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90m 꼭대기서 봐도 끝이 안 보여"...사막을 뒤덮은 태양광

머니투데이 두바이(UAE)=민동훈 기자 2022.01.0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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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 중동편② 두바이 MBRM 솔라파크 현지 취재

편집자주 화석 연료에서 청정 에너지로, 탄소중립을 향한 인류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주요 국가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해내기 위한 에너지대전환의 큰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청정 에너지가 구현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경제 전쟁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수소 등 청정에너지와 탄소중립 이슈를 주도해온 머니투데이는 2022년 새해를 맞아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중동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 현장을 돌아보는 '에너지대전환-탄소중립 로드를 가다'를 연재합니다.

MBRM 솔라파크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DEWA 유튜브 이미지 캡쳐MBRM 솔라파크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DEWA 유튜브 이미지 캡쳐


UAE(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남부 사막 한가운데 자리잡은 '무함마드 빈 라쉬드 알 막툼 솔라파크'(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 Solar Park, MBRM 솔라파크). 44㎢(1330만평) 규모의 부지에 약 600만개의 태양광 패널이 오와 열을 맞춰 지평선까지 뻗어있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그 한가운데 약 90m 높이의 첨탑이 우뚝 솟아있다. MBRM 솔라파크의 홍보관이자 두바이 신재생에너지 R&D(연구·개발) 허브 격인 솔라 이노베이션센터다. 그 꼭대기에 올라가 보면 태양광 패널 무리의 끝을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았다. 90m 높이에서 내려다봐도 광활한 사막 위에 펼쳐진 태양광 패널 단지를 한 눈에 모두 담을 순 없었다.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 시설의 위용이다.

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MBRM) 솔라파크 이노베이션 센터 전경/두바이(UAE)=민동훈 기자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MBRM) 솔라파크 이노베이션 센터 전경/두바이(UAE)=민동훈 기자


MBRM 솔라파크는 두바이의 '에너지 전환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메가 프로젝트다. UAE 부통령 겸 총리이자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Sheikh 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의 이름을 딴 발전소인 MBRM 솔라파크는 지난해 9월 현재 두바이에 공급되는 전기의 8%를 책임지고 있다.

2013년 10월 가동을 시작한 뒤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단일 태양광 발전 시설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지만, 아직도 설비확장 공사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24일 MBRM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만난 MBRM 솔라파크 총괄이사 에이샤 압둘라 라쉬드 알루에이미(Aaesha Abdulla rashed Alnuaimi) 박사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두바이(UAE)=민동훈 기자지난해 11월24일 MBRM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만난 MBRM 솔라파크 총괄이사 에이샤 압둘라 라쉬드 알루에이미(Aaesha Abdulla rashed Alnuaimi) 박사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두바이(UAE)=민동훈 기자
세계 최대 태양광·태양열 복합 발전단지..."24시간 발전기 돌린다"
이노베이션센터에서 만난 MBRM 솔라파크의 총괄이사 아이샤 압둘라 라쉬드 알누에이미(Aaesha Abdulla rashed Alnuaimi) 박사는 "이곳은 두바이의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뒷받침할 청정 기술 혁신 허브"라며 "청정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혁신을 도모하고 (기술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누에이미 총괄이사에 따르면 이곳엔 태양광을 시간당 약 1000MW(메가와트)로 변환해 약 32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600만 개의 태양광 패널을 갖추고 있다. 태양광 패널은 높은 성능수준을 유지하도록 자체 청소기능까지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 태양광 패널들은 거대한 MBRM 솔라파크 프로젝트의 일부일 뿐이다. MBRM 솔라파크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500억디르함(약 16조원)을 투입해 총 5GW 규모의 태양광·열 복합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2013년 13MW 용량의 1단계 발전기가 첫 가동했으며 2016년 2단계, 2017년 3단계, 지난해 4단계 가동을 시작했고, 곧 5단계의 가동을 앞두고 있다.

[르포]"90m 꼭대기서 봐도 끝이 안 보여"...사막을 뒤덮은 태양광
현재는 총 5단계 프로젝트 중 4단계에 도달한 상태다. 1~4단계까지 설비용량은 약 2GW에 달한다. 5단계까지 완공되면 총 5GW와트 규모의 설비를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열 복합 발전소가 된다. 통상 원전 1기의 용량이 1GW 안팎임에 비춰볼 때 태양광·열 발전만으로 원전 5기 정도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두바이 전체 전기의 25%를 태양광 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다.

현재 발전단가(LCOE)는 1kWh(키로와트시)당 2.99센트에 불과하다. 5단계가 완료되면 단가는 1kWh당 1.69센트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알누에이미 총괄이사는 "현재 구축된 3단계 이후 태양광 발전 설비의 경우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최초로 태양열 추적 시스템을 갖췄다"며 "고정 설치에 비해 발전량이 20~30% 높다"고 설명했다.

MBRM 솔라파크의 백미는 4단계 프로젝트부터다. 4단계에선 태양광 발전과 태양열 발전이 함께 이뤄진다. 태양열 발전은 태양전지 대신 거울을 이용해 태양에너지를 중앙에 위치한 타워에 집중시킨 뒤 이 열로 수증기를 발생시켜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이다. MBRM 솔라파크는 태양열 반사판 한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260미터짜리 '집중형 태양열 발전'(CSP) 타워를 세웠다.

MBRM 솔라파크 이노베이션 센터에 공개돼 있는 집중형 태양열 발전 설비 모형/두바이(UAE)=민동훈 기자MBRM 솔라파크 이노베이션 센터에 공개돼 있는 집중형 태양열 발전 설비 모형/두바이(UAE)=민동훈 기자
7만개에 달하는 반사판(헬리오스타트)으로 모은 열은 타워 안의 질산염 등을 녹인 '용융염'(molten salt)에 저장된다. 섭씨 260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액체가 된 용융염은 많은 열을 저장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야간에 수증기를 발생시켜 100MW의 전기를 생산한다. 통상 열 에너지 저장은 전기 에너지 저장보다 10배 정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타워는 15시간 동안 열을 저장할 수 있다. 즉 태양이 없어도 밤새 계속해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막이긴 하지만 넓은 평지를 갖고 있는데다 여름 기온은 낮에는 최고 섭씨 40도에 달할 정도로 더운 두바이의 기후와 환경에 적합한 방식이다.

"굿바이 화석연료"…두바이의 '탄소중립' 도전장
MBRM 솔라파크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두바이(UAE)=민동훈 기자MBRM 솔라파크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두바이(UAE)=민동훈 기자
MBRM 솔라파크를 위시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두바이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전략이다.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는 지난해 10월 2020 두바이 월드엑스포 개막식에서 '2050 탄소중립(Net Zero) 달성 계획'을 발표했다. 중동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은 두바이가 속해있는 UAE가 처음이다.

그는 "UAE는 재생에너지 분야에 6000억 디르함(약 194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는 등 청정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갖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국가 경제와 시스템을 탄소중립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기회를 활용해 개발, 성장,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UAE를 비롯해 두바이는 지금껏 발전량 가운데 80% 이상을 천연가스에 의존해 왔다. 자체 생산량만으로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인근 카타르에서 꾸준히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에너지 전략 2050'을 수립한 것도 이러한 해외 의존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생산에서 탄소 배출량을 70%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대대적인 확대가 불가피하다. 두바이는 민간 투자자에게 40% 수준의 지분을 허용하는 IPP(민자발전소) 형태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해외 자본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실제로 MBRM 솔라파크 3단계 사업의 경우 지분의 60%는 DEWA가 갖고 있고 나머지는 아부다비미래에너지회사(마스다르)와 EDF(프랑스전력공사) 등이 보유하고 있다. 최근 두바이 정부는 272억 달러(약 32조원) 규모의 두바이 그린펀드(Dubai Green Fund)를 조성해 신재생에너지 신규 투자에 활용키로 했다.

알누에이미 총괄이사는 "2030년까지 두바이 에너지의 25%를 청정에너지에서 얻고, 2050년까지 이 비중을 75%로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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