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쿠팡보다 빨랐던 '농슬라'…年매출 1조원의 비밀

머니투데이 달성(대구)=이재윤 기자 2021.1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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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2배 늘린 대구 대동공장의 혁신…美시장확대, 중소형 트랙터 CK 5만대 수출

대동 대구공장에서 제작된 CK 트랙터와 콤바인 등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이재윤 기자대동 대구공장에서 제작된 CK 트랙터와 콤바인 등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이재윤 기자


투입되는 부품만 2만여개에 달하는 트랙터가 5~10분마다 한 대씩 나오는 공장. 효율성을 극도로 끌어올려 생산량을 2배 가량 늘리고 기간 매출액까지 2배로 증가시킨 기업이 있다. 올해로 창립 74주년을 맞은 장수기업 대동 (10,250원 ▲250 +2.50%)(옛 대동공업) 얘기다. 탄탄한 기술력으로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까지 인정받으면서 연매출 1조원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지난 17일 머니투데이가 찾은 대구 달성군 대동 본사공장 곳곳에는 혁신생산 기술이 녹아있었다. 면적 23만1405㎡(약 7만평)부지에 1000여명의 인력이 일하는 이 곳에선 트랙터와 콤바인, 이앙기, 지게차 등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주력 제품인 트랙터를 기준으로 1년에 최대 6만대까지 생산이 가능한 국내 최대 수준의 농기계 공장이다.



농기계는 모습은 투박해보여도 엔진 제작부터 설계, 품질관리까지 흔히 생각하는 승용차와 다를 게 없다. 엔진 출력도 20~140마력으로 다양하다. 협력업체 280곳, 들어가는 부품은 수만개에 이른다. 올해로 입사 30년차인 노재억 대동 대구공장장(전무)은 "승용차는 주행만 하면 되지만, 이건 농삿일이나 작업까지 해야하기 때문에 제조방법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노재억 대동 대구공장장(전무)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있다./사진=대동노재억 대동 대구공장장(전무)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있다./사진=대동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자동화 시스템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조립과 도색 등 모든 공정이 시스템에 맞춰 돌아가고 있었다. 특히 대동 조립공장에선 5m높이에서 엔진 등 주요부품의 도색작업이 동시에 이뤄진다. 천정에 매달린 '오버헤드 컨베이어 라인'은 자동으로 부식을 막기 위한 도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박인호 대동 차장은 "하나의 공장을 2개로 나눠쓰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생산량이 최근 2배 가량 늘면서 조립라인은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2019년 취임한 노 공장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중소형 트랙터 수요를 감당하려면 생산 효율성을 높여야 했다"며 "제품 종류가 300여종에 이른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을 도입해야했다"고 말했다. 자동화와 다양한 제품을 한 라인에서 생산하는 유연생산시스템을 통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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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시스템도 한 몫했다. 공장 2개동 사이에 위치한 높이 15m짜리 '자동화 창고'가 핵심이다. 1994년 도입돼 낡았지만 부품을 관리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부품 1만5000여종을 9000여개 상자(버켓)과 4500여개 판자(파레트)에 보관하는데 간단한 조작으로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 분류체계 등 물류창고 혁신으로 성장한 미국 아마존(1994년 설립)과 한국 쿠팡(2010년)에 도입된 구 버전 시스템이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량이 늘면서 실적도 껑충 뛰었다. 대동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8900억원이며, 연말까지 1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효자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20~30마력대 중소형 트랙터 CK다. CK 트랙터는 2015년 출시해 올해까지 누적 수출대수 5만대를 기록했다. 김동균 대동 북미법인 대표는 "소형 트랙터 시장에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라고 말했다.


대동은 기술 자신감으로 올해 초 10년, 3000시간 무상보증을 하겠다고 밝혔다. 연구개발(R&D)도 꾸준히 진행 중이며 올해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140마력급 대형 트랙터도 선보였다. 대동은 자율주행 트랙터 등도 개발하면서 소위 '농슬라(농기계와 미국 자율주행업체 테슬라의 합성어)'라고도 불린다. 노 공장장은 "앞으로 백년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동 대구공장 직원들이 CK 트랙터 5만대 수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사진=대동대동 대구공장 직원들이 CK 트랙터 5만대 수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사진=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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