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으로 가는 길, 일자리 1개 사라지는 대신 4개 생긴다"

머니투데이 대담=이상배 경제부장, 정리=오세중 기자 2021.12.14 05:00
글자크기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 산하 탄소중립연구단 좌담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관 전문가 좌담회./사진=김휘선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관 전문가 좌담회./사진=김휘선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탄소중립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해외 기관들은 탄소중립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2400만개에서 2500만개까지 만들어진다고 한다. 일자리가 1개 사라질 때 4개가 생기는 만큼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임춘택 에너지경제원장)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 이어 같은 해 12월10일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이 발표된 지 꼬박 1년이 됐다.

탄소중립이 피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석탄발전 중단과 내연기관 자동차의 점진적 퇴장 등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충격도 무시할 순 없다. 따라서 산업, 노동, 에너지 등 분야별로 탄소중립 과정에서 나타날 문제점을 미리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가 NRC탄소중립연구단을 출범시킨 건 이런 배경에서다. NRC탄소중립연구단은 지난 7월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 지원과 비전 실현을 위해 NRC 산하의 총 14개 기관이 참여해 만든 연구단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 대전환, 그 과정에서 필요한 국내 부문별 세부 쟁점사항을 연구하고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의 방법을 찾아내는 게 주된 목적이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10일 문재인정부의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발표 1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NRC 스마트워크센터에서 NRC탄소중립연구단에 참여한 주요 연구기관장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탄소중립이 각 분야에 미칠 영향과 집중해야 할 정책과제 등에 대한 논의가 주로 오갔다.

[참석자](이름 가나다순)
△주현 산업연구원 원장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윤제용 한국환경연구원 원장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향후 우리나라 노동, 에너지, 환경, 산업 분야가 받을 영향을 예상한다면.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관 전문가 좌담회-황덕순 노동연구원장./사진=김휘선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관 전문가 좌담회-황덕순 노동연구원장./사진=김휘선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 = 2030년까지 생각해보면 산업이나 에너지 분야에서 석탄 중심에서 탈피하는 전환 과정에서 미래차, 전기차 부품의 노동인구에 영향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ILO나 유럽재단(EUROFOUND: 노·사·정 3자로 구성된 유럽연합 산하기관)의 분석을 보면 고용이 줄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1인당 탄소배출량이 많은 편이다.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것이 고용 문제에 있어서도 도전이겠지만 한국 발전·성장과정을 보면 이것 역시 충분히 이겨낼 것이라고 본다. 다만 커다란 산업구조 전환은 결국 거기서 일하는 사람이 동일 직종에서 일을 더 못하게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양면이 있다. 기존 직종에서 새로운 직종으로 모두 전환이 되는 것이 아닌 만큼 이행 과정에서 어떻게 새로운 인력을 양성할지, 기존 산업에서 신사업으로 전환이 어려운 근로자는 어떻게 보호할지가 상당히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장 = 탄소중립을 접근하는데 있어 시장에서의 정부·민간의 역할이나 산업육성·기술개발 관점에서의 정부·민간의 역할이 다르다고 본다. 제도적으로 보면 정부 주도로 하면서도 민간의 상황을 고려해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게 맞고, 산업육성·기술개발 측면에서는 정부가 더 주도적으로 하면서도 시장에서는 민간이 주도하는 게 맞다. 시장에 보다 많은 자유와 유연성이 담보돼야 한다. 특히 에너지 측면은 시장이라는 움직임의 관성이 있어서 에너지 분야는 어느 나라도 무조건 시장에 맡기지 않는다. 에너지는 국가 안보 요소도 크기 때문에 국방과 마찬가지로 민간에 다 맡길 수 없다. 내연기관차를 친환경차로 바꾸는 걸 시장에만 맡기지 않듯이 정부가 주도해 관성이 빨리 바뀌게 해야 산업도 살릴 수 있다. 정부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관 전문가 좌담회-주현 산업연구원장./사진=김휘선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관 전문가 좌담회-주현 산업연구원장./사진=김휘선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주현 산업연구원장 = 탄소중립에 있어 산업 분야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온실가스 감축이다. 2018년 기준으로 발전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37% 배출하고, 산업부문에서 36%를 배출한다. 발전 부문에서 원자력을 할 것이냐, 풍력이나 태양광을 할 것이냐 등의 얘기를 많이 하지만 산업부문에서 감축 노력이 발전 부분 못지 않게 중요하다. 문제는 산업에서 온실가스를 단기간 줄이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제조업의 경우 그렇게 당장 투자한다고 해서 온실가스를 많이 줄일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일례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 배출산업이 철강인데 우리나라에서 7.3억톤을 배출하는데 철강이 1억톤을 차지하고 있다. 철강은 예전부터 화석연료에서 철강을 뽑아내는 것인데 인류 역사상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철을 추출한 적이 없다. 새 기술이 나와야만 가능하다. 최근 많이 언급되는 수소환원제철이 그것인데 아직 실험실 규모로만 가능할 뿐 대규모 생산하는 상업화까지는 아직 길이 멀다. 철강 산업에서 온실가스 줄이기가 난망한 이유다. 혁신적인 기술이 상용화되고 기존 기술과 경쟁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온실가스 줄이기를 시기적으로 앞당기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근본적이고 파괴적인 기술혁신 없이는 감축에 한계가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관 전문가 좌담회-윤제용 한국환경연구원장./사진=김휘선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관 전문가 좌담회-윤제용 한국환경연구원장./사진=김휘선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윤제용 한국환경연구원장 =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제회의에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대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40%이상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2030년이면 9년 밖에 안 남은 굉장히 짧은 시간이다. 8~9년 사이에 상당한 양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탄소중립은 결국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문제로 직결되는데 적용될 온실가스 감축기술을 9년 안에 연구기술 개발 후 실험을 거쳐 사용하기에 시간이 촉박하다. 따라서 일단 기존 기계의 에너지 효율성이나 원료 자체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목표 달성을 준비해야 한다.

산업 부문에서는 기술적 한계라는 어려움이 있어 14.5% 감축이라는 유예를 준 것이지만 산업 분야에서도 감축을 위한 확실한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결국 전력생산 방식을 바꾸고, 석탄 등을 줄이면 그 다음은 재생에너지로 귀결된다. 2030년까지 기존 신재생에너지 비율 20%가 목표였는데 NDC도 정부가 상향한 만큼 기술 인프라, 제도적 기반 등 기존의 에너지, 전력수급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높아진 기준을 따라가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정 분야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노동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데.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 = 대표적으로 논의가 많이 축적된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자.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가면 부품 수가 크게 줄어든다. 그러나 기존 자동차 부품에 안 들어가는 부품들이 필요하게 되면서 관련 산업의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 부품 산업만 보자면 고용이 늘더라도 기존의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람들 본인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기 책임이 아닌 외부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충격으로 일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근로자가 감수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으로 어떻게 안전장치를 둘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분야로의 전환이 어려운 중장년층 및 취약계층 근로자에게 피해가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 마련이 중요한 이유다.

또 지역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영향을 받는 산업의 분포가 지역별로 편차가 있다.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이 즉시 신사업으로 편입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 지방자치단데, 산업, 민간, 시민사회 등의 '정의로운 전환' 과정을 잘 이끌어 가는게 중요하다. 다른 문제는 노사간 합의인데 한번도 이런 종류의 합의가 쉬운 적이 없다. 과거 사회적 대타협이 성공한 경우는 '안 하면 죽는다'라는 위기의식이 있기에 가능했다. 탄소중립은 아직 그런 위기의식이 약하다. 지역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사회적 협의를 만들고, 성공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장 = 정의로운 전환 관련해서 일자리·산업 전환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원전 문제도 이런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원전 감소에 따른 반발이 많은데 실제 우리나라에 원전을 세울 신규 부지도 없다. 원전 늘리자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어디다 지을 것이냐고 물어보면 답을 하지 못한다. 전통적인 에너지원은 장기적으로 감축될 수 밖에 없는데 재생에너지로 바뀌면 고용은 더 늘어난다. 이런 고용의 문제는 산업이나 기업 내에서 해결되는 방향으로 전환이 되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관 전문가 좌담회-임춘택 에너지연구원장./사진=김휘선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관 전문가 좌담회-임춘택 에너지연구원장./사진=김휘선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추진함에 있어 벤치마크할 나라가 있다면.

▶윤제용 한국환경연구원장 = 독일이 재생에너지 비율에서 화석연료를 넘어섰다. 녹색당 활동 과정에서 많은 논의가 진전됐고, 기업들조차도 탄소중립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나라 전체에 형성됐다. 우리나라와 인구도 비슷한 수준이어서 독일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장 = 독일이 좋은 사례라는 데 동의한다. 풍력발전은 우리나라보다 앞섰고, 내년에 탈원전을 한다. 원전 의존 없이도 작년에 벌써 52%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였다. 프랑스의 경우도 원전 비중이 75%인데 50%까지 줄인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2060년 '넷제로'를 언급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15%인데 2025년까지 20%로 늘린다고 한다. 풍력, 수력, 태양광을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는데 그 속도가 빠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제용 한국환경연구원장 =탄소중립은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한 수단이다. 탄소중립이 됐다고 해서 좋은 사회가 되는 건 아니다. 화석연료 기반 생산을 중단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이지, 달성했다고 해서 우리가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양극화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삶의 질도 떨어질 수도 있다.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속가능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장 = 원자력처럼 탄소중립도 갈등이 만만치 않다. 정치적으로 휩쓸리기도 한다. 미국처럼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전문기구를 설치해 탄소중립에 관한 질문은 국민 누구나 할 수 있고, 중립기구에서 답을 해주는 에너지 거버넌스(행정 시스템)를 만들어야 한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있는 건 좋은데, 사회적으로 중립화된 기구들이 많아지는 게 사회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