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IT(정보·기술) 분야의 굵직한 법안으로는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과 'n번방방지법' 등 두 건이 꼽힌다. 시행 전부터 각계의 기대를 받았지만, 업계 분위기는 미지근하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물론이고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앱(In-app) 결제'를 강제하는 구글의 갑질을 막겠다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구글이 꼼수로 대응하며 빛이 바랬다. 구글은 제3자 결제를 허용하면서도 수수료를 기존보다 단 4%포인트만 낮췄다. 높은 '통행세'를 피하고자 했던 국내 개발사들은 실익이 없어졌다.
이처럼 현실과 괴리가 큰 법안이 나온데 대해 업계에선 소통의 아쉬움을 꼽는다. '구글의 꼼수'와 '검열 공포'는 입법 단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수많은 간담회와 전문가들의 제언이 있었지만, 법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명백한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지난달 내놓은 시행령은 여전히 구글의 꼼수를 잡아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오픈카톡에 집착하는 사이 성범죄자들은 더욱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든다.
'세계 최초 글로벌 플랫폼 견제', '불법 디지털 성범죄 엄단' 등의 성과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두 법안의 탄생을 자축할 시간은 이미 지났다. 이제는 행정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