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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쥐고기 주세요"...바다의 천덕꾸러기, 이젠 없어서 못먹는다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21.12.1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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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바다이야기, 어록(魚錄)(18)] 바다의 3대 푸아그라 쥐치 간…진짜 쥐포 '알포'

편집자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우리나라 물고기,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여기 쥐고기 주세요"...바다의 천덕꾸러기, 이젠 없어서 못먹는다




경남 일부 지역의 음식점에 들어가면 "쥐고기를 달라"고 요청하는 동네 손님들의 주문을 들으며 기겁할 때가 있다. 지역마다 즐기는 식문화가 다르다지만 어떻게 쥐를 먹을까 의아해하고 있노라면 양념에 무쳐 접시에 담은 두툼한 생선이 나온다. 동네 사람들이 주문한 쥐고기의 정체는 '쥐치'다.

쥐치는 환상적인 맛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물고기다. 주로 가공식품인 쥐포로 유통되고, 살아있는 쥐치는 현지에서 상당 부분 소비되는 탓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30여년 전에 비해 100분의 1로 급감한 어획량이다.

쥐의 이빨을 닮은 고기
가장 많이 소비하는 쥐치과 '말쥐치'. /사진=국립수산과학원가장 많이 소비하는 쥐치과 '말쥐치'.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우리가 흔히 쥐치류로 부르는 어종은 복어목(Tetraodontiformes) 쥐치과(Monacanthidae)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우리나라에는 쥐치, 말쥐치, 객주리, 그물코쥐치, 날개쥐치, 별쥐치 등 12종이 보고돼 있고, 이 중 주로 쥐치와 말쥐치가 잡힌다. 쥐치는 몸길이 20㎝ 안팎까지, 말쥐치는 최대 35㎝ 안팎까지 자란다. 둘 다 동해, 남해와 제주해역에 주로 분포한다. 봄부터 초여름까지 산란하고, 부화한 어린 물고기는 연안 가까이 해조류 아래 살다가 성장하면서 보다 깊은 바다로 이동한다.



쥐치과 어류는 몸과 머리가 심하게 옆으로 납작하며 타원형이다. 주둥이 끝이 뾰족하고 입이 작으며, 강한 앞니를 가지고 있어 작은 물고기는 물론 단단한 갑각류나 조개류도 잘 사냥해 먹는다. 눈 위쪽 머리에는 강한 1~2개의 가시가 있다. 두번째 가시는 상대적으로 매우 작다. 몸과 머리에는 비늘이 없는 대신 가죽같이 질기고 거친 껍질로 감싸고 있다.

쥐치과 어류는 돌출된 주둥이에 넓적하고 단단한 이빨이 쥐의 이빨을 닮았기에 '쥐고기'로 불린다. 경남 일대와 제주도에서는 쥐치를 '참쥐치'로, 말쥐치를 '객주리'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정식 국명으로 등재된 객주리는 따로 있다. 진짜 객주리는 쥐치과 어류 중 몸길이가 최대 80㎝에 이르는 대형종으로 비교적 따듯한 제주도 일대에서 일부 잡힌다. 제주도에서 진짜 객주리를 말쥐치와 구분하기 위해 '월남객주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낚시 미끼 갉아먹는 천덕꾸러기
말쥐치보다 작고 앙증맞은 쥐치(참쥐치). 맛은 더 좋다는 평이 많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말쥐치보다 작고 앙증맞은 쥐치(참쥐치). 맛은 더 좋다는 평이 많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낚시꾼들에게 쥐치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입이 작다보니 바늘째 삼키지도 못하면서 미끼를 갉아서 먹고 도망가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인 조선 후기 김려의 우해이어보에서는 쥐치를 서어(鼠漁)라고 언급하면서 "입이 작아 미끼를 갉아먹는 게 쥐와 같다"고 기록했다.

최소 조선 후기부터 소비되기 시작한 상대적으로 다른 종보다 인기가 떨어졌다. 쥐치의 인기를 대폭 높인 것은 '쥐포'다. 1960년대 이후 쥐치를 가지고 생산한 쥐치포(쥐포)가 유행하면서 선호도가 높아지고 많이 소비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삼천포에만 100여곳 넘는 쥐포 가공업체가 들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가공업체가 문을 닫고 소수만 수입산 쥐치를 재료로 쥐포를 생산중이다. 이는 어획량 급감과 연관됐다. 말쥐치는 1980년대 연간 20만~30만톤씩 잡혔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어획량이 급감해 최근에는 연간 2000~3000톤만 잡힌다. 30년 새 100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다행히 말쥐치는 양식이 가능해 최근 양식 개체들이 횟감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

이러한 양식 말쥐치는 사시사철 안정적인 맛을 제공한다. 이에 비해 자연산 쥐치와 말쥐치는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주로 잡힌다. 산란기에 접어들기 전 먹이활동을 왕성히 하며 살을 찌우는 가을과 겨울에 맛이 좋다.

먹으면 골로 가는 날개쥐치는 조심해야
내장에 독을 품고 있는 날개쥐치. 이렇게 꼬리지느러미가 긴 날개쥐치는 잡히자마자 놔줘야 한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내장에 독을 품고 있는 날개쥐치. 이렇게 꼬리지느러미가 긴 날개쥐치는 잡히자마자 놔줘야 한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쥐치와 말쥐치 및 객주리는 체형, 지느러미 색 및 무늬로 구분이 가능하다. 쥐치는 마름모꼴 체형을 가지고 있고 꼬리지느러미 및 가슴지느러미가 밝은 갈색을 띄고 몸에는 여러 개의 암갈색 줄무니가 흩어져 있다. 말쥐치의 체형은 긴 타원형이며 꼬리지느러미 및 가슴지느러미가 푸른색이고, 몸은 등쪽에 회청색을 배쪽은 회갈색을 보인다. 객주리는 낮은 체고와 긴 체형을 가지고 있으며 최대 80㎝까지 가장 크게 자란다. 객주리의 꼬리지느러미 끝은 쥐치와 말쥐치와 달리 끝이 약간 오목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쥐치과 어류는 독특한 외형으로 대부분의 다른 어류와 쉽게 구분되나 쥐치복과(Balistidae) 어류와 형태적으로 유사하다. 쥐치과의 눈 위쪽 등지느러미 가시의 개수는 2개 이하인데 비해 쥐치복과는 3개라는 점에서 명확하게 구분된다. 아울러 쥐치복과 어류는 대부분 아열대성 또는 열대성 어류이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드물게 어획되며 상업적으로 이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잡히는 쥐치과 어류 중 날개쥐치를 조심해야 한다. 이 종은 열대성 종으로 아주 드물게 우리나라에서 어획되고 있는데 그 외형도 화려하다. 날개쥐치는 내장에 맹독을 가지고 있어 식용이 불가능한 종으로, 아주 우연하게 이 종이 손에 들어온다 해도 절대로 먹으면 안된다. 날개쥐치는 체고가 낮고 긴 타원형으로 꼬리지느러미가 길고, 몸에는 황갈색 반점이 흩어져 있고 푸른색 줄무늬가 있어 다른 쥐치과 어류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진짜 쥐포'는 알포, 횟감 먹을 땐 "간도 주세요"
말쥐치 1마리에 2장만 나온다는 진짜 쥐포 '알포'. /사진=네이버쇼핑말쥐치 1마리에 2장만 나온다는 진짜 쥐포 '알포'. /사진=네이버쇼핑
흔히 영화관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먹는 쥐포는 다른 생선의 어육을 활용해 납작하게 펴낸 뒤 조미한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술집에서 결대로 찢어지는 쥐포를 내온다면 100% 쥐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말쥐치의 수급 불안정성 때문이다.

쥐치의 양을 불리기 위해 쥐치포에 설탕 등 조미료를 첨가하면서 수차례 압착해 만드는 제품도 있다. 이를 흔히 '빵포'라고 부른다. 현지인들은 진짜 쥐치로 만든 자연식 쥐포를 '알포'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알포는 압착 없이 해풍에 말쥐치를 말려서 만든다. 말쥐치 1마리에 딱 2장의 알포가 나온다. 조미도 최소한으로 하기에 쥐치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는 방식이다. 다만 가격이 높은 편이다.

횟감으로 소비할 때는 간도 생으로 먹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생선이다. 홍어 간, 아귀 간과 함께 바다의 3개 푸아그라로 불린다. 쥐치의 간은 신선할 땐 날것으로 먹는데, 특히 기름장과 궁합이 좋다. 갈아서 간장과 생강, 와사비를 곁들여 생선회 소스로 먹어도 매우 훌륭하다.

유효재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는 "쥐치는 복어처럼 육질이 상당히 단단하기 때문에 회를 썰 땐 복어처럼 최대한 얇게 썰어야 더 좋은 맛을 즐길 수 있다"며 "쥐치과 어류는 살이 단단하기 때문에 회 외에 구이나 조림 등 어떤 요리를 하더라도 맛이 좋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에선 말쥐치 조림이 유명하고, 남부지방에선 말쥐치를 넣은 매운탕도 인기가 좋다. 지방 함량이 적은 말쥐치 덕분에 말쥐치 매운탕은 국물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살도 부스러지지 않고 탱글탱글하게 유지된다.

5~7월은 말쥐치 금어기, 18㎝ 이하는 방생 필수
위판장에서 경매 대기중인 말쥐치. /사진=국립수산과학원위판장에서 경매 대기중인 말쥐치. /사진=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은 최근 자원량이 급감한 말쥐치의 자원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방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포획·채취가 금지되는 금어기를 5월 1일~7월 31일로 지정해 운영중이다. 포획·채취 금지체장은 18㎝ 이하다. 이를 어기면 최대 8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맛있는 쥐치와 말쥐치, 대한민국 수산대전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해양수산부/사진=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가 올해 1년 내내 여는 '대한민국 수산대전'에서는 맛있는 말쥐치와 다른 생선들을 두루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 수산대전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과 어민들을 위한 수산물 할인행사다. 대한민국 수산대전 홈페이지(www.fsale.kr)에서 현재 진행중인 할인행사와 이벤트, 제철 수산물 정보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수산대전에는 전통시장부터 오프라인 마트, 온라인 쇼핑몰, 생활협동조합, 수산유통 스타트업 등 수산물 주요 판매처가 대부분 참여한다.

대형마트 8개사(이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GS리테일, 메가마트, 서원유통, 수협마트), 온라인 쇼핑몰 15개사(11번가, 컬리, 쿠팡,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이베이코리아, 수협쇼핑, 위메프, 오아시스, SSG.com, CJ ENM, 더파이러츠, GS홈쇼핑, 롯데온, 인터파크, 꽃피는아침마을), 생협 4개사(한살림, 아이쿱, 두레, 행복중심 생협), 수산 창업기업 4개사(얌테이블, 삼삼해물, 풍어영어조합법인, 바다드림)에서 사시사철 할인 쿠폰을 뿌린다.

행사기간에 맞춰 생선을 주문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20% 할인에 참여업체 자체 할인을 더해 반값에도 구입할 수 있다. 제로페이앱을 쓰면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수산물 상품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맨날 먹는 광어와 우럭, 도미 회와는 색다른 맛을 느껴복 싶다면 오늘 쥐치를 먹어보는 건 어떨까. 맨날 가볍게 씹어대던 쥐포와는 또 다른 맛의 세계에 눈을 뜰 기회다.

감수: 유효재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해양수산연구사
말쥐치로 끓인 매운탕. /사진=국립수산과학원말쥐치로 끓인 매운탕. /사진=국립수산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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