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광동 ESG 경영 속도...'약점 많은' 다른 제약사는 주춤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2.01.04 16:47
글자크기
유한·광동 ESG 경영 속도...'약점 많은' 다른 제약사는 주춤


유한양행과 광동제약 등 일부 제약·바이오 업체가 관련 조직을 강화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다수의 다른 제약업체들은 '리베이트' 등 기존 관행과 오너 일가 중심의 승계 구조탓에 다른 산업군에 비해 ESG 경영 동참이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와 달리 글로벌 제약사들은 ESG 중 환경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 (6,680원 ▼180 -2.62%)은 올 1월1일부로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EO) 직책을 신설했다. 박상영 부사장이 CSEO로 임명됐다. 박 부사장은 CSEO와 함께 커뮤니케이션실 소관인 언론, 법무, 감사업무를 겸직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CSEO 직책을 신설한 것은 광동제약이 최초다. 주로 연구개발(R&D)이나 영업에 회사의 역량이 집중되기 때문에 다른 제조업과 비교했을 때 안전이나 환경에 대한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되지 않는 편이다.



유한양행도 올해 들어 ESG 경영실을 신설해 사장 직속으로 배치했다.

그간 상대적으로 ESG 경영 도입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제약·바이오 업계에 ESG에서 점차 성과가 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2021년 ESG 평가에서 한미사이언스 (32,900원 ▼1,000 -2.95%), 한미약품 (300,000원 ▼6,000 -1.96%), 일동홀딩스 (8,400원 ▼210 -2.44%), 일동제약 (14,490원 ▼410 -2.75%), 동아쏘시오홀딩스 (114,500원 ▲1,700 +1.51%), 동아에스티 (65,800원 ▼1,100 -1.64%), 한독 (12,890원 ▼360 -2.72%), 종근당 (100,000원 ▲400 +0.40%), 삼성바이오로직스 (786,000원 ▼7,000 -0.88%) 등 9곳이 A등급을 받았다. ESG등급은 총 7개(S, A+, A, B+, B, C, D)다. 전년도에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한미약품과 일동제약 두 회사만 A 등급을 받았다.

산업의 구조적인 특성 때문에 ESG 도입이 늦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업계에서는 의약품 처방 확대를 위해 영업사원들이 의사에 리베이트를 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졌다. 지난해에도 몇몇 제약사들이 과거 리베이트 사례로 행정처분을 받았다.


리베이트는 적발 이후 관련 형사판결이 선고된 이후에야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업체들은 리베이트 제공 시점으로부터 수 년이 지난 후에야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한 이후 업계의 문화가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1년에 다수의 기업들이 과거의 리베이트 사례로 판매정지나 과징금 등의 처분을 받고 있다.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확보하면 오랜 기간 안정적인 매출을 낼 수 있어 납품업체 등과 장기 거래 관계가 형성된다는 특징도 있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 갑질 등 문제가 생겼다. 납품업체와의 관계를 악용해 신풍제약 (12,960원 ▼360 -2.70%)은 의약품 원료사와 허위로 거래하고 원료 단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25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기업 지배구조는 대부분 오너 일가 중심으로 승계돼왔다. 이 과정에서 내부 거래 등의 문제도 있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ESG 중 환경에 집중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는 미국과 캐나다 사업장에 100% 재생가능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암젠은 2027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25년까지, 다케다는 2040년까지 '제로카본'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업계 특성 때문에 ESG 경영 도입이 늦었고 사회적으로도 제약·바이오 업계가 ESG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인식돼왔다"면서 "최근에는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관심을 갖고 ESG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