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높은 몰카 올려봐라"…카톡 영상 검열 첫날 '테스트방' 수두룩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1.12.1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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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필터링되나' 음란사진·동영상 쏟아져…"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

10일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선 불법촬영물 필터링 수위를 테스트하는 그룹채팅방이 우후죽순 생겼다. 해당 방에선 다양한 음란 사진과 동영상이 공유됐다. 빨간색은 해당 이미지를 가린 부분. /사진=독제 제공 10일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선 불법촬영물 필터링 수위를 테스트하는 그룹채팅방이 우후죽순 생겼다. 해당 방에선 다양한 음란 사진과 동영상이 공유됐다. 빨간색은 해당 이미지를 가린 부분. /사진=독제 제공


"어느 수위까지 안 잘리나요?", "수위 높은 몰카 좀 올려봐라."

10일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선 '검열 테스트'란 이름의 그룹채팅방이 수 십개 만들어졌다. 이 곳에서 이용자들은 어떤 영상이 필터링되는지 시험해보겠다며 음란 사진 및 동영상을 마구잡이식으로 올렸다. 사진은 필터링 대상이 아닌 데다, 대부분의 영상도 '불법촬영물 등 디지털성범죄물'은 아닌 탓에 19금 콘텐츠가 여과없이 공유됐다. 이 중에는 여성 아이돌의 특정 신체부위를 클로즈업한 동영상과 일반인의 과도한 노출 사진, 외국 성관계 동영상, 유사성행위 GIF(움직이는 이미지) 등이 포함됐다.

오늘부터 구글·메타(전 페이스북)·트위터 등 8개 해외 인터넷 사업자와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포털·SNS·메신저·인터넷개인방송 87개 사업자는 불법촬영물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처를 해야 한다. 뽐뿌·보배드림·디시인사이드처럼 매출액 10억 이상이거나, 일평균이용자가 10만명 이상인 커뮤니티 등도 포함된다. 다만, 사적검열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카카오톡 일대일 채팅과 오픈채팅 비공개방 등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 사업자는 이용자가 움직이는 이미지나 동영상, 압축파일을 보내기 전에 정부가 개발한 표준 필터링 기술로 불법촬영물 여부를 식별한 후 전송을 제한해야 한다. 표준 필터링 기술은 영상물의 특징값(DNA)를 추출해 디지털성범죄 영상물을 모은 '공공 DNA DB'와 비교, 불법촬영물 여부를 식별한다. 지난해 시행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전보통신망법 개정안)의 후속 조치로, 세계에서 처음 시행되는 제도이기도 하다.

예컨대 카카오톡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 동영상 전송버튼을 누르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불법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이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수 초간 검토작업이 진행된다. 이를 통과해야만 동영상을 전송할 수 있다.



"텔레그램으로 망명가면 끝"…'실효성 없는 조치' 조롱 이어져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캡처/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캡처
이용자들은 '사전검열'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30대 여성 이모씨는 "취미생활을 공유하기 위해 다수의 오픈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데 동영상을 올릴 때마다 정부 필터를 거쳐야 한다니 찝찝한 건 사실"이라며 "소수를 대상으로 은밀히 이뤄진 N번방을 막기 위해 오픈채팅방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지는 일반인 대화를 검열한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이용자는 "사실상 이용자 간 오고가는 이미지를 검열할 수 있는 물꼬를 터줬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각종 풍선효과도 발생했다. 어디까지 걸러내는지 확인해보자며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음란 사진과 동영상을 마구 공유하는 게 대표적이다. 수위 높은 콘텐츠가 계속되면서 채팅방 내 신고도 이어지고 있다. 실효성 없는 조치를 조롱하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거나, 페미니즘을 비난하는 사진도 잇따른다. 법인이 해외에 소재해 있어 N번방 방지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텔레그램으로 망명가면 그만'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민들이 어떤 자료를 올리는지 일상적으로 검열하라는 것"이라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운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디지털성범죄물을 암호화하면 정부 필터링 기술로 잡아낼 수도 없는데, 국민 인권과 자유는 엄청나게 침해를 받고 있다"라며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경찰 수사를 지원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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