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속으로]형님 은행들 부진한 중국서 '반전' 노리는 농협銀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12.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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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늦깎이' NH농협은행이 중국 북경지점 설립을 위한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주요 은행 대다수가 법인을 이미 설립한 지역에 뒤늦게 지점 형태로 진출하는 농협은행의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농우바이오를 비롯한 범농협 계열사와 시너지, 농업과 협동조합에 특화한 전문성 등의 강점으로 차별화를 시도할 전망이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중국 북경은행보험감독국에서 북경지점 설립과 관련한 최종인가를 받았다. 지난해 8월 지점 설립 허가를 신청한 뒤 1년4개월 만에 코로나19(COVID-19) 악조건을 뚫고 승인을 획득했다. 남은 절차를 거쳐 내년 2분기에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의 중국 진출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우리은행이 2007년 국내 은행 최초로 중국에 법인을 설립했고 이후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 대부분의 은행이 법인 형태로 중국에 자리를 잡았다. 농협은행은 과거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 이전에는 농협중앙회 명칭 안에 속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애를 먹었다. 현지 감독당국에서 명칭을 이유로 은행 정체성에 의문을 표하면서다. 오해를 벗고 글로벌 사업에 탄력을 받으면서 중국 지점 설립을 서두르게 됐다. 중국은 오락가락한 규제,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불확실성 등으로 영업에 제약이 따르지만 여전히 교역량 1위 국가고 최대 시장이다.

국내은행의 중국 점포 수, 순이익 추이/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국내은행의 중국 점포 수, 순이익 추이/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국내 은행 전반적으로는 중국 사업이 답보 상태지만 농협은행으로선 더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중국 점포 수는 2018년 16개, 2019년 16개, 2020년 17개로 크게 변동이 없다. 지난해 BNK부산은행이 중국에 지점을 내면서 2년 사이 1개 더 늘었다. 실적 면에서도 진전은 없다. 국내 은행이 중국에서 거둔 순이익은 최근 3년간 2018년 1억5400만달러, 2019년 1억100만달러, 2020년 1억달러로 감소 추세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11배 넘는 순이익 성장을 달성하는 등 일부 은행에서는 성장세가 눈에 띄었지만 은행권 전체적인 부진을 메우진 못했다.

주목할 만한 건 법인을 설립한 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 등 주요 은행과 달리 농협은행은 지점을 택했다는 점이다. 범농협 계열사, 국내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점은 위안화 거래에 한도가 있어 달러화 영업을 많이 하게 되는데 기업거래에서는 문제가 없다"며 "또한 현지법인보다는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고 자금조달을 할 때 신용도를 국내 본점(현지법인의 경우 법인)으로 보기 때문에 비용, 운영 면에서 좀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범농협 계열사와 협업에 방점을 찍고 있다. '농업+금융' 시너지를 낼 경우 농협은행만의 뚜렷한 차별점과 강점이 될 것으로 본다. 중국엔 농우바이오가 북경세농종묘로 진출해 있다. 또 공소그룹과 농협캐피탈의 합작법인 공소융자리스 등도 있다. 농협은행은 북경세농종묘에 시설자금을 대환하고 공소융자리스에 사업자금을 대출하는 식으로 농협 계열사에 대한 금융 지원을 펼 계획이다.


농업, 협동조합이라는 차별점도 살릴 방침이다. 실제 농협금융지주는 글로벌 사업의 비전을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현지 협동조합과의 협업 등을 넓혀갈 계획이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북경지점은 한국 농협의 중국 진출을 위한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며 "범농협 계열사와 한국계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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