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찍은 그 전기차, 핵심은 'K-배터리'…어디서 어떻게 태어날까

머니투데이 커머스(조지아)=최민경 기자 2022.01.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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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 미국편 (下)

편집자주 화석 연료에서 청정 에너지로, 탄소중립을 향한 인류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주요 국가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해내기 위한 에너지대전환의 큰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청정 에너지가 구현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경제 전쟁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수소 등 청정에너지와 탄소중립 이슈를 주도해온 머니투데이는 2022년 새해를 맞아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중동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 현장을 돌아보는 '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르포]美 전기차 산업의 심장부, SK온 조지아 공장을 가다
SK온 美조지아 배터리 공장 국내 언론 첫 방문 취재

SKBA(SK배터리아메리카)의 조지아 공장. 왼쪽이 조지아 2공장, 오른쪽이 조지아 1공장SKBA(SK배터리아메리카)의 조지아 공장. 왼쪽이 조지아 2공장, 오른쪽이 조지아 1공장


유럽과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친환경차 시장으로 불리는 미국. 2020년 기준 약 33만대의 전기차가 팔린 미국은 전기차 뿐 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달 1일 한국 배터리 기업 중 가장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SK온의 조지아 1공장 내부를 언론사 최초로 둘러봤다.



2019년 착공해 지난해 상반기 완공된 조지아 1공장은 NCM9 배터리를 처음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SK온이 2019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NCM9 배터리는 양극재의 원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 중 니켈의 비중이 약 90%에 달하는 배터리다. 니켈 비중이 높아지면 배터리 성능이 좋아지지만, 발열 등 불안정성이 높아 이를 다스리는 기술력이 없으면 만들기 쉽지 않다. SK온은 올해 상반기 포드 F-150 라이트닝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NCM9 배터리를 시범 생산하고 있다.

철저한 보안 검사를 거친 뒤 방진모·방진복을 입고 에어 샤워를 거친 다음 조지아 1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음극재에 동박을 코팅하는 것부터 배터리 모듈을 연결해 배터리 팩을 만드는 마지막 단계까지 일사분란하게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첫 단계인 코팅 공정에선 기계가 음극재 롤에 동박을 코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코팅된 음극재와 양극재는 평평하게 펴주는 프레스 공정을 거치게 된다. 코팅하면서 두께가 균일하지 못하고 울퉁불퉁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무작위로 샘플을 추출해서 압력과 두께를 확인하는 과정도 거친다.

그 다음엔 음극과 양극롤을 각 전기차 회사에 들어가는 사이즈에 맞춰서 잘라주는 슬리터 공정을 거친다. 깔끔하게 잘리지 않으면 추후 배터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슬리터 장비의 칼을 수시로 닦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음극과 양극이 고객사가 원하는 규격에 맞게 잘려지면, 레이저와 카메라를 통해 품질을 수시로 확인하고 불량품을 걸러내는 작업을 진행한다.

통과된 제품은 네 시간 동안 습도가 낮은 방에 보관하면서 습기를 완전히 뺀다. 습기가 있으면 배터리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은 특히 습도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중요해 이중문으로 돼 있다. 한쪽 방과 연결된 문이 닫히면 다른쪽 방과 연결되는 문이 열리는 식이다. 방에서 일하는 사람도 두 명만 둬서 습도와 온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습도까지 빼면 분리막을 쌓는 공정에 들어간다. SK온은 화재가 나지 않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이 공정에 있다고 자부한다. 분리막은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이 만나지 않도록 분리하되,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할 수 있게 하는 막이다. 배터리셀 내부엔 양극과 음극이 수십 장 쌓여있는데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면 발생할 수 있는 화재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SK온은 그룹 계열사 SK아이테크놀로지(SKIET)가 제작한 분리막을 사용한다. SKIET가 납품한 분리막에선 화재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을 정도로 업계에서 가장 비싸고 품질이 뛰어난 제품이다. 분리막을 끼워넣는 과정 역시 업계에서 독보적이다. 보통 배터리를 만들 땐 양극-분리막-음극-분리막 형태로 쌓고 파우치 필름으로 밀봉하거나 자르지 않고 길게 늘어뜨린 양극, 분리막, 음극을 말아서 포장한다. 이 과정에서 비스듬하게 포장되면 모서리에서 양극과 음극이 만나게 되면서 화재 가능성이 높아진다.

SK온은 이와 달리 지그재그 폴딩 방식으로 배터리를 만든다. 길게 늘어뜨린 분리막 위에 규격에 맞게 잘려진 양극을 놓은 뒤 다시 분리막으로 덮는다. 그 위에 음극을 놓아 감싸고 다시 양극을 놓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 SK온의 특허가 곧 만료되는데 경쟁사에서도 이 공법을 도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정을 거치면 다시 엑스레이로 양 측의 단면 길이가 일정한지, 평평하고 균일하게 쌓였는지 사진을 찍고 레이저로 샘플을 체크한다. 통과된 제품은 가장자리의 불필요한 부분들을 잘라내고 바코드를 찍은 뒤 공간이 넉넉한 파우치에 넣는다. 파우치에 전해액을 넣고 동봉한다. 화학반응으로 발생한 기체가 파우치 윗부분에 모이면 이 부분을 다시 잘라낸 뒤 고온저습, 전기 충방전 등 여러 환경을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셀 여러 개를 열과 진동 등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하나로 묶어 프레임에 넣는데 이를 모듈이라고 한다. 이 모듈 여러 개를 모아 팩을 만든다. 팩에는 배터리 온도·전압 등을 관리해주는 배터리 관리시스템(BMS)과 냉각장치 등도 탑재된다.

SK온 조지아 1공장은 올해 상업 가동에 들어간다. 올해 2공장까지 완공되면 총 21.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이는 60kWh(킬로와트시)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약 36만 대에 들어갈 수 있는 양이다.

SK온 공장이 본격적으로 상업 가동을 시작하면 조지아주도 미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의 핵심 기지로 거듭나게 된다.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국 장관은 "조지아주가 전기차 산업을 주도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가장 먼저 한 것은 전기차·배터리 기업과 공급망을 주 안에 유치한 것"이라며 "결국 SK이노베이션의 투자가 조지아주의 전기차 산업 발판을 마련해줬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은 SK온의 미국 공장으로 인해 한국의 부품사들과 협력업체들도 미국으로 함께 진출하게 됐다는 점이다. SK온 조지아 1공장 관계자는 "SK온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장비들은 한국 회사들이 만든 것"이라며 "조지아 공장으로 인해 한국의 배터리 공급망이 미국으로 확장되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하기 좋은 곳이 탄소중립 잘하는 곳"…美 조지아가 뜨는 이유
팻 윌슨 美 조지아주 경제개발국 장관 인터뷰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국 장관/사진제공=조지아주 경제개발국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국 장관/사진제공=조지아주 경제개발국
"조지아주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의무 목표가 없는 몇 안 되는 주 중 하나인데도 태양광 설치 부문에서 미국 내 5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지아주는 탄소중립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탄소중립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팻 윌슨 미국 조지아주 경제개발국 장관은 조지아주의 탄소중립 현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조지아주는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외에도 태양광 원자력 등 주요 탄소중립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다.

조지아주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반면, 석탄화력발전소 등 탄소 배출이 많은 발전소는 줄어들고 있다. 윌슨 장관은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조지아주의 에너지 믹스에서 태양광 발전 비중은 대략 3%였지만 현재는 12%까지 올라왔다"며 "태양광 설치량 부문에서 미국 50개 주 중 5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아주는 탄소중립을 위해 1979년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30여 년만에 미국에서 원자력에너지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기도 했다. 2년 내 조지아주 보글원자력발전소에서 2기의 원자로가 가동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원전을 무공해 전력에 포함시키는 행정명령에 성명했다. 윌슨 장관은 "조지아주는 미국에서 최근까지 계속해서 원자력 에너지에 투자한 유일한 주"라며 "탄소배출이 없고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지아주는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생산 기지이기도 하다. 2018년 SK이노베이션이 1공장을 짓기 시작해 올해 연말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간다. 2022년 2공장까지 완공되면 총 21.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이는 60kWh(킬로와트시)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약 36만 대에 들어갈 수 있는 양이다.

윌슨 장관은 "조지아주가 전기차 산업을 주도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가장 먼저 한 것은 전기차·배터리 기업과 공급망을 주 안에 유치한 것"이라며 "결국 SK이노베이션의 투자가 조지아주의 전기차 산업 발판을 마련해줬다"고 말했다.

윌슨 장관은 "조지아주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업체는 물론 재생에너지 기업을 유치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며 "조지아 남부에 유치한 한화큐셀 모듈공장이 태양광 발전량을 늘리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한화큐셀 조지아주 휘트필드카운티 공장은 연간 1.7GW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약 25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 전기량 수준이다.

조지아주의 성과가 더 의미가 있는 것은 민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뤘기 때문이다. 조지아파워, EMC 등 조지아주 내 전력업체들은 모두 민간사업자다.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 주도하는 한국과 달리 정부가 에너지 믹스 계획을 짜지 않는다. 윌슨 장관은 "조지아주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의무적인 목표가 없는 몇 안 되는 주 중 하나"라며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를 향한 모든 움직임은 민간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기업들이 조지아주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윌슨 장관은 "조지아주는 미국에서 법인세가 가장 낮은 축이고, 땅값이 싼 편인 데다 숙련된 엔지니어를 배출할 수 있는 대학 시스템까지 갖췄다"고 말했다. 공항 등 교통·물류시스템에도 투자를 많이 해서 사업하기 최적화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기업의 탄소중립 관련 도움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응답한다. 페이스북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서 가동하는 데이터센터를 구상했는데 조지아주만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윌슨 장관은 "조지아주는 페이스북에 100% 재생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주였다"며 "페이스북은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세워달라고 요청했고, 조지아주는 1000에이커(405만m²)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세울 수 있게 도왔다"고 말했다.

이는 조지아주가 공공서비스위원회(PSC) 제도를 운용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에서 선출된 PSC는 전력 관련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전력업체가 태양광 발전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돕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지침을 만든다.

윌슨 장관은 "조지아는 주 내 전력업체들이 청정에너지 생산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며 "기업들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러그파워 "3년 후 그린수소 비중 60%로…SK E&S는 최적의 파트너"
Ole Hoefelmann 플러그파워 전해조 솔루션 총괄책임Ole Hoefelmann 플러그파워 전해조 솔루션 총괄책임
"플러그파워(PlugPower)는 조지아, 뉴욕 공장을 시작으로 미국에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아직 플러그파워의 그린수소 생산량은 매우 적은 수준이지만, 2025년 그린수소 생산량이 하루 500톤까지 늘어나면 플러그파워 수소 생산량 중 그린수소 비중은 60%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올리 호펄만(Ole Hoefelmann) 플러그파워 전해조 솔루션 총괄책임은 플러그파워의 미국 그린수소 생산 목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플러그파워는 1997년 설립된 미국 수소 기업이다. 수소 기술을 보유한 기업 중 대규모 자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차량용 수소연료전지인 PEMFC(고분자전해질형 연료전지) 기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수전해(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핵심 설비인 전해조, 액화수소플랜트 및 수소충전소 등 그린수소 밸류체인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플러그파워는 급격하게 성장하는 미국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해조 기업과 액화수소 제조 기업 등 수소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호펄만 총괄책임은 "플러그파워는 2020년 전해조 기술 고도화를 위해 기너이엘엑스(Giner ELX)를 인수한 데 이어 액화수소 제조·유통능력을 보유한 유나이티드 하이드로젠을 인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Giner ELX 인수를 바탕으로 현재 시장에 전해조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올해 100MW(메가와트) 이상 판매가 목표"라고 밝혔다. 플러그파워는 인수한 기업들을 활용해 조지아, 뉴욕 공장에 그린수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플러그파워는 수소 생산 인프라 수요 확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플랜트도 확장하고 있다. 초기 플랜트는 조지아, 펜실베니아, 뉴욕 등에서 완공될 예정이며 하루에 최소 10~45톤의 그린 액화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2025년까지 하루 500톤 이상의 그린 수소를 공급할 수 있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지게차와 트럭 등 수소 기반 모빌리티 사업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 플러그파워는 아마존, 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 기업에 독점적으로 수소지게차를 공급하는 등 미국 전체 수소 지게차 공급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호펄만 총괄책임은 "플러그파워는 수소 지게차 분야 글로벌 점유율 95%로 1위"라며 "프랑스 르노그룹과 세운 합작사 '하이비아(HYVIA)를 포함해 다양한 상용·특수차량 업체와의 협력으로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국 전역에 구축된 수소충전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대형 트럭시장에도 진출했다. 호펄만 총괄책임은 "플러그파워는 현재 고객들을 위해 165개 이상의 수소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 충전소들은 대부분 액화수소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러그파워는 이런 역량들을 바탕으로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호펄만 총괄책임은 "플러그파워는 이집트(100MW), 호주(250MW) 등 다수 그린 수소 프로젝트 수전해 설비 공급자로 선정됐다"며 "수전해 사업 기회 개발 위해 글로벌 파트너사와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에선 플러그파워 지분 약 10%를 보유한 SK와 손잡고 시장을 선점한다. SK㈜와 SK E&S는 지난해 약 1조8500억원을 플러그파워 지분에 함께 투자했다. 호펄만 총괄책임은 "SK E&S는 에너지 시장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아시아 수소 시장 확대를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며 "SK E&S와 플러그파워의 합작사는 높은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소차 넥쏘 작년 판매 102%↑…美 친환경차 잘 팔리는 배경 2가지

데이나 화이트 현대차 북미권역본부 CCO/사진제공=현대차데이나 화이트 현대차 북미권역본부 CCO/사진제공=현대차
"미국은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수소차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고, 수소차를 포함한 친환경차는 판매량이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특히 전기차는 소비자 수용 단계로 매우 빠르게 진입 중입니다. 일부 주에선 단계적으로 내연기관차량을 없앤다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데이나 화이트(Dana White) 현대차 북미권역본부 CCO(최고홍보책임자)는 미국 친환경차 시장 현황을 묻는 기자의 서면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현대차의 수소차인 넥쏘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2% 늘었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미국 판매량은 289% 증가했다.

화이트 CCO는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ZEV(Zero Emission Vehicle) 프로그램을 채택한 주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고, 수소차는 충전소 인프라가 잘 갖춰진 캘리포니아에서만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ZEV 프로그램은 자동차 제조사에 내연기관차 판매량에 비례해 무공해 차량 할당량을 채우게 하는 무공해 차량 보급 정책이다. 자동차 제조사는 친환경차를 판매해 의무를 준수하거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다른 전기차 제조사로부터 ZEV 크레딧을 사야 한다.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코네티컷, 메인, 메릴랜드, 매사추세츠, 뉴저지, 뉴욕, 오리건,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워싱턴 등 미국의 12개 주에서 시행 중이다.

화이트 CCO는 미국 친환경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정책적 배경으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친환경차 정책은 친환경차의 HOV차로(다인승전용차로)의 진입을 허용하는 것과 기업평균연비규제(CAFE) 크레딧 제도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CAFE는 2026년 ℓ당 약 23.4km의 연비를 충족시키는 것이 목표다. 매년 5%씩 연비를 개선해야 이를 달성할 있는데 자동차 제조사 판매차량의 평균 연비가 기준연비에 미달하는 경우 벌금을 부과한다. 반면 친환경차를 판매하면 벌금을 상쇄시킬 수 있는 크레딧을 부여한다. 특히 SUV(스포츠유틸리티차)나 트럭처럼 배출가스량이 많은 차량은 연비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는 수익성을 위해 친환경차의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 구조다.

이외에도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 정부는 전기차 무료 충전소를 보급하고, 친환경차는 유료 급행 고속도로를 무료로 주행할 수 있게 하는 등 친환경차 확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수소차와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화이트 CCO는 "현대차를 포함한 많은 제조사들은 고객의 수소 연료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리스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며 "수소충전소 인프라를 늘리기 위해 쉘 하이드로젠(Shell Hydrogen)과 캘리포니아에 50개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쉘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골든스테이트에 신규 수소충전소 48곳과 기존 충전소 2곳을 업그레이드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충전소를 구축한다.

이외에도 현대차는 전기차 확산을 위해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Electrify America)와 제휴를 맺고 아이오닉5 구매 또는 리스 고객에게 2년간 무료 충전을 제공하기로 했다.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는 미국 전역에 2400개 이상 초고속 충전기를 보유하고 있다.

화이트 CCO는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연간 56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며 "전용전기차 플랫폼인 E-GMP(Electric Global Modular Platform) 기반 전기차를 포함해 12개 이상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2040년까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 8~10%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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