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인텔에 달린 삼성 내년 실적…반도체 생태계가 만든 역설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1.12.23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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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항공사진./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항공사진./사진제공=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1위 자리를 두고 다투는 경쟁자이지만, 반도체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면 공생 관계인 셈이죠."

삼성전자 (84,400원 ▼3,200 -3.65%) 반도체 사업의 내년 성적표가 경쟁자인 미국 인텔의 행보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서버 시장 성장세에 따라 서버용 D램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인텔의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 신제품 출시 시기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CPU를 새로 채용하면서 D램 모듈을 함께 교체한다.



22일 업계에서는 북미 서버 시장 성장이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 지탱에 긍정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북미 데이터센터 업체가 당초 예상과 달리 서버용 D램 주문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미 서버 시장의 내년 성장률이 13~14%에 이를 것이라 내다봤다.

국내외 증권사도 북미 서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KB증권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북미 4대 데이터센터 업체의 서버용 D램 수요가 기존 전망치를 30% 상회하고 있다고 분석했고, 도이치뱅크는 데이터센터 수요 영향으로 서버용 D램 수요가 늘면서 D램 가격 하락 폭이 예상보다는 작을 것이라 관측했다.



서버용 D램 수요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과 직결된다. 삼성의 D램 전체 매출에서 서버용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안팎인 것으로 알려진다. PC용 D램보다 고부가가치여서 수익성도 좋다. 2017~2018년 반도체 슈퍼호황기에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었던 바 있다.

서버 시장을 바라보는 긍정적 전망에는 DDR5로의 'D램 세대교체'가 있다. DDR5는 현재 PC와 노트북, 서버 등에 널리 쓰이는 메모리 규격인 DDR4를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 규격이다. DDR4보다 성능이 2배 이상 뛰어나다. 업계에서는 향후 데이터 전송속도가 7200Mbps(메가비피에스)까지 확장될 것으로 본다. 30GB(기가바이트) 용량의 초고해상도(UHD) 영화 2편을 1초에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삼성의 실적 전망이 인텔에 달렸다는 분석이 업계서 나오는 이유다. 인텔이 DDR5를 지원하는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를 출시하는 시점을 기점으로 시장 성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텔의 내년 상반기 사파이어 래피즈를 출시할 계획이다. 내년 1분기에 생산을 시작해 2분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한 인사는 "인텔이 내년에 예정된 대로 새로운 플랫폼을 출시하고 D램 교체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큰 변수"라면서 "인텔의 신제품이 적기에 공급되는지 여부가 향후 시장 방향을 판단하는 가늠좌가 될 것"이라 말했다.

삼성전자는 DDR5 시장 확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지난 10월부터 업계 최소 선폭인 14나노미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EUV(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DDR5 D램 양산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직전 세대보다 생산성을 20% 개선한 선단공정 기술을 앞세워 당분간 압도적인 선두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512GB DDR5./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512GB DDR5./사진제공=삼성전자
HKMG(하이케이 메탈 게이트) 공정과 8단 TSV(실리콘 관통 전극) 기술이 적용해 업계 최고 수준의 용량과 데이터 전송 속도를 구현한 512GB(기가바이트) DDR5 메모리 모듈 개발도 완료한 상태다. 시장 수요에 따라 적기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고성능·저전력 구현의 비결은 업계 최초로 HKMG 공정을 적용한 데 있다. HKMG는 유전율이 높은 신소재를 사용하는 공정 기술로 두께를 줄이면서도 누설 전류도 감소시킨다. 주로 시스템 반도체 공정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공정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 HKMG의 선제적 적용이 가능했다.

8단 TSV 기술은 최고 용량 구현의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고용량 메모리 시장의 확대와 데이터 기반 응용처의 확산에 따라 16Gb(기가비트) 기반으로 8단 TSV 기술을 적용했다. 범용 D램 제품으로는 처음이다.

삼성은 상용화 시기를 두고 인텔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품 개발을 완료됐던 당시 캐롤린 듀란 인텔 메모리&IO 테크놀로지 총괄은 "처리해야할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차세대 DDR5 메모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사파이어 래피즈와 호환되는 DDR5 메모리를 선보이기 위해 삼성전자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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