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대출 밀당' 시작됐다..."열린 줄 알았는데 아직도…"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2.01.0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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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대출 밀당' 시작됐다..."열린 줄 알았는데 아직도…"


가계대출을 죄려는 정부·금융회사와 돈을 더 빌리려는 고객들 사이에 '밀당'(밀고당기기)이 시작됐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가계대출 관리 목표가 좀더 빡빡해진 데다 대출금리 상승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대출시장이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분기초에 대출을 받으라'는 등 각종 꿀팁(유용한 정보)도 공유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부터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가계대출 영업을 정상화했다. 지난해 10월 출범 후 9일 만에 대출을 중단했던 토스뱅크는 '최저 금리 3%대, 최고 한도 2억7000만원'의 신용대출을 전날 재개했다. 무주택자로 제한된 NH농협은행 주택담보대출도 부활했다. 다만 신잔액코픽스가 기준인 저금리 주담대는 제외했다. 대출 신상품도 단비로 작용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1분기 중 주택담보대출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사라졌던 우대금리도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우리은행은 새해 첫 영업일인 3일부터 신용대출 우대금리는 기존보다 최대 0.6%포인트, 부동산대출의 경우 최대 0.5%포인트 상향 조정한다. KB국민은행도 같은 날부터 상환 방식, 고객 등급 등에 따라 주담대 우대금리를 최대 0.3%까지 적용한다. 전세자금대출도 최대 0.7%였던 우대금리가 최대 0.9%로 0.2%포인트 인상된다.

대출 제한 조치가 완화됐지만 고객들의 체감 정도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한숨을 돌렸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일부 대출은 규제가 여전히 유효하고 추가 규제도 줄을 잇고 있어서다. 카카오뱅크는 올해도 당분간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을 팔지 않는다. 판매 중단 기한이 당초 지난해 연말에서 무기한 연장된 것이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는 올해부터 연소득 범위 안에서 끊긴다. 소득이 없는 예비 의사 등은 학자금 외 대출이 불가능하다. 금융위원회가 재차 한도 조정을 주문해서다.



대폭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시작됐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을 따져 감당할 수 있는 대출만 받으라는 취지다. 이달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DSR 규제 대상이 된다. 오는 7월부터는 기준이 '총 대출액 1억원 초과'로 좀더 높아진다. DSR 산정에서 제외됐던 카드론도 포함한 규모다. 규제 대상이 600만명에 달한다.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도 지난해보다 강화됐다. 금융권은 지난해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을 5~6%에서 관리했는데 올해는 4~5%로 맞춰야 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가계부채 관리강화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면서 "총량관리에 기반한 시스템관리를 강화하면서 증가세를 4~5%대로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대출금리도 더 올라간다. 금융권에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기준금리를 2~3차례 더 올릴 것으로 본다. 현재 연 1.00%인 기준금리가 연 1.75%까지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조만간 최고 연 6.0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단비'를 기다리던 소비자들 사이에선 각종 꿀팁도 유행하고 있다. 대출 한도가 언제 소진될 지 불확실한 만큼 연초나 매분기 초를 노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지난해엔 상반기 대출이 크게 늘자 하반기 들어 고강도 대출규제 조치가 이어졌다. 올해는 대출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금융회사들이 분기별 한도 관리에 나선다. 따라서 분기 말보다는 1월, 4월, 7월, 10월 등 분기 초 대출 한도가 넉넉할 것으로 관측된다. DSR 규제에 따라 갚아야 할 원리금을 줄이려면 불필요하거나 금리가 높은 대출부터 해결하는 게 좋다. 대환을 통해 금리를 낮추거나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하반기 들어 목표치를 맞추느라 조급해진 금융사들이 규제에 규제를 거듭했다"며 "상시 관리하는 올해는 하반기 대출이 바닥나는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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