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화, 사진제공=키이스트
최근 대체불가한 연기로 인생캐릭터를 선보이며 작품 흥행까지 이끈 배우가 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극본 위소영, 연출 김정식)에서 한지연을 연기한 한선화다. 조용히 시작됐던 '술꾼도시여자들'은 각종 '짤'이 SNS에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탔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된 건 한선화와 정은지의 '욕배틀'신이다. 걸그룹 출신 두 배우의 살벌한 일장 욕설. 그리고 그 안의 세밀한 감정 연기까지. 관심을 유인한 건 욕이지만, 대중들이 매료된 건 두 배우의 연기였다.
한선화, 사진제공=키이스트
지연은 어디서나 눈에 띄는 얼굴 천재임과 동시에, 5분 이상 대화 시 하이톤의 무한 붙여넣기 말투와 오버텐션으로 급격하게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캐릭터다. 생각은 없지만 주체성은 있고, 숙취는 있지만 근심은 없는 맑은 영혼의 소유자다. 술도 괴로워서 먹는 게 아니라 맛있어서 먹는 진정한 술꾼이다. 한선화는 이런 지연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한선화 얼굴의 지연의 모습이 너무 강렬하게 인식돼, 실제 눈앞에서 마주한 그의 180도 다른 차분함에 낯선 기분이 들 정도였다.
"저도 텐션이 높긴 하지만 지연이만큼은 아니에요. 지연이는 저도 좀 버거웠어요. 친한사람들이랑 술한잔 하면 텐션이 높아질 때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평소엔 플랫하거든요. 에너지를 늘 밝게 유지해야하다 보니까 체력적으로도 힘들더라고요. 특히 촬영 당시가 여름이었어요. 더운날 텐션 높이는 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어요. 그런데 다들 드라마를 즐겁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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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배우들이 같이한 만큼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 셋이 함께하는 장면에선 합의 결정체로 이루어진 즉흥 애드리브가 꼭 껴있었다고 보면 될 정도다. 한선화는 자칫 밉상으로 보일까 걱정했던 부담감도 현장에서의 이입과 교감으로 깨부쉈다. 그렇게 현장이 행복해지자, 자연스럽게 지연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묻어나와 걱정했던 부분들을 가려버렸다. 한선화는 지금 밉상이 아닌 호감으로 대중의 마땅한 사랑을 받는다.
한선화, 사진제공=키이스트
"서른이 된다는 건 세 살배기가 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툭하면 엎어지고, 일어나서 걷는다. 아이처럼 아프다고 칭얼거릴 수도 없지만 아픈 건 여전한 나이다. 그래서 서른 살의 이들에게 술은 가장 가까이 있는 위로가 된다. 그리스 신화의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설명하는 단어는 기쁨, 황홀경, 부활, 도취 등 무수히 많다. 이처럼 '술꾼도시여자들'은 이 수많은 감정과 사연들을 술이라는 소재로 응축해 전달했다. 지연이 아닌 한선화도 술맛을 아는 30대의 평범한 여자 중 한명이다. 한선화의 지연이 대체불가로 불리는 건, 텐션은 달라도 살아온 과정의 부침이 같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마치 자신을 향한 편견에 맞서듯 지연을 당당하게 연기해낸 그를 보며, 더 큰 가능성과 미더운 응원을 보내게 된다.
"그간 여러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던 건 복이었죠. 예쁜 것만 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평범하거나 녹아드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었고, 이에 맞는 다양한 역할을 해올 수 있어 감사할 뿐이죠. 아직도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는 많아요. 할 수 있는 인물이 있고 갈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뭐든지 열려있습니다. 몸을 안사려요. 저라는 사람에 경계를 두고 싶은 마음도 없고요. 물흘러가듯 하다보니 여기까지 온거고 굳이 계산하면서 저의 연기를 구분짓지 않으려고요. 배우로서 행복한 건 극안의 인물로 기억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노력할 거고, 좋은 연기 하도록 노력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