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의 나라 호주, 한국과 안정적 '공급망 체계' 만든다

머니투데이 시드니(호주)=정진우 기자 2021.12.1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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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호주 국빈방문 리뷰]②한-호,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성과와 의미

[캔버라=뉴시스] 전진환 기자 =  호주를 국빈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총리가 13일 호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영상으로 참석한 키스 피트 산업부 자원장관의 한-호주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 서명을 지켜보고 있다.  2021.12.13.[캔버라=뉴시스] 전진환 기자 = 호주를 국빈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총리가 13일 호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영상으로 참석한 키스 피트 산업부 자원장관의 한-호주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 서명을 지켜보고 있다. 2021.12.13.


호주를 국빈 방문 한 문재인 대통령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핵심광물 공급망 분야에서 협력키로 했다. 문 대통령은 또 호주 기업인들을 만나 국내 기업과 협력을 독려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오전 호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모리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세계적인 광물자원 부국인 호주와 배터리, 전기차의 주요 생산국인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우리 두 정상은 안정적인 광물 공급망 구축이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위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MOU'를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이 MOU는 구체적으로 △핵심광물 부문 연구개발, 인적 교류, 공동사업 △한-호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대화 개최 △정부기관, 기업, 연구기관, 금융지원 기관의 핵심광물 공급망 관련 상호 정보 교류 및 투자활동 촉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광물의 탐사, 개발, 생산은 물론 광산재해 관리까지 자원개발 전 주기에 걸쳐 체계적으로 협력하고 인적 교류와 기술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4일엔 호주 최대 경제도시 시드니로 이동해 호주 광물 관련 기업인들과 '한-호 핵심광물 공급망 간담회'를 갖고 "광물산업은 호주와 한국 사이에 가장 활발하게 교역이 이뤄지는 분야다"며 "두 나라가 신뢰를 갖고 굳게 손을 잡는다면 공급망 안정과 탄소중립을 앞당기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드니=뉴시스] 전진환 기자 =  호주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호주 시드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호주 핵심광물 공급망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12.14.[시드니=뉴시스] 전진환 기자 = 호주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호주 시드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호주 핵심광물 공급망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12.14.
핵심 광물이란 제조업과 산업 가치가 크고 수요가 높지만 공급·환경 리스크가 큰 광물로 니켈, 리튬, 코발트, 망간, 희토류 등을 말한다. 핵심 광물은 전기차와 이차전지, 신에너지 등 미래 전략 산업의 필수 소재로 쓰인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산업적 대응에 없어선 안 되는 요소로서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핵심광물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 차원에서 이날 간담회를 마련했다.


문 대통령은 "호주에게 한국은 3번째로 큰 광물 수출시장이고 한국은 호주로부터 전체 광물의 수입 절반 가까이를 공급받고 있다"며 "양국 교역액은 사상 처음으로 400억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고 광물의 비중이 45%에 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계기로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에 박차를 가하면서 새로운 광물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국제 에너지기구는 2040년까지 2차전지 필요한 니켈과 코발트, 리튬의 수요가 20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희토류도 7배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물의 탐사 개발 생산은 물론 광산재해 관리까지 자원개발 전 주기에 걸쳐 협력하고 인적교류 기술개발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두 나라 정부도 기업인들의 노력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호주 기업인들을 대표해 사이몬 크린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AKBC)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호주는 한국이 분류한 핵심광물 35종 중에 24종을 생산하고 있고 이 24종 중 한국은 니켈, 코발트, 흑연, 리튬과 희토류에 대해서 기투자를 이미 진행 중에 있다"며 "우리는 한국이 선택한 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엔 크린 회장을 비롯해 이안 갠덜 ASM 의장, 스티븐 그로콧 QPM 대표이사, 조 카디라벡 코발트블루 대표이사, 톰 시모어 PwC 호주 대표이사 등 호주의 핵심광물 관련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ASM(Australian Strategic Materials)은 희토류, QPM(Queensland Pacific Metals)은 니켈과 코발트, 코발트블루는 코발트를 각각 생산하는 호주 기업이고 PwC 호주는 핵심 광물 등 에너지와 자원, 인프라 등에 관해 컨설팅을 수행하는 다국적 컨설팅 회사다.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는 1978년 설립된 대표적인 한-호 양국 기업인 간 협력 협의체로 무역과 투자 촉진 목적의 다양한 경제 교류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다.
[시드니=뉴시스] 전진환 기자 =  호주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호주 시드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호주 핵심광물 공급망 간담회에 참석해해 사이먼 크린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AKBC)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1.12.14.[시드니=뉴시스] 전진환 기자 = 호주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호주 시드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호주 핵심광물 공급망 간담회에 참석해해 사이먼 크린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AKBC)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1.12.14.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양국 정부와 기업, 연구소, 대학, 나아가서 금융기관까지 함께 협력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산업부가 이 메커니즘이 조속히 구축돼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잘 챙겨 달라고 지시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또 핵심광물 분야의 투자와 비즈니스는 타이밍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양국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이 늘어나는 시점에 애로가 있으면 적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산업부가 적극 챙겨 달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호주 정부의 방역 강화 조치로 인해 국내에서 경제사절단이 동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호주 현지의 핵심광물 관련 기업인들을 별도로 직접 만난 건 핵심광물 등 주요 품목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국빈방문 이동 기간을 제외하고 실질적 순방 기간인 이틀 모두 공급망 관련 일정에 큰 비중을 뒀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연일 공급망을 강조하는 건 기후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데 있어 새로운 에너지 기술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이를 실현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핵심광물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파리 협약'목표의 달성을 위해선 청정에너지 기술의 확산에 따른 광물의 수요가 2040년에는 2020년 대비 4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에 관련된 리튬, 흑연, 코발트, 니켈, 망간 등 광물의 수요가 가장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캔버라=뉴시스] 전진환 기자 =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 내 대위원회실에서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2021.12.13.[캔버라=뉴시스] 전진환 기자 =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13일 캔버라 국회의사당 내 대위원회실에서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2021.12.13.
우리나라는 전기차, 이차전지, 풍력발전 등 에너지 신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중점 육성하고 있다. 앞으로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해 핵심광물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급원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나라에는 기후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의 미래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핵심광물을 주제로 한 호주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도 이러한 배경에서 마련된 셈이다.

전통적인 에너지·자원 부국인 호주는 니켈, 리튬, 희토류 등 핵심광물 부문에서도 세계적인 보유국이자 생산국이다. 호주 정부는 지난 2019년 '핵심광물 전략', 지난 2020년엔 '제조업 현대화 전략'등을 통해 핵심광물 관련 산업을 중점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0년부터 '한-호주 에너지자원협력위원회'를 연례 개최해 두 나라 정부 간 협의를 지속해 오고 있다. 지난 7월엔 양국 간 핵심광물 협력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한-호주 핵심광물 협력 대화'를 신설했다.



기업 차원에서도 호주 내 광산 지분 인수, 공급 협력 MOU 체결 등 핵심광물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아울러 2021년 10월 G20 정상회의 계기 발표한 '한-호주 탄소중립기술 파트너십 공동성명'에도 수소,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등과 함께 주요 협력 분야로 포함될 정도로 핵심광물은 양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협력 어젠다로 꼽힌다.

호주는 우리나라의 광물자원 공급 1위 국가로 이번 간담회 개최와 양해각서 체결 등 핵심광물 관련 양국 간 협력은 지난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지속되어 온 철광석, 유연탄과 같은 기존의 전통적인 자원·에너지 협력을 미래 지향적인 핵심광물 중심으로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전체 광물자원 수입액 중 호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45.1%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호주 산업과학에너지자원부는 '한-호주 핵심광물 협력 대화' 등의 채널을 통해 양국 간 핵심광물 분야의 전략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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