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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못 막는다며?"…백신 회의론 키우는 데이터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1.12.28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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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 변이 오미크론이 세계 곳곳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 백신 회의론에도 힘이 실린다. 강력한 무기로 여겨지는 백신이 오미크론에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새 변이의 치명도가 낮다는 연구결과가 이어지면서다. 전문가들은 백신의 기본 역할은 2가지라며 감염 수치만 보지 말라고 경고한다.

포르투갈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소를 방문한 청소년과 학부모/사진=AFP포르투갈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소를 방문한 청소년과 학부모/사진=AFP


부스터샷도 오미크론에 불충분한가
2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데이비드 호 의학 교수팀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를 통해 지금까지 나온 코로나19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로는 오미크론 변이를 막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AZ), 존슨앤드존슨(J&J) 등 4종의 백신을 사용해 접종 후 생기는 항체가 오미크론을 어느 정도 중화하는지 테스트했는데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경우에도 오미크론을 중화하는 항체 효능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와 모더나와 같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도 마찬가지였다.



오미크론은 스파이크 단백질에 광범위한 돌연변이가 일어나 있어 기존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의 공격을 회피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항체는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해 감염을 막는데,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나면 항체의 공격을 잘 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오미크론이 지금까지 본 코로나19 변이 중 가장 완벽하게 중화 항체를 회피하는 바이러스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호 교수는 "3차 접종을 하면 얼마간 면역력이 강해지겠지만 오미크론을 방어하기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어떻게 진화할지를 예측해 이에 맞는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부스터샷의 감염 예방효과가 이전보다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는 영국에서도 나왔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에든버러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부스터샷의 오미크론에 대한 예방효과가 상대적으로 낮고, 10주 뒤에는 최대 25% 감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으로만 3차례 맞은 경우 오미크론에 70% 효능을 보였지만 10주 후에는 효과가 45%로 감소했다. 70% 효능은 기존 코로나19에 대한 화이자의 90% 넘는 효능에 비하면 낮다. 2회 AZ 접종 후 부스터샷으로 화이자를 맞는 경우 효과가 60%에서 10주 뒤 35%로 줄었다. 모더나를 추가접종 받으면 이 수치는 45%였다.

/사진=AFP/사진=AFP
4차 접종? "너무 많이 맞으면 오히려 역효과"
이런 상황에서 백신 선도국도 오미크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르투갈은 감염 사례가 확인된 지 불과 몇 주 만에 오미크론은 우세종 지위를 굳혔다. 포르투갈 보건당국에 따르면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의 60% 이상이 오미크론 감염자로 확인됐다. 지난 24일의 신규 확진자 1만2943명으로 지난 1월29일 이후 가장 많았다. 이날 기준 포르투갈 전체 인구의 88.4%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 부스터샷 접종률은 26.1%다.

또 다른 백신 모범국 이스라엘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 절반가량이 부스터샷을 맞았지만,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5차 유행 조짐이 보인다. 이스라엘 내 오미크론 누적 감염자 수는 1000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약 30%가 3차 접종까지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정부는 4차 접종을 통해 오미크론 확산을 저지하려 했지만, 의료계에서 반발이 나오면서 보건부가 승인을 미루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부 과학자들은 백신을 너무 많이 맞으면 면역 체계를 피로하게 해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신체 능력이 손상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버스/사진=AFP영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버스/사진=AFP
백신, 감염은 못 막아도 중증화는 막는다
이같은 오미크론 확산 추세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확신을 주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미국 비영리연구소 카이저가족재단이 최근 미접종자(국민의 27%가량)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백신을 맞을 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88%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 감염을 막지 못하고 증상이 상대적으로 경미하다는 초기 연구 결과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백신을 맞지 않은 45세 배달원 에릭 딜츠는 "급증하는 감염 사례가 백신에 대한 회의론을 증명한다"며 "1·2차 접종을 해야 한다더니 이제는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체 몇 대의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건가? 우스갯소리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백신의 감염 예방효과가 떨어진다고 해서 효능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미크론 감염은 막지 못하더라도 증세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다.

백신은 두 가지의 바이러스 보호막을 형성한다. 첫 번째는 바이러스가 체내 세포를 감염시키지 못하게 하는 중화 항체, 두 번째는 감염 세포를 파괴해 심각한 질병으로 가는 것을 예방하는 면역 세포인 'T세포'다. 오미크론으로 항체 기능이 떨어져도 백신 접종으로 활성화된 T세포 등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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