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테크 전에 안목부터…교과서에서 봤던 거장을 만나자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12.2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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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연말 일상에 미술관 나들이 관심…팬데믹 해답 찾는 '초현실주의' 전시 등 볼거리 풍성

살바도르 달리. /사진=뉴시스살바도르 달리. /사진=뉴시스


#. 직장인 이모씨(30)는 연말을 맞아 친한 친구와 미술관 전시를 찾고 있다. 지난 여름 세기의 전시라 불렸던 '이건희 컬렉션'을 운 좋게 구경하고 난 뒤 부쩍 미술에 대한 관심이 늘었는데, 찾아보니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보던 이름 난 거장들의 전시가 열리고 있어서다. 이씨는 "코로나 거리두기로 연말 모임도 몽땅 취소되고 여행도 쉽지 않아 우울했는데, 흥미로운 전시가 많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가 멈추고 고강도 거리두기가 다시 시작되며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증으로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진데다, '아트테크'에 푹 빠진 MZ(밀레니얼+제트)세대가 안목을 키우기 위해 미술 전시회를 찾으면서다. 때마침 살바도르 달리, 샤갈 등 연말을 맞아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의 작품들도 한국을 찾아 관람객과 만난다.



코로나 블루, 초현실주의에 눈이 가네
고 이건희 회장이 소장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사진=문화체육관광부고 이건희 회장이 소장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사진=문화체육관광부
가장 눈에 띄는 전시 주제는 초현실주의다. 2년 가까이 지속되는 미증유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에 정확히 한 세기 전 서양 미술계에 태동했던 초현실주의가 소환됐다. 스페인독감과 1차 세계대전, 대공황으로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상을 잃어버리고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시대상이 오늘날과 맥이 통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전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 중인 스페인 작가 살바도르 달리(Savlador Dali, 1904~1989)의 국내 첫 공식 회고전 '살바도르 달리 : Imagination and Reality'다. 초현실주의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괴짜 천재이자 기행을 일삼았던 달리의 유화와 삽화, 설치작품, 사진 등 140여점이 전시 중이다. 녹아내리는 시계 등 작품들이 국내에서 워낙 유명한 데다, 복제품이 아닌 원화까지 왔다는 소식에 매번 관람인파로 붐비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예술의전당/사진=예술의전당
달리의 작품은 DDP가 있는 강북에서 한강을 건너 강남으로 내려와도 볼 수 있다. 유럽에서 초현실주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의 작품 등 180여점의 걸작들이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으로 등장한 대가들의 꿈과 사유, 상상의 결과물을 볼 수 있다. 달리 뿐 아니라 르네 마그리트의 '그려진 젊음', 마르셀 뒤샹 '여행 가방 속 상자' 등이 전시돼 있다.

이건희 컬렉션에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던 초현실주의 거장 샤갈의 전시도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파란색을 비롯, 절정에 달한 색감을 보였던 샤갈이 성서를 주제로 만든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강기슭에서의 부활', '푸른 다윗 왕'등 유화, 과슈를 포함한 19점의 명작과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4m에 육박하는 대형 태피스트리 2점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야수파'부터 '팝아트'까지
/사진=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사진=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초현실주의 외에 20세기를 달궜던 미술 흐름도 짚어볼 수 있다. 피카소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꼽히는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를 조명한 '앙리 마티스:라이프 앤 조이'전이 오는 21일부터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20세기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회화 운동인 야수주의를 대표하는 마티스의 200여점에 달하는 원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암투병 중에도 데쿠파주(종이 오리기) 기법의 정수를 담은 아트인 '재즈(Jazz)'의 원본도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31일부터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칸딘스키, 말레비치 등 20세기 러시아 아방가르드 대표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은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전'을 연다. 20세기 현대미술, 건축 등 다방면에 영향을 준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품을 대량으로 보유한 예카테린부르크미술관의 작품을 중심으로 러시아 각지에서 국보급 작품들이 넘어왔다.

최근 아트테크에 뛰어든 MZ세대가 예의주시하는 팝아트의 진수도 감상할 수 있다. 서울숲 아트센터는 이달 초부터 '로이 리히텐슈타인전: 눈물의 향기'를 전시 중이다. '행복한 눈물'로 유명한 팝아트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국내 첫 전시로 13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더페이지갤러리는 지난달 18일부터 '팝의 황제'로 불리는 앤디 워홀의 개인전 'ANDY WARHOL, Merry Christmas'전을 진행하고 있다.
카지미르 말레비치,'절대주의 구성 회화' , 캔바스에 유화, 88.7×71.1cm ⓒChristie's.카지미르 말레비치,'절대주의 구성 회화' , 캔바스에 유화, 88.7×71.1cm ⓒChris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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