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상장 앞두고 LG화학 '비명'…"한때 52주 신저가" 왜?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1.12.21 11:53
글자크기

오늘의 포인트

LG화학 미주 테크센터 및 ABS 컴파운드 공장 조감도LG화학 미주 테크센터 및 ABS 컴파운드 공장 조감도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앞두고 모회사 LG화학 (373,000원 ▼8,500 -2.23%)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최근 2차전지 관련 투심 악화와 LG엔솔 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디스카운트 우려가 맞물리며 주가는 내리막을 걷는 상황이다.

21일 오전 11시 45분 현재 LG화학 (373,000원 ▼8,500 -2.23%)은 전 거래일 대비 1만8000원(2.74%) 내린 63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때 63만60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이다.



이날 전반적으로 2차전지 관련주는 약세를 보인다. 삼성SDI (413,500원 ▼8,500 -2.01%)(-2.60%), SK이노베이션 (107,500원 ▼2,500 -2.27%)(-1.83%) 등 여타 배터리주뿐만 아니라 에코프로비엠 (234,000원 ▼11,500 -4.68%)(-2.55%), 엘앤에프 (154,200원 ▼5,800 -3.63%)(-4.14%), 천보 (73,000원 ▼2,200 -2.93%)(-1.83%) 등 소재주도 내림세다.

최근 미국 전기차 관련주의 약세로 관련 투심이 약해진 영향이 크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3.50%), 리비안(-7.90%), 루시드(-5.05%) 등 전기차 관련 종목은 급락했다.



특히 전기차 산업이 수혜가 기대되는 사회지출법안 통과가 미국 의회에서 난항을 겪은 점도 한몫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조 만친 민주당 상원의원이 관련 법안이 통과된다면 미국 국가 부채가 급증할 것이라며 사회지출법안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며 "이는 전기차와 충전 시스템, 태양광 관련 종목 등의 낙폭 확대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앞서 리비안은 지난 19일에도 부진한 실적과 칩 부족에 따른 단기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으로 10.26% 급락했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의 잇따른 지분 매도로 고점(1243달러) 대비 27% 넘게 빠진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차전지주 가운데서도 LG화학의 약세가 유독 두드러지는 이유로 LG에너지솔루션의 내년 상장을 꼽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2차전지 사업을 영위하는 LG화학의 자회사로, 지난해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됐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으로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의 교체 수요가 생긴다는 점이다. 2차전지 ETF(상장지수펀드)가 대표적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후 수시변경 형태로 종목 교체를 예상한다"며 "이는 교체 매매 전까지 LG화학에 대한 매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ETF 내 LG화학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스위칭(바꾸기)하는 식으로 이차전지 ETF에 포함된 여타 종목들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KODEX2차전지산업}, {TIGER2차전지테마}, {TIGER2차전지K-뉴딜} 등 국내 2차전지 상품의 AUM(운용자산)은 3조원을 넘는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각 ETF에서 LG화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19.5%, 8.8%, 24.1%에 달한다.

2차전지 ETF로 LG에너지솔루션이 신규 편입된다면 LG화학은 그만큼의 자금이 빠져나가게 되는 셈이다. 다만,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공동 보유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일부는 비중 조정이 불가피하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기변경 이외 특례편입 조항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아 LG에너지솔루션의 편입일정을 특정하기는 어렵다"며 "리밸런싱 방식은 LG화학을 전량 대체하거나 LG에너지솔루션과 공동 보유할 경우를 모두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기관 자금 이탈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 3일 이후 전날까지 LG화학을 12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연기금은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2460억원) 다음으로 LG화학 (373,000원 ▼8,500 -2.23%)(2251억원)을 가장 많이 팔았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디스카운트' 문제도 제기된다. 모회사 디스카운트란 증권시장에 모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상장돼 있어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의 지분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상이다. 자회사에 직접 투자할 수 있어 모회사에 투자할 매력이 낮기 때문이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2015~2019년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단 한 개의 자회사만 상장한 국내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자회사 상장 후 12개월간 39곳(분석 가능 기업 기준) 가운데 24곳(61.5%)이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했다.

LG화학의 지주사인 LG (77,900원 ▼1,200 -1.52%)를 보더라도 모회사 디스카운트는 여실히 드러난다. LG의 시가총액은 12조7414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LG가 보유한 LG화학 지분가치(30.06%·13조5596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자회사 IPO(기업공개)를 통해 이익을 얻는 주체는 모회사의 주주가 아니라 우리사주조합과 IPO를 통해 신주를 배정받은 투자자로 한정된다"며 "이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의 권리는 철저하게 소외된다"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