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맥주·사케 싸진다…한중일 묶는 세계최대 무역협정 RCEP 초읽기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2021.12.0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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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광재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11.11/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광재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11.11/뉴스1


한국과 중국, 일본,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하나로 묶는 세계최대 규모의 다자간 FTA(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동의안이 처리되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사실상 일본과도 FTA를 체결하게 되는 셈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RCEP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법안심사 소위원회·전체회의를 열고 안건을 의결했다. 여야가 합의한 사항인 만큼 이르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동의안이 처리될 전망이다.



협정문에 따르면 RCEP은 6개 이상의 아세안 회원국과 3개 이상의 비아세안 서명국이 비준하고 60일이 지나면 발효된다. 현재 중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자국내 비준을 마쳤고 아세안도 6개국이 절차를 완료한 만큼 RCEP은 내년 1월1일 발효된다. 한국은 비준절차를 마치지 못해 이번 본회의에서 국회가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더라도 내년 1월말에야 조약이 발효된다.

농민 지원예산 확보 등을 위해 비준일정이 다소 늦어졌으나 국내 기업들에게 큰 피해는 없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관세는 통상 1년 단위로 조정되는데 내일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받으면 각국이 지정한 비준일자안에 발효가 가능해 2월부터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발효가 지연되는 1개월여의 시간 동안에는 수입품목에 대해서도 예전 관세가 적용돼 국익 측면에서는 일방적인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RCEP 발효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따른 지원을 위한 예산확보를 위해 비준동의안 제출 전에 필요한 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주도한 RCEP은 전세계 명목 GDP(국내총생산) 중 30%, 인구 22억6000만명의 시장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다. 중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아세안 10개국(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이 참여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TP)보다 규모가 크다. 한국이 RCEP 가입국을 대상으로 수출하는 금액은 2690억달러(2019년 기준)로 전체 수출액 중 50%를 차지한다.

특히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세안에 대한 관세 철폐율은 RCEP 체결에 따라 기존 79.1~89.4%에서 91.9~94.5%로 높아진다. 기존 한-아세안 FTA와 중복되는 경우에는 수출기업이 유리한 조건을 선택해 적용받을 수 있다.


RCEP으로 추가 관세철폐된 품목 수는 △인도네시아 1134개 △필리핀 1140개 △태국 1238개 등이다. 자동차·부품과 철강, 섬유, 기계부품, 의료위생용품 등 품목이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필리핀과 태국, 인도네시아가 온라인게임, 애니메이션, 음반녹음, 영화제작·배급·상영 등을 추가 개방했다.

중국과 호주, 뉴질랜드와는 기존에 체결된 FTA 수준에서 개방수준을 유지했다. RCEP보다 양자간 FTA에서 확정된 개방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그간 FTA를 체결하지 못했던 일본과 조약을 맺는 효과도 있다. 대일본 관세철폐율은 품목수 기준으로 83%다. 수입액으로는 일본이 한국보다 2%포인트 추가 관세철폐한다. 자동차와 소재·부품·장비 등 민감 품목은 관세철폐 품목에서 제외됐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본격 육성하는 소부장 관련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농산물 분야 역시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불매운동으로 편의점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된 일본 맥주와 청주(사케) 등 일본술도 싼 값에 들어온다. 정부는 일본 청주에 대한 15% 관세를 15년에 걸쳐 철폐하기로 했다. 일본 맥주는 30% 관세를 20년에 걸쳐 철폐한다. 일본산 건조 구아바와 망고스틴, 아몬드 관세도 10년에 걸쳐 사라진다.

농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이날 오전 9시 국회 정문앞에서 RCEP 비준 저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RCEP 발효 시 아세안 열대과일, 중국산 녹용, 일본산 주류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다.

정부는 이를 위해 농민들을 위한 추가 지원예산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에 약 800억원을 추가 반영했다. 앞으로 10년간 약 1500억원의 예산을 RCEP 발효로 피해를 보는 농민들을 위해 추가로 쓰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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