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 레프트' GS 유서연 육성 키워드 "믿음"

스타뉴스 인천=김동윤 기자 2022.01.03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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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유서연(가운데)./사진=한국배구연맹GS칼텍스 유서연(가운데)./사진=한국배구연맹


"(유)서연이한테는 크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자신감만 떨어지지 않으면 자기 몫은 충분히 하는 선수다."

승장 차상현(48) GS칼텍스 감독이 유서연(23)을 향한 잔잔한 믿음을 내보였다. 그리고 이 믿음은 유서연을 육성하는 데 있어 주요 키워드였다.

GS칼텍스는 지난 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3-1(25-23, 21-25, 25-21, 25-16)로 승리했다.



경기 전후 차상현 감독은 유서연을 두고 GS칼텍스의 보이지 않는 살림꾼이라고 소개했다. 레프트치고 작은 174㎝의 키지만, 그 약점을 메우기 위해 성실히 모든 플레이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날 유서연은 4세트 모두 출전해 공격 성공률 46.43%로 15득점을 터트렸다. 40득점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29, 등록명 모마), 13득점의 강소휘(25)와 함께 GS칼텍스의 연패 탈출 1등 공신이었다. 단순히 득점만 높은 것이 아니었다. 강소휘가 수비에서 힘을 쓰는 동안(리시브 효율 52.5) 유서연은 적은 공격 점유율(19.86%)로도 높은 공격 성공률(46.43%)과 공격 효율(35.71%)을 보였다.



특히 몇 차례 네트 앞에서 빠른 판단으로 상대의 터치 아웃을 유도하거나 빈 곳을 정확히 노려 득점에 성공하는 등 영리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이에 대해 유서연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때도 신장이 큰 편이 아니어서 상대의 블로킹을 많이 이용했다"면서 "상대 블로커가 따라오는 것이 느리면 밀어 때리지만, 그것이 아니면 상대 코트에 빈 곳이 보일 때 빠르게 공을 처리하려 한다"라고 담담하게 밝혔다.

GS칼텍스 유서연./사진=한국배구연맹GS칼텍스 유서연./사진=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 메레타 러츠(28)-이소영(28·KGC인삼공사)-강소휘 삼각편대를 앞세운 GS칼텍스는 여자배구 최초 삼관왕에 올랐다. 그러나 한 시즌만에 러츠와 이소영이 모두 떠났다. 러츠의 공백은 모마가 메웠지만, 이소영의 자리는 유서연이 메울 수밖에 없었다.

이소영을 대신하는 자리인 만큼 부담도 심했다. 따로 스트레스를 풀 취미도 없었다. 그래서 팀 내 멘탈 관리 코치와 자주 상담하거나 숙면을 취하는 등 정석적인 방법으로 이겨냈다. 유서연은 "부담감이 없진 않았다. 그래도 팀원들과 함께해 초반보다는 낫다"고 웃어 보였다.


유서연이 힘들 때 가장 효과적인 것은 별 말 없이 믿어주는 일이었다. 유서연은 부모님 모두 배구 선수 출신에 친오빠는 배구 전력분석관인 배구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모님으로부터 이런저런 조언을 들었지만, 올해부터는 그저 "고생했다.", "잘했다.","아픈 곳은 없니" 등 안부만 전해 들었다. 유서연은 "(부모님의 올해 같은 태도가) 좀 더 힘이 됐던거 같다. 나를 믿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GS칼텍스도 이 방법으로 효과를 봤다. 유서연은 차상현 감독을 "불같이 화내실 때는 무섭지만, (속으로는) 따뜻한 분"이라고 표현하면서 "시즌 초반에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에 마음만 앞섰는데 시즌이 흐를수록 감독님이 믿어주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부터 마음을 살짝 내려놓고 경기에 집중했더니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 유서연./사진=한국배구연맹GS칼텍스 유서연./사진=한국배구연맹
앞서 차상현 감독이 유서연을 "잔소리가 필요 없는 선수"라고 표현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날 유서연은 공격에서는 블로킹 득점, 서브 득점을 한 차례씩 성공한 데 이어 수비에서는 범실 하나 없이 디그 20개, 리시브 17개를 기록하는 등 공수 양면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만족을 못 했다. 유서연은 "살림꾼이라 표현해준 감독님 말씀은 감사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오늘 경기 중간중간에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이어 "범실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찬스볼을 놓친 것도 있었고 공격을 자신 있게 밀어붙이지 못한 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서연의 향상심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끝으로 유서연은 "앞으로는 스스로 아쉬운 점이 없는 경기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우리 팀이 봄 배구를 할 수 있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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