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좀 더 낮아졌다…금융당국·지주 흔든 '우먼파워'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12.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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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김미영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김명희 신한금융지주 CDO(최고디지털책임자), 조경선 신한DS 대표, 박정림 KB증권 대표/사진제공=각 기관, 각 사사진 왼쪽부터 김미영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김명희 신한금융지주 CDO(최고디지털책임자), 조경선 신한DS 대표, 박정림 KB증권 대표/사진제공=각 기관, 각 사


금융권 연말 인사에서 '우먼파워'가 입증됐다. 금융감독원 최초로 내부 출신 여성 임원이 탄생했고 신한금융지주에선 처음으로 여성 자회사 CEO(최고경영자)가 나왔다. 유독 단단했던 금융권 유리천장에 균열이 커진 것이다. 금융회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위해 여성 리더 육성에 나선 상황이어서 공고했던 금융권 유리천장이 더 낮아질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임원 인사에서 내부 출신 여성 부원장보를 탄생시켰다. '김미영 잡는 김미영'으로 불린 김미영 부원장보가 주인공이다. 김 부원장보는 올초부터 불법금융대응단 국장을 지내면서 '김미영 팀장' 등 가상인물을 내세운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해왔다.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 CEO 인사에 이어 지주 임원 인사에서 여성 인재를 기용했다. 그룹 디지털 사령탑인 CDO(최고디지털책임자)에 여성이자 외부 인사인 김명희 부사장을 영입하면서다. 금융지주 최대 현안인 디지털을 책임지는 CDO에 여성을 임명한 건 처음이다. 그룹 전체의 디지털, ICT(정보통신기술)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일을 총괄한다. 김 부사장은 한국IBM, SK텔레콤을 거쳐 행정자치부 정부통합전산센터장,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 한컴MDS 대표를 역임한 DT(디지털 전환) 전문가다.

신한금융은 이에 앞서 자회사 CEO에 처음으로 여성을 앉혔다. 조경선 신한은행 부행장에게 신한DS 대표를 맡겼다. 신한DS는 디지털·ICT 전문회사다. 신한금융 디지털 수장 자리를 여성들이 꿰찬 것이다. 조 신한DS 대표는 신한은행에서 디지털개인부문장을 지내면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마케팅, 업무 개선을 추진했다. 신한DS는 자체 개발한 디지털 인재육성 플랫폼 대외 마케팅과 글로벌 확장에 힘쓸 계획이다.



KB금융지주는 박정림 KB증권 대표, 조순옥 KB신용정보 대표 등 2명의 여성 계열사 CEO를 두고 있는데 최근 인사에서 박 대표에 대한 연임을 결정했다. 그 외 임원 인사는 아직 단행하지 않아 '우먼파워'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른 금융지주와 은행들도 연말 임원 인사에서 여성을 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문화가 여전한 금융권은 유리천장이 유독 단단하다. 최근 몇년 사이 여성 은행장이 탄생하는 등 천장에 조금씩 균열이 생겼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주요 금융지주 여성 임원 비중은 7% 수준에 그친다. 연공서열과 남성 중심의 업권 문화 탓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은행에서는 여성이 결혼을 하면 일을 그만두는 분위기가 강해 지금까지 CEO, 임원 급으로 남아있는 여성 인력이 손에 꼽힐 만큼 적다"고 말했다. 인원 자체가 적어 여성이 임원으로 선임되기 어려운 구조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앞으로 '우먼파워'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본다. 사회 분위기가 급속하게 바뀐 데다 금융회사들이 여성 인재 육성에 주력하고 있어서다. 신한금융은 2018년부터 금융권 처음으로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 '신한 쉬어로즈'를 시작했다. 조경선 신임 신한DS 대표도 '신한 쉬어로즈' 1기 출신이다. 하나금융은 비슷한 내용의 프로그램 '하나 웨이브스'를 지난 6월 시작해 최근 1기 여성 리더를 배출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서장급 이하를 보면 여성의 수가 많고 활약이 두드러진다"며 "여성 임원 비중이 극히 적은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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