음주 확진자가 줄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확진자가 워낙 많아 앞으로 몇 주간은 의료 체계에 힘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팀 스펙터 킹스칼리지 런던 유전역학 교수는 "남아공에서도 오미크론 감소를 보였으므로 (런던의 지금 감소가)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그는 "크리스마스 전 감염자 수치가 정점에 이르면서 크리스마스 때 사람들이 조심한 것도 최근 감소의 이유가 된다"면서도 "델타보다 빨리 감소세로 접어든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첫 오미크론 감염 사례는 지난해 11월 27일 나왔다.

[글래스고=AP/뉴시스] 29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햄든 파크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서 한 여성이 부스터 샷을 맞으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영국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18만3037명 발생해 전날의 12만9471명보다 약 5만 명이 늘어 역대 최대치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2021.12.30.[글래스고=AP/뉴시스] 29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햄든 파크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서 한 여성이 부스터 샷을 맞으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영국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18만3037명 발생해 전날의 12만9471명보다 약 5만 명이 늘어 역대 최대치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2021.12.30.
NHS 관련 기관들로 구성된 단체 'NHS 프로바이더스'의 크리스 홉슨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런던에서 '보다 고무적인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런던의 코로나19 입원 자료가 매우 중요하다. 오미크론 정점에 먼저 진입했으므로 가장 먼저 헤쳐 나올 것이기 때문"이라며 지난 며칠 사이 런던의 '일일 코로나19 입원 증가율'이 낮은 한자릿수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말부터 올해 1월 2일까지의 한 주간 런던의 일일 코로나19 입원 증가율은 18%에 달했다. 런던은 영국 내에서도 오미크론이 가장 먼저, 빨리 번진 곳이다. 같은 기간 잉글랜드 다른 지역의 일일 입원 증가율은 무려 85%였으며 잉글랜드 북동부가 상대적으로 더 심했다.

그러나 다른 의견을 낸 전문가도 있다. 영국 정부 최고과학자문관인 패트릭 발란스 경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런던에서 꼭지를 찍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젊은 층에서는 감염이 정체됐지만, 85세 이상 초고령층의 코로나19 입원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감염자 1%가 인공호흡기 달아…"1년 전 10%보단 낮다"
FT는 오미크론 변이의 '독성'이 다른 변이 대비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런던에서 현재 코로나19로 입원해있는 환자의 수는 4000명이 넘는다. 이 중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사람의 숫자는 245명인데, 이는 2주 전 감염자 전체 사례의 1%에 해당한다. 경증이나 무증상을 제외하고, 코로나19에 감염된 지 보통 15일 이내 중증으로 악화될 수 있어 2주 간격으로 추적한 것이다.

2020~2021년 겨울 이맘때에는 814명이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고, 2주 전 감염자 전체 사례의 10%에 해당했다고 FT는 지적했다.

하루 20만명 넘었지만…정부 "추가 규제 없다"
한편 이날 영국 전체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20만명이 넘고 병원엔 비상이 걸렸지만 정부는 방역규제를 강화하지 않고 이번 사태를 넘겨 보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영국의 이날 신규 확진자는 21만8천724명으로, 처음으로 20만명이 넘었다.

이와 관련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추가 봉쇄를 하지 않고 오미크론 변이 유행을 넘어갈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 다음 날 각료회의에서 현재 방역규제 유지를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잉글랜드 지역은 실내 마스크 착용, 재택근무 권고, 대형 행사장 등 백신패스 등의 '플랜B'를 도입한 상태다.

앞서 3일 나딤 자하위 영국 교육장관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런던에서 감염률이 아직 내려가는 건 아니어도 정체되고 있다고 보여지는 매우 좋은 데이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50대 이상 감염자 발생을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현재로선 방역 추가 강화 필요성을 시사하는 데이터가 없다고 강조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