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조성욱(왼쪽) 공정거래위원장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2.21.
공정위의 이런 계획은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대기업집단) 중 건설 계열사를 갖고 있거나 건설업 중심 대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공정위가 연간 업무계획에서 일정 부분 혐의를 포착한 사안을 조사·감시 대상으로 언급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일부 기업을 상대로 내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부당 내부거래의 대표 사례로는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에 이뤄지는 '일감 몰아주기' 등이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 규모를 업종별로 구분했을 때 '종합 건설업'이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과 '코크스, 연탄 및 석유정제품 제조업' 다음으로 세 번째로 크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2020년 말 기준 대기업집단의 종합 건설업 부문 내부거래 금액이 총 16조7000억원에 달하며, 관련한 주요 회사로 삼성물산, SK에코플랜트, GS건설을 언급했다. 또한 공정위는 종합 건설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모두 높은 기업으로는 셀트리온 계열사인 티에스이엔씨, 중흥 계열사인 중흥토건 등 두 곳을 꼽았다.
건설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 사건은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맡는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감시·조사 강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기업집단국을 한시 조직으로 출범시켰고, 지난 4년 동안 행정안전부의 평가 등을 거쳐 올해 5월 정규조직으로 거듭났다.
이런 계획은 공정위 시장감시국이 현재 조사 중인 쿠팡, 카카오모빌리티 사건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조사를 시작한 카카오모빌리티의 '배차 콜 몰아주기' 혐의 사건을 새해 마무리할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운송가맹사업자 KM솔루션을 통해 '카카오T 블루'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승객이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T'를 활용해 택시를 부를 때 가까이 있는 일반 택시보다 먼 곳에 있는 카카오T 블루가 우선 배차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쿠팡이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다른 납품업체 상품보다 우선 노출한 혐의를 포착해 올해 중순 조사를 시작했다. 공정위가 경제정책방향에서 언급한 '심판과 선수의 이중적 지위에 기반한 자사 우대'가 쿠팡 사례로 해석된다.
이밖에 공정위가 조사 중인 △구글의 한국 게임사 대상 게임 독점 출시 강요 혐의 △페이스북 및 구글의 디지털 광고시장 불공정거래 혐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공모전 저작권 갑질 혐의 사건 등도 내년 중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