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21.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4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결정이 언제 이뤄졌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다른 청와대 참모들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날 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특별사면을 전격 단행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거리두기를 해왔던 탓에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후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면 시점에 대해 "과거 전례를 비춰보면 이번 연말이냐 선거 끝난 이후 당선자와 상의해서 사면하느냐 두 가지가 있었을 텐데 그 두 가지 중 이번 연말로 하게 된 계기는 여러 고려사항들이 있었겠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도 고려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 어깨·허리 질환으로 구치소와 외부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왔다. 지난달 22일에부터는 서울삼성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다. 실제 문 대통령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직접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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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발표한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황학동 시장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1.12.24.
3월 9일 대선 이후까지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지켜보며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면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사면에 따른 정치적 논란이 클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 가장 빠른 시기인 연말 특사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령 대선일 직전 3·1절 특사를 단행하는 것은 너무 큰 논란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나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 여권 핵심 인사들과도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논의를 하는 순간 정치적 중립 훼손 논란 등 또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올해 초 박 전 대통령 사면 얘기를 꺼낸 후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안좋은 사례가 있었는데 문 대통령이 사면 문제가 불러올 정치적 파장까지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정치권 인사들은 문 대통령의 이날 결단이 절묘한 시점에 이뤄졌다고 입을 모은다. 박 전 대통령의 언행에 따라 향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대선 전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행보가 TK 등 보수층의 여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을 지휘한 윤 후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윤 후보 등 야권의 기존 대선 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대선을 70여일 앞둔 상황에서 지지율 정체를 겪고 있는 윤 후보 측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2021.12.07.
다만 '국민적 공감대에 차이가 있었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최소한 제가 본 여론조사에 의하면 두 분의 (국민적 공감대) 차이가 굉장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을 아꼈다.
두 전직 대통령을 한꺼번에 사면하지 않은 것에 대한 청와대의 명쾌하지 않은 입장은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 분열'을 꾀한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을 낳게 하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당장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전직 대통령을 또 갈라치기 사면을 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참으로 교활한 술책"이라며 "반간계로 야당 후보를 선택하게 하고 또 다른 이간계로 야당 대선 전선을 갈라치기 하는 수법은 가히 놀랍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같은 정치권 해석을 경계했다. 대선에 관한 고려는 전혀 없었으며 사면은 문 대통령 고유의 결정이란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할지 잘 모르겠다"며 "분명한 건 선거 관련 고려는 일체하지 않았다. 전혀 그런 것이 고려가 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고려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타이밍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며 "선거랑 연관짓는 것은 단연코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임기 중 사면 조치를 할 수 있다면 연말 사면과, 과거 전례에 비춰보면 선거 끝난 이후 당선자와 협의한 사면, 두 가지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두 가지 계기 중에 연말로 하게 된 계기는 고려사항들이 있었겠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건강 문제도 고려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