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1](https://thumb.mt.co.kr/06/2022/01/2022010411225470248_1.jpg/dims/optimize/)
지난해 4월 어머니를 모시고 백신접종센터로 향했다. 당시 정부는 위중증 위험도가 높은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백신접종을 실시했다. 구민회관 내 체육관이 백신접종센터로 변모했다. 현관에서 간단한 체온측정을 한 후 체육관 한편에 준비된 대기실로 이동했다. 잠시 후 구청버스로 오신 어르신들이 도착하자 접종절차를 시작했다. 단계를 문진, 예진, 접종, 관찰로 세분화해 설계한 접종센터는 방역 면에서 효과적이었고 프로세스는 효율적이었다.
최근 지인이 페이스북에 접종센터 설계참여를 2021년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라는 글을 남겼다. 지인은 산업공학을 전공한 뒤 다시 의대에 입학해 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 의학적 지식에 작업관리, 프로세스 최적화에 대한 전문성을 융합한 센터설계가 나온 비결이었다. 이처럼 2가지 이상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인재를 파이(Π)형 인재라고 한다. 융합에서 가장 이상적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전인(全人)이라는 의미의 '워모우니베르살레'(Loumo Universale)로 불리며 역사상 가장 완전한 융합인재로 칭송받는 이유다.
더구나 미래 이슈에 적합한 파이형 융합인재를 예상하기도, 충분한 육성시간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먼저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는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며 엄청난 경제적 성공을 거뒀다. 경쟁력이 규모와 가격이 아닌 속도에 있음을 보여줬다. 경제 석학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A자형 융합인재에 주목한다. A자형 인재는 T자형 인재유형에서 출발한다. T자형 인재란 한 분야를 파고든 I자형 인재면서 주변의 다양한 영역까지 폭넓은 소양을 보유한 인재다. T자형 인재가 본인의 전문분야와 다른 분야 간에 소통역량을 쌓으면 비로소 A자형
인재가 된다. A자형 인재가 의기투합하면 강력한 파이형 융합팀이 된다. 융합의 효과는 덧셈이 아니라 곱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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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분야를 단순병합하기보다 각 분야의 전문성에 충실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소통역량을 키우는 융합인재 육성전략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가 일반화하면서 대학의 내일을 걱정한다.
하지만 서로 부대끼면서 신뢰를 쌓고 소통역량을 키우며 문제해결 경험을 온라인만으로는 아직 어렵다. A자형 융합인재 육성이 대학의 으뜸 목표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