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 김태현도 45살이면 출소 가능…"가석방없는 종신형 도입해야"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2021.12.16 14:35
글자크기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직장 동료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A씨(41)가 지난 7월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직장 동료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A씨(41)가 지난 7월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돈을 뺏으려다 거절당하자 '10년 지기'를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에서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까지 유기한 A씨(41)는 지난 15일에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방청하던 유족은 선고를 듣고 흐느꼈다. 법정을 나와서는 눈물을 쏟았다. 숨진 피해자에겐 어린 두 자녀도 있다고 전해진다. 징역 40년이 피해 유족이 바라던 결과는 아니었다. 지난달에 열린 마지막 공판에서 검사는 A씨에 사형을 구형했다.



판사도 A씨를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사형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정한 사형의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형 선고가 어렵다면 피고인을 사회와 영구적으로 격리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문의 여지 없을 정도로 사형 정당화돼야"...엄격한 기준
살인·사체은닉 등 혐의로 기소된 장대호, 전 남편과 의붓아들 살해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사진=머니투데이 DB, 뉴스1살인·사체은닉 등 혐의로 기소된 장대호, 전 남편과 의붓아들 살해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사진=머니투데이 DB, 뉴스1
한국은 1997년을 끝으로 20년 넘게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 국제엠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구분했다.



아직 사형은 헌법이 인정한 엄연한 법정형이다. 검찰도 사형을 꾸준히 구형해왔다. '한강 몸통시신' 사건의 장대호(40)와 전 남편을 죽인 고유정(38), 여중생을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모두 사형을 구형했다. 올해도 '노원 세모녀 살인'의 김태현(25)이 1심에서 사형이 구형됐다.

그렇지만 실제로 사형이 선고되는 일은 드물다. 김태현과 장대호, 고유정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영학도 2018년 2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사형 선고의 양형 기준은 까다롭다. 대법원은 "사형 선고는 누구라도 그것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는 판례를 남겼다.


대법원이 정한 사형의 양형 조건은 △범인의 나이와 직업, 경력 △교육 정도와 성장 과정, 가족관계 △전과 유무 △피해자와 관계 △범행의 동기와 사전 계획의 유무 △범행이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범행 후 반성과 가책의 유무 △재범 우려 등이다. 사형을 내리려면 조건들을 모두 따진 결과 '누가 봐도 사형이 정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

전날 열린 A씨의 재판에서 재판부는 "A씨가 현장에 30분 정도 머물다가 피해자를 살해한 것에 비춰볼 때 피해자를 살해할 확정적 목적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해자가 돈을 줬다면 살해하지 않을 마음도 있었을 것"이라 밝혔다. 사형선고를 내리기 어려운 이유로 언급한 대목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전까지 가족과 친밀한 유대 관계를 형성했다"며 "또 피고인의 성장과정과 가족의 진술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할 필요가 반드시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형 조건 엄격할 수밖에…가석방 없는 종신형 만들어야"
'노원구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5)/사진=뉴스1'노원구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5)/사진=뉴스1
사형의 양형 조건을 엄격히 따지는 건 형을 집행한 후에는 그 결과를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해도 사회와 영원히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상 무기징역수도 20년 복역하면 가석방 대상이 된다. 올해 25살인 '노원 세모녀 살인'의 김태현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는데, 형이 확정되더라도 45살이면 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 셈이다.

이에 김태현 사건의 피해 유족들은 "김씨가 가석방으로 풀려나면 자신보다 더 약한 대상을 찾아 또다시 고통을 줄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사형 선고가 어렵다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윤종우 전 경기대 교정학과 초빙교수는 "사형 집행의 경우 국제사회의 여론과 인권 문제도 있겠지만 사형 집행관들과 사형을 선고한 판사들의 정신적 트라우마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며 "물론 교정 경비가 들겠지만 법의 목적에 따라 교화될 수 없는 사람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처해 영구 격리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