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급망 재편의 파트너, 우즈베키스탄

머니투데이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2021.12.21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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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급망 재편의 파트너, 우즈베키스탄


"우린, 깐부잖아."

전 세계에 K-드라마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가장 강렬한 대사를 꼽자면 이 말이 아닐까. 깐부는 구슬치기나 딱지치기 등을 할 때 같은 편을 뜻하는 말로 필자가 어렸을 때 자주 썼던 말이다. 요즘 세대들에게는 낯선 단어이지만 드라마 덕분에 유명세를 치르고, 심지어 외국어로 번역될 때도 'gganbu'로 쓰인다고 하니, 깐부는 단연 K-단어인 셈이다.

깐부의 어원에 대해서는 미국의 소규모 밴드 '콤보(Combo)', 중국의 고사성어 '관포지교(管鮑之交)', 일본의 동업 카르텔 '카부나카마' 등 다양한 설이 있지만 이 모든 가설의 뜻이 진짜배기 친구, '찐친(眞親)' 을 의미한다는 점은 모두 같다.



국가 간에도 깐부가 있다. 우리에게는 우즈베키스탄이 그런 나라 중 하나다. 두 나라 간 교류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마르칸트를 중심으로 문명을 떨쳤던 고대 우즈베키스탄 국가 소그디아나는 실크로드를 통해 터키, 중국을 거쳐 한반도까지 무역을 하며 문명과 문화를 주고받았다.

7세기 중반으로 추정되는 소그디아나의 벽화에서 고구려 의복을 입은 사신의 모습이 등장하는가 하면, 신라의 처용가에 등장하는 처용이 소그드인이라는 설도 있다. 고구려 온달 장군이 사마르카트인 아버지와 고구려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의 자녀였다는 주장도 있을 만큼 양국의 교류는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은 각별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독립한 다음해인 1992년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고 독립국가연합(CIS) 11개국 중 처음으로 국가정상이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16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우즈베키스탄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방한해 이번 정부 들어 4번째 만남을 가지며 양국의 각별한 우정을 확인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1937년 고려인 강제 이동 당시 전쟁의 어려움 속에서도 고려인들을 받아준 우즈베키스탄의 지원으로 18만명의 고려인 동포가 우즈베키스탄에 정착해 살고 있다. 한국에도 약 7만명의 우즈베키스탄인들이 유학생과 근로자로 활동하며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나라의 교역액 또한 2020년 약 17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수교 이후 550배 이상 증가했다. 400개 이상의 한국기업들이 우즈베키스탄에 투자해 활발히 활동하며 양국간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코로나발 경제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내년에는 주요국들이 국가별 각자도생 움직임을 보이는 한편 동맹국 위주의 공급망 재편인 '깐부쇼어링 (Friendshoring)'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친구로 지낸 지 30년이 되는 두 나라는 이미 2019년 '특별전략적동반자'로 서로의 깐부가 됐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맺어진 한층 심화된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깐부쇼어링의 시대를 손잡고 헤쳐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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