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美·中갈등...文, '종전선언' 고심 깊어진다

머니투데이 시드니(호주)=정진우 기자 2021.12.15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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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호주 국빈방문 리뷰]④文대통령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검토안해...종전선언 끝까지 노력"

[시드니=뉴시스] 전진환 기자 =  호주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호주 시드니의 한 호텔에서 앤소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를 접견, 인사하고 있다. 2021.12.14.[시드니=뉴시스] 전진환 기자 = 호주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호주 시드니의 한 호텔에서 앤소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를 접견, 인사하고 있다. 2021.12.14.


"유엔 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은 70년간 지속된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공고한 평화체제로 바꾸어 나가기 위한 첫걸음이며, 비핵화를 위한 중요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시드니에서 앤소니 노만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호주 제1야당)를 만나 종전선언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알바니즈 대표 접견 뿐 아니라 이번 호주 국빈 방문에서 소화한 여러 공식 행사에서 거듭 종전선언을 언급하며 한반도 평화의 의미를 역설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호주에서 종전선언을 강조하는 건 우리나라를 둘러싼 외교적 환경이 그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아서다.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호주와도 사이가 좋지 않다. 실제 호주와 중국은 석탄을 비롯한 에너지 자원 분야 등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북한 설득을 비롯해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를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으로선 양쪽 모두 신경쓸 수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캔버라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도 이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참가의 권유를 받은 바 없다"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문 대통령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사이에 놓인 한반도 현실에서 베이징 올림픽 문제가 주권국으로서 스스로 결정할 문제임을 강조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이처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 동참에 유보적 입장을 밝힌 건 '남북미중 종전선언' 불씨를 살리겠다는 의지로 분석했다.

[캔버라=뉴시스] 전진환 기자 =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호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13.[캔버라=뉴시스] 전진환 기자 =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호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13.
문 대통령은 또 이날 회견에서 '중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호주 방문이 중국에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질문에 "오커스는 호주가 주권국으로 자주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한국은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주는 인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역내 갈등 분쟁 원하지 않는 걸로 안다"며 "한국은 역내 평화를 위해 호주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오늘 호주 방문은 중국의 입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탄소중립 기술 협력 확대, 자주포 획득 사업 등 방산협력을 강화하는 게 한국 국익에 매우 중요했다"며 "그것이 역내 평화와 번영, 세계경제 회복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우리 정부에 있어 미국과 호주는 강력한 동맹국이고 중국의 경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반드시 협력해야 할 이웃 나라이자 경제적으로도 꼭 필요한 나라란 입장을 확실히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바이든 정부가 첫 대북제재 조치를 한 가운데 종전선언 구상에 대한 입장을 확인 해달라'란 질문에 "종전선언은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는지 관련국 협의가 필요하다"며 "종전선언은 그 자체가 궁극적 목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캔버라=뉴시스] 전진환 기자 =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 회담 등을 위해 13일 오전 캔버라 국회의사당에 도착,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오른쪽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2021.12.13.[캔버라=뉴시스] 전진환 기자 =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 회담 등을 위해 13일 오전 캔버라 국회의사당에 도착,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오른쪽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2021.12.13.
그러면서 "종전선언은 미국, 중국, 북한 모두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면서도 "다만 북한이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을 근본적으로 철회하는 것을 선결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아직 대화에 들어가지 못했다. 남북, 북미 간 조속한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종전선언 이후 한반도 평화 추진 과정에서 어떤 프로세스가 있어야 하는지 관련국들 간 공감이 이뤄져야만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 "종전선언은 7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종식한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남북, 북미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중요한 대화 모멘텀, 비핵화 협상을 본격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는 중요한 과정으로써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마지막까지 가급적 대화를 통해 접근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외에도 '양안관계와 관련해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동맹국인 호주가 참여하지 않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했는데 한국 입장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양안관계(중국과 대만)의 평화와 안정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고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화를 통해서 평화롭게 양안관계가 발전해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양안관계의 평화와 안정이 지속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대해서 국제적으로 함께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리슨) 총리께서 말씀하신 NPT(핵확산금지조약) 준수와 오커스(미·영·호주 외교안보 협의체), 쿼드(미·일·호주·인도 안보회의체) 등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기여하는 방향으로 운영돼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사안별로 특정 입장을 요구받는 탓에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3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차관급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 김현환 문체부 기조실장, 2차관에 오영우 1차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조실장, 소방청장에 이흥교 부산 소방재난본부장, 농촌진흥청장에 박병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를 각각 내정했다. 또, 해양경찰청장에 정봉훈 해경 차장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에 유국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중앙과학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 김창수 국가안보실 통일정책비서관을 인선했다. 2021.12.3/뉴스1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3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차관급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 김현환 문체부 기조실장, 2차관에 오영우 1차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조실장, 소방청장에 이흥교 부산 소방재난본부장, 농촌진흥청장에 박병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를 각각 내정했다. 또, 해양경찰청장에 정봉훈 해경 차장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에 유국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중앙과학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 김창수 국가안보실 통일정책비서관을 인선했다. 2021.12.3/뉴스1
청와대는 미국과 호주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등 대중국 견제와 관련해 "우리가 호주에서 압박을 받을 만한 나라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전날(13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오커스(AUKUS)를 지지해준 점에 감사하다고 말했는데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은근한 압박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오커스는 미국·영국·호주 등 3국 외교안보 회의체로 최근 이들 국가는 모두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자치구와 홍콩에서의 인권탄압에 항의한다는 명목이다.

박 수석은 "평창동계올림픽 때를 기억해보면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던 시기에 평화올림픽으로 북한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낸 모멘텀이 되지 않았냐"며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도 그런 평화의 올림픽이 되기를,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역내 평화의 올림픽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부 대표단이나 문 대통령이 직접 올림픽에 방문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과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게 될 텐데 말씀드리기는 시기가 너무 이르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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