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이 코로나19(COVID-19) 확산과 비대면 업무 증가로 잇단 지점 폐쇄를 결정하면서 고령층 이용자 사이에서 반발이 나온다. 전자기기 사용이 어려운 세대가 많고 이동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많아 지점이 줄어들수록 은행 이용이 어려워진다는 목소리다. 노인단체는 키오스크(무인주문기)나 온라인 적응이 안된 노인 세대는 필수적인 은행 이용을 못하게 돼 기본권 박탈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시중은행의 점포 폐쇄가 잇따르는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한 은행점포에 통합 이전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 사진 = 뉴시스
해당 점포는 오랜 시간 폐합을 놓고 주민과 은행 사이 이견을 빚어 왔다. 신한은행 측에 따르면 이 점포는 아파트 단지 가운데에 있어 주민 외 신규 고객의 유입이 적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아예 없애는 게 아니라 같은 위치에 디지털 점포를 설치하고 직원을 상주시키는 등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층이다. 키오스크(무인 주문기)나 온라인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기 이용률이 낮아 지점을 폐쇄할 경우 은행 업무를 볼 수 없거나 먼 지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의 국민 중 인터넷을 이용률은 2020년 기준 40.3%에 불과했다. 국민 평균 이용률 91.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노인들은 지점이 사라질수록 정보 격차가 심화돼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윤창섭씨(73)는 "단순히 식당이나 카페라면 몰라도 손자에게 용돈이라도 부쳐주려면 은행은 꼭 가야 한다"라며 "지점 대신 인터넷으로 업무를 본다지만 나같은 할아버지들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사회가 우리에게 '이제 필요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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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용은 기본권"…단순 폐쇄보다는 중간장치 고민 필요할 때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시중은행들의 현금입출금 기기 모습. / 사진 = 뉴시스
전문가들 역시 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고령층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조건 지점을 없앤다기보다는 직원을 배치하는 등 중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