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혐의' 이정훈 측 "국정원 방청 제한해라"…판사 "문제 없다"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성시호 기자 2021.12.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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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박지원(가운데) 국가정보원장이 28일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2021년도 국가정보원 국정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선원 기조실장, 윤형중 1차장, 박 원장, 박정현 2차장, 김선희 3차장. 2021.10.28/뉴스1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박지원(가운데) 국가정보원장이 28일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2021년도 국가정보원 국정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선원 기조실장, 윤형중 1차장, 박 원장, 박정현 2차장, 김선희 3차장. 2021.10.28/뉴스1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간단체 연구위원의 1심 재판에서 국가정보원 요원들의 방청을 제한해달라는 변호인 요청을 재판부가 기각했다.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던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찬양고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57)에 대한 3차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공판 입장 자체가 일반인의 방청을 허용해서 공정하게 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정원 수사관 관련된 직원들이 몇명인진 모르겠지만 대거 들어와 있다"며 "그 자체가 공정성을 해치니 경고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양은상 부장판사는 "그 부분에 대해선 기각하고 문제 삼지 않겠다"며 변호인 요청을 기각했다.

이어 변호인 측이 "국정원 직원들이 재판 내용을 실시간으로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사용해 녹음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낸 의견서에 대해서도 재판장은 "누가 그렇게 하고 있느냐"며 "그런 부분은 허가가 안 되기 때문에 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변호인 측은 "명확히 (국정원 요원의 법정 녹음을)금지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고 이에 재판장은 "말만 부드럽게 한 것이고 당연히 금지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내년 3월30일로 예고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은 1심에서 최대 6개월간 구속될 수 있다. 올해 5월 체포 후 기소된 이 위원의 법정 구속기한은 이달 23일까지다. 이 위원은 24일 0시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변호인단은 이정훈 위원이 접촉한 일본계 페루인 부부 행세를 한 고니시, 노구치에 대해 북한 공작원이 아니라는 취지로 변론했다. 변호인 측은 고니시가 북한 공작원이라고 확인해 준 귀순간첩 A씨가 30년 전에 고니시를 보고 그 뒤로 한번도 못 만난 인물이라고 주장하며 진술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 측은 "억지로 국정원이 요구하니까, (귀순한 탈북민으로서) A씨가 한국에 자신이 거주하는 데에 불편을 느끼지 않기 위한 압박 속에서 국정원이 요구하는 답변을 한 것이 아닌가"라며 따지기도 했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이 위원이 △2017년 3월 필리핀을 경유해 국내로 잠입한 뒤 '고니시', '노구치' 등 이름을 쓰며 일본계 페루인 부부 행세를 하는 북한 공작원들과 접선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위원은 △2018년 10월부터 2019년 9월 사이 해외 상용 클라우드 서비스 'MEGA(메가)'를 통해 암호화된 지령문을 수신하고 △보고문 14개를 5차례에 걸쳐 북한에 발송하고 △북한의 주체사상과 세습독재 등을 옹호·찬양한 책자 2권을 출판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이 북한 공작원으로 지목한 고니시는 이미 사망한 상태다. 고니시는 일본계 페루 국적으로 위장한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이라고 검찰과 국정원은 보고 있다. 국정원은 4년여에 걸친 고니시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이 위원과의 접촉을 포착했다.



이 위원은 2006년 민주노동당 인사 5명이 북한 공작원에게 남한 내부동향을 보고하다 국정원에 적발된 '일심회 사건' 당시에도 구속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1985년 고려대 광주학살원흉처단투쟁위원회 위원장, 전국학생총연합 산하 삼민투 위원장이었던 이 위원은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으로 약 3년간 수감됐다. 이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통합진보당 교육위원, 출판사 대표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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