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만 6000억 샀다…'박스피'에 지친 개미들 몰린 '이곳'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1.12.31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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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만 6000억 샀다…'박스피'에 지친 개미들 몰린 '이곳'


최근 코스피가 박스권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주식형 ETF(상장지수펀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다양한 테마의 해외 ETF를 속속 내놓고 있어 이같은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투자자 순매수 순위 1위는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 등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7,535원 ▼105 -1.37%)가 차지했다. 순매수 금액이 6000억원을 돌파하면서 2위 KODEX 200선물인버스2X (2,110원 ▼85 -3.87%)를 제쳤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16,600원 ▲560 +3.49%)(1363억원·8위), 미국 대표 IT 기업 10곳에 투자하는 TIGER 미국테크 TOP10(1238억원·11위) 등도 한 달 만에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전에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 SK하이닉스 (179,800원 ▲8,800 +5.15%), 현대차 (252,500원 ▲3,000 +1.20%)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개인 순매수 상위권에 올랐던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코스피가 3300선 올랐던 지난 6월을 돌아보면 해외주식형 ETF는 50위권에 단 하나도 들지 못했다.



그동안 국내 주요 대형주 위주로 투자했던 이들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해외주식형 ETF 상품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 글로벌 증시가 순항하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계속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는 영향으로 해석된다.

미국 S&P500 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는 반면 코스피는 지난 10월 이후 3000선 전후에 머물고 있다. 올해 중순 3300선까지 올랐지만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면서 결국 지난해 말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국내 자산운용자들이 투자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테마 ETF를 출시하는 점도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테마형 ETF는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장기적 성장이 예상되는 사회·구조적 변화에 투자하는 상품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의 금융 지식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이전과 달리 더욱 세분화된 테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삼성·미래·한국·KB자산운용 등 4곳에서 주요 메타버스 관련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중 TIGER 글로벌메타버스액티브는 개인 순매수 순위 20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새롭게 출시된 글로벌 메타버스 ETF는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에서도 투자할 수 있고 장기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지속적인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국내 ETF 시장 규모도 지난해 말 52조원에서 어느새 74조원까지 늘었다. 최근 10년 평균 시장 성장율이 30%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12월 한 달에만 ETF 상품을 1조7000억원 순매수하며 힘을 보탰다. 올해 전체 순매수 규모는 10조원 수준에 달한다.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주식형 ETF를 통해 성장성이 유망한 분야에 비교적 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 ETF 종목이 500종을 돌파하는 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테마형 ETF와 에너지 관련 ETF가 수익률 상위를 다수 차지했다"며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지수형 ETF에서 주로 자금 유출이 발생했고 주요 테마형 ETF와 해외지수 추종 ETF로 자금 유입이 집중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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