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천연가스 가격 연일 최고치...국내 가스株도 급등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1.12.2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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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드스트림2노드스트림2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본격적인 경제 회복과 추운 겨울 날씨의 영향으로 수요가 증가했지만, 이를 독점 공급하는 러시아가 오히려 공급을 줄이고 있어서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긴장감까지 고조되면서 유럽의 에너지 대란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소식에 이날 국내 증시에서는 천연가스 관련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30분 현재 지에스이 (3,640원 ▼15 -0.41%)는 가격 제한 폭인 29.93%(880원) 오른 38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성에너지 (9,150원 ▼60 -0.65%)(26.10%), 경동도시가스 (18,820원 ▲10 +0.05%)(4.40%) 등이 동반 상승세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가스 관련주가 동반 상승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의 가스 공급이 중단됐다. 지난 18일부터 가스 공급량이 서서히 감소하다가 이날 결국 멈춘 것이다.



이 영향으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가스 가격이 지난 10월 이후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그동안 유럽에서는 전력난과 추운 겨울 날씨 등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했지만 러시아의 공급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현재 유럽 천연가스 재고(17일 기준)는 60.2%로 과거 5년 평균치(76.8%)에 크게 못 미친다. 결국 천연가스 가격이 최근 1달 동안 40% 이상 급등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대립 구도가 천연가스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해석된다. 러-독 신규 가스배송관인 노드스트림2 가스관 승인이 지연되는 것에 러시아가 불만을 품고 유럽연합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러시아는 가스관 문제는 노드스트림2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독일 외무장관으로 임명된 안나레나 배어복 녹색당 공동대표는 노드스트림2 가동 승인을 내년 상반기까지 보류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파이프라인 제재 공식화와 더불어 향후 독일 대외정책도 러시아에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낮아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량의 가시적인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상품도 수혜를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탄소배출권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의 수익률이 지수보다 우수하게 나타났다.



글로벌 탄소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담은 대표 ETF인 KRBN은 최근 2달 동안 약 23% 상승했다. KRBN과 같은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HIS 등도 20% 이상 올랐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럽 전력회사들이 천연가스 가격 부담으로 상대적으로 값싼 석탄을 사용하면서 탄소배출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최근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도 올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AU21은 3만5100원으로 6개월 전보다 140% 이상 상승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일부터 증권사 20곳이 자기매매를 통한 배출권 거래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문제점으로 제기됐던 유동성 부족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유럽연합은 노르웨이, 알제리, 미국 등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등 러시아 의존도 낮추기에 나서고 있다.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올해 1분기 기준 46.8%에 달한다.

다만 당분간 국제사회의 갈등이 해결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윤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지역의 천연가스 재고 수준이 평년 대비 낮은 상황에서 가스 공급망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에 대한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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