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입술붓고 터졌는데...靑 "순방폄훼는 국민위한 자세아냐"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1.12.1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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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박수현 국민소통수석,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이야기 '요소수의 교훈...호주와 우즈베키스탄에서 찾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우즈베키스탄 정상회담에서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17.[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우즈베키스탄 정상회담에서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17.


청와대가 19일 "코로나 일상회복의 준비부족으로 국민께 고통을 드리게 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를 했지만, 우리나라 정상의 호주 국빈 방문의 성과마저 폄훼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자세가 아니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28회'에 '요소수의 교훈...호주와 우즈베키스탄에서 찾다!'란 제목의 글을 통해 "공급망 확보와 다각화에 호주만큼 유리한 나라는 흔하지 않다. 게다가 우리의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1조원 규모의 방산 수출이라는 커다란 국익까지 곁들여 있는 호주방문이었으니 아무리 높이 평가한들 부족함이 없다고 평가한다"며 이같이 적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호주 국빈방문에서 돌아온 다음 날인 지난 16일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위중증 환자의 증가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 등의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방역조치를 다시 강화하게 돼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박 수석은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 문 대통령은 국내 코로나 상황이 엄중해진 가운데 호주 국빈 방문길에 올랐다"며 "극히 일부이겠지만 '이 와중에 해외를 가느냐? 외유 아니냐?'는 비난이 눈에 보이는 듯 선했지만 호주의 거듭된 요청과 정해진 국빈 방문을 미룰 수는 없었다. 그리고 대통령은 자원 부국인 호주의 핵심광물 확보를 통한 공급망 강화라는 소중한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시드니=뉴시스] 전진환 기자 =  호주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호주 시드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호주 핵심광물 공급망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12.14.[시드니=뉴시스] 전진환 기자 = 호주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호주 시드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호주 핵심광물 공급망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12.14.
'핵심광물'은 경제·산업적 가치가 크고 수요가 높지만 공급 리스크가 큰 광물을 말한다. 전기차와 이차전지 등 미래 전략산업의 필수 소재다. 글로벌 탄소중립 추진에 따라 2020년 대비 2040년 핵심광물 수요는 리튬 42배, 흑연 25배, 코발트 21배, 니켈 19배, 희토류 7배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는 세계적인 핵심광물 보유 국가로서 2020년 기준 니켈은 매장량 세계 2위와 생산량 5위, 리튬은 2위와 1위, 코발트는 2위와 7위, 망간 4위와 3위, 희토류는 6위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 수석은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호주에서 귀국하자마자 우즈베키스탄과의 정상회담에서 '희소금속 다각화'를 위한 협력에 합의했다"며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대통령은 잠시 쉴 틈도없이 우즈베키스탄과의 정상회담 자료를 살펴봐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도착 후 PCR 검사를 받은 대통령은 관저에 도착하자마자 코로나 관련 보고서를 새벽까지 읽으며 상황을 점검했고, 몇시간이라도 휴식을 취하길 바랐지만 여지없이 티타임 참모회의가 소집됐다"며 "며칠 만에 뵙는 대통령의 입술은 붓고 터져 있었다. 차마 뵙기조차 송구스러우나 코로나 방역강화 조치로 고통받는 국민을 생각하면 대통령께 '얼마나 노고가 크셨습니까'란 인사 한마디도 드릴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잘 몰랐고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던 '요소수의 교훈' 이고, 앞으로 공급망의 가치사슬을 더욱 튼튼하게 하는 일은 대통령과 정부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요소수와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다.
[성남=뉴시스] 김진아 기자 = 7박 9일간의 유럽 순방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1.11.05.[성남=뉴시스] 김진아 기자 = 7박 9일간의 유럽 순방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1.11.05.
박 수석은 "지난 11월5일 유럽 3개국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문 대통령의 첫 일성은 '요소수는요?'였다"며 "문 대통령은 11월8일까지 특별한 일정없이 요소수 사태를 비롯한 여러가지 보고서를 검토하면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이날도 여지없이 참모회의가 소집됐다"고 회상했다.



박 수석은 이어진 오찬 자리에서 "대통령님! 기자들은 오늘도 틀림없이 대통령께서 휴식없이 참모회의를 소집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고, 실제로 그랬는지 질문을 할 겁니다. 뭐라고 대답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요소수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세요"였다고 한다.

박 수석은 "이후 참모회의때 마다 요소수에 대한 대통령의 질문과 지시는 수없이 이어졌다"며 "안일환 경제수석은 건강문제로 지난 추석부터 사의를 표했지만 국정감사 까지만 마무리해 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국감후 갑자기 터진 요소수 문제로 TF단장을 맡아 자신의 몸도 돌보지 못하고 강행군을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모두가 매일매일 비장하고 결연한 자세로 이 문제에 집중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아쉬움은 요소나 요소수가 평소에도 수급관리가 필요한 전략물자가 아니고 시장에 맡겨진 품목이라 하더라도 지난 10월에 중국의 발표가 있은 후 며칠동안 보고와 관리체계가 왜 신속하게 작동하지 않았는가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11월8일 문 대통령의 휴식일에 갑자기 소집된 티타임 참모회의에서 대통령의 말씀에는 질책과 지시가 동시에 들어있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국무회의가 열린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07.[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국무회의가 열린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07.
문 대통령은 당시 "10월11일 중국 발표 이후 대응이 늦은 것으로 보이는데 업계와 부처, 대사관 그리고 청와대 대응을 파악해 봐라. 규모가 있는 기업들은 여유분이 있을 수 있으나 그때그때 주유소에서 구입하는 차주나 개인용달과 같은 분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며 "공공부문 여유분의 활용도 강구하되 소방부분 활용은 국민불안이 있을 수 있으니 군 쪽의 여유분에 대한 활용방안을 살펴보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또 국내에서의 임시생산이 가능한지와 기존 생산하는 곳이 있다면 풀가동하여 생산량을 늘리는 것도 시급하게 검토하기 바란다"며 "비록 물량이 적더라도 호주에서 군수송기로 실어오는 것처럼 발빠르게 대응하고 국내 대책과 국외 수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바란다. 시급한 대책을 추진하면서도 제2의 요소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품목이 있는지 꼼꼼이 살펴 보고해 달라"고 했다.

박 수석은 "대통령의 요소수 관련 지시는 이 날을 포함해 8차례 정도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실 '지시사항'만 그렇다는 것이지 보고와 걱정은 하루도 빠진 적이 없었다"며 "안일환 경제수석이 어느 정도 요소수 문제를 일단락 짓고 건강 악화로 더이상의 근무가 불가능해지자 박원주 경제수석이 후임으로 정해졌는데 요소수에 대한 보고와 대책은 이후에도 거의 매일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3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차관급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 김현환 문체부 기조실장, 2차관에 오영우 1차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조실장, 소방청장에 이흥교 부산 소방재난본부장, 농촌진흥청장에 박병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를 각각 내정했다. 또, 해양경찰청장에 정봉훈 해경 차장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에 유국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중앙과학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 김창수 국가안보실 통일정책비서관을 인선했다. 2021.12.3/뉴스1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3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차관급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 김현환 문체부 기조실장, 2차관에 오영우 1차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조실장, 소방청장에 이흥교 부산 소방재난본부장, 농촌진흥청장에 박병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를 각각 내정했다. 또, 해양경찰청장에 정봉훈 해경 차장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에 유국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중앙과학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 김창수 국가안보실 통일정책비서관을 인선했다. 2021.12.3/뉴스1
박 수석은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일 수는 없지만 대통령의 지시와 질문은 매우 구체적이었고 정부 종합대책의 길잡이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아래와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했다.

"단기대책 외에도 장기계약 다각화, 국내 생산기반 확보 등 중장기 대책 마련도 발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생산의 가격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하기 바랍니다"

"특정국에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대책, 국내 생산 역량을 갖추는 것과 함께 기업도 재고량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경영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에 해당하는 품목은 일정량의 재고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총량면에서는 확보되었으나, 현장에서 제대로 유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00대 거점 주유소만 유통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유통 문제를 빠르게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기 바랍니다"

"산업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면서 요소수 같은 문제들이 다수 발생할 수 있으니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필요하다면 국책연구소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도 검토하기 바랍니다"

"요소 보유 국내 업체의 협조가 이루어진다면, 업체에 대한 감사 표시와 업체의 기여를 충분하게 평가해 주기를 바랍니다"



"단기적으로는 요소수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자신있게 대응하기 바랍니다. 신속도입을 위한 할당관세 0% 적용, 배송지원 등 정부 노력이 잘 부각될 수 있도록 묶어서 국민께 알려드리기 바랍니다"

"매점매석을 자제해 달라는 메세지가 오히려 매점매석을 부추길 수도 있으니 이제 요소수 문제가 어느정도 해소되었다는 메세지를 자신있게 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국민 불안 심리를 하루라도 빨리 해소하기 위하여 중국 수출 절차 재개 관련 진행상황을 국민께 즉시 보고드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차후에라도 수출 절차 재개를 위한 주중 대사관 등 정부의 노력과 중국의 배려에 대해서도 국민께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박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는 대책에만 그치지 않고 국민의 불안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홍보메시지 발신과 협조기업에 대한 감사까지 포함돼 있었다"며 "대통령은 요소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어느 국가든 직접 정상에게 통화를 하거나 서한을 보내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했는데 대통령의 이 말씀은 참모들을 더욱 결연한 자세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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