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코 찌르는 요양보호사…병상 찾아 전국 헤매는 구급대원들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홍효진 기자, 홍재영 기자, 양윤우 기자 2021.12.10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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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된 싸움에 몸도 마음도 지쳐…코로나 번아웃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요양보호사들은 법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PCR 검사를 받도록 돼 있어요"

요양 보호사 A씨의 호소다. 한달간 일하면서 10번의 검사를 받았다. 감염에 취약한 고령자들이 많은 요양시설에서 안전을 위한 조치다. 더 오래 일한 선배요양보호사들은 검사만 몇번을 받았는지 셀수도 없다. 지난해부터 쉬지 않고 일한 요양보호사는 산술적으로 백번 넘게 PCR 검사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요양보호사들은 근무 중에는 환자들을 돌보고 퇴근 후나 휴일에 개인 시간을 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이동 시간과 검사 시간은 모두 무급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다수의 요양보호사들이 요양병원을 떠났다. 감염에 취약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것을 기피해서다. 환자는 줄지 않았는데 인력이 줄어들다보니 남은 요양보호사들의 노동강도가 늘었다. 청소·소독 등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업무도 늘었다. A씨는 "요양시설에 감염에 취약한 어르신들이 많아 확진자가 생기면 금방 감염돼 긴장할 수 밖에 없다"며 "하루종일 KF94 마스크를 쓰고 근무하는데다 일주일에 한 번씩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것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실태는 최근 공개된 설문조사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 지난 3~7일 5일간 집단생활시설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273명을 대상으로 고충실태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인력감소로 인해 노동강도가 증가했다는 응답이 84%로 조사됐다. 청소와 소독 등 업무량 증가가 77%, 잦은 코로나 검사와 사생활 통제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도 61%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소독 등 업무량이 늘어났다는 응답은 77%였고, 잦은 코로나 검사와 사생활 통제로 인해 스트레스가 커졌다는 응답은 61%였다.

"중환자 병상 없어 다른 지역으로...병원 찾아도 5시간씩 대기하기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은 요양보호사들뿐 아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고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확진자를 이송하고, 치료하고, 배웅하는 이들은 여전히 업무량이 전체적으로 과중하다고 토로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대형 병원에 병상이 부족해지자 환자들을 이송하는 구급대원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서울의 한 소방서 관계자는 "최근 신고 건수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신고 한 건을 처리하는 데에 드는 시간이 굉장히 길어졌다"며 "최근에는 병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병원을 찾으러 돌아다녀야 한다. 병원을 찾고서도 대기가 발생해 구급대원들이 길게는 5시간 가량 대기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했다.

이어 "신고를 받고 출동할 인력과 구급차도 부족해서 다른 관내에서 차가 오는 경우도 많다"며 "요즘은 구급차가 복귀하자마자 다시 출동을 나간다. 이런 상황에 답답함과 우울함을 호소하는 대원들도 많다"고 밝혔다.

소방청이 지난 3월 실시한 '2021 전국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조사·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우울감을 호소하는 소방공무원은 각각 5.7%(3093명)와 4.4%(2379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소방청은 "PTSD와 우울증가의 원인은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에서 의료진들과 코로나19 환자들이 CT검사 등을 위해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9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에서 의료진들과 코로나19 환자들이 CT검사 등을 위해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병원은 만성적인 인력과 병상 부족 문제에 시달린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B씨(20대)는 "한 환자가 나가면 바로 다음 환자가 들어온다. 하루종일 쉴 틈이 없다"고 했다.

'빅5'로 불리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C씨(26)는 "지난달 병동의 간호사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12명이 자가격리 기간에 들어가며 나머지 6명이 20명의 업무를 보던 때도 있었다"며 "2주간 하루에 3~4시간씩 초과근무를 하면서 잡일까지 도맡아 했는데 너무 힘들기도 했고 업무 지체가 계속 발생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늘어나며 장례식장 관계자들도 감염 확산을 체감하고 있다. 장례지도사들은 장례를 치르는게 일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을 보면 늘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코로나19 사망자들은 감염 위험 때문에 봉인 후 바로 화장을 해야 해서다. 가족들은 고인의 얼굴조차 마지막으로 볼 수 없다.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는 E씨는 "코로나19로 사망한 경우는 특히 마음이 안좋다"며 "가족들이 마지막 얼굴도 보지 못하고 화장한 후에 빈소만 차리려고 유골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정부, 감염 상황에 대책 내놔야…"코로나19 센터 만들고 방역 지침 강화"
코로나19 관련 업계 곳곳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감염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인력과 병상을 확충하고, 방역 지침을 강화해서 신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를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코로나19 병동은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힘들었다"며 "일선 병원 응급실도 코로나19 환자로 가득차 있어서 응급 환자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마비 상태인데다 환자 이송도 되지 않고 인력이나 병상 확충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환자만 받는 센터와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며 "현재 병원 격리실을 통해서 환자를 받다보니 재택치료를 시작하면 경증환자가 중증환자가 되는 시점을 알 수도 없고 알더라도 환자를 보낼 곳도 없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여서 코로나19 감염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현장의 어려움을 도외시하고 의료진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방역 지침을 강화하고 부스터샷(추가접종)을 확대하면서 재택치료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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