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국장
재계에선 삼성발 '3S'(Seventy·Select·Shift) 바람이란 말도 나온다. 혹자는 과감한 발탁을 '서프라이즈'(Surprise)로 표현했다. 어쨌든 'S'다. 삼성(Samsung)까지 다 합쳐 '5S'라고 칭해도 되겠다. 최근 만난 대기업 임원들 사이에선 '66년생'까지가 안정권 등급컷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물론 66년생 이후 임원퇴직도 적지 않다. 자녀의 대학입시에서 '추합'(추가합격)을 기원한다면 본인은 직장인사에서 '추탈'(추가탈락)을 걱정할 처지다. 순번이 몇 바퀴 도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막상 삼성이 예상을 깨고 큰 변화를 주자 다들 변화해야 하지 않느냐는 긴장감이 한층 거세게 느껴진다. 과거에도 삼성의 행보가 곧 재계 경영의 새로운 트렌드로 인식되곤 했다. 삼성이 '위기'라고 하면 우리도 '위기'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이번에도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이 세대교체 인사와 임원직급체계 개편 등에 나서자 다른 대기업도 방향까지 잡아 놓은 인사안을 다시 살피고 있다고 한다. 한 대기업 계열사 임원은 "삼성의 인사 이후 사외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갑자기 경영진 나이와 이력, 직급체계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해왔다"고 했다. 이러면 인사를 앞둔 CEO는 세대교체 주문으로 알고 고민에 빠진다. 금융권도 KB금융그룹의 '66년생 KB국민은행장 발탁'을 필두로 세대교체 바람이 심상치 않다.
임원들은 당연히 싱숭생숭하다.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에 달하는 '새로운 별'(임원)이 생겨나고 다른 한편에선 그만큼의 별이 쓸쓸하게 진다. "이제 정든 ○○○을 떠납니다. 돌아보니 00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퇴직하는 임원들의 문자가 줄을 잇는다. 대부분 60년대 초·중반 출생이지만 70년대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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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은 산과 같고 할 말은 강과 같은데 나가라고 하니 떠나겠습니다. 가는 곳이 사막인들 어떻겠습니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수 년 전 어느 퇴직임원의 고별인사다. 사연 없는 이별이 어디 있고, 사연 없는 퇴사가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