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프랑크푸르트, 하바롭스크발 여객기를 이용한 승객들이 열화상 카메라상에서 붉게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현대자동차 캐스퍼를 사전예약한 김모씨는 최근 사양 변경을 위해 인근 영업점을 찾았지만 변경하면 최소 6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사양 변경시 출고를 앞당길 수 있는 사전예약 혜택이 사라지는데, 당장 동남아발 반도체 공급난으로 부품이 부족해 차량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영업점에서는 "네비게이션을 추가할 경우 한 달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지만 김씨는 결국 '고객확인서'까지 쓰고 내년 여름에 차를 받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물류·공급난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주로 말레이시아·베트남 중국 등 '세계의 공장' 국가에서 생산하는 부품들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종 변이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등장에 글로벌 공급망 악화를 두고 산업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 휴대폰 액정 디스플레이의 경우 상당수의 서비스센터에서 수리·교환보다 환불을 추천하고 있다. 공급난으로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하는 수리용 부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수리를 위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신제품 생산도 원활하지 않아 교환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미크론의 등장은 이같은 공급난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미크론보다 약한 것으로 알려진 델타 변이도 올해 상반기 동남아에서 창궐하자 각국이 공장 문을 닫으며 반도체를 비롯한 현재의 부품 공급난을 초래했다. 오미크론은 기존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도 강하고 백신 면역 반응도 회피해 돌파감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 기업들에 부품을 납품하는 동남아의 경우 새 변이에 더욱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동남아 내 백신 완전 접종자는 전체 인구의 31%에 불과하다. 21%는 1차 등 부분 접종만 완료한 상태이며, 절반에 가까운 48%(약 10억명)가 백신을 단 한 차례도 맞지 않았다. 코로나 확산 가능성을 비롯해 중증에 이를 가능성도 더욱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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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동남아에서는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는 시간 문제다. 오미크론은 지난 9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확인된 뒤 남아공 77건, 보츠와나 19건 등 약 100건이 확인됐다. 아프리카를 넘어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체코, 네덜란드 등 유럽 각지를 비롯해 홍콩, 이스라엘, 캐나다에도 상륙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필연적으로 미국에 유입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는 어려운 상황서 이에 대한 대비가 돼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WHO "동남아 방역 경계 늦추지 말아야"…촉각 세운 산업계
남아프리카공화국 가우텡주 프리토리아 거리에서 대학싱들이 장을 본 후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다. /AFPBBNews=뉴시스.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차가 없어서 판매량과 실적이 동반 하락한 완성차업계는 예의주시하겠다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기아 관계자는 "예전에 델타 변이로 인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사태를 겪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수시로 공급망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급망 대책은 장기적으로 봐야하는데 (코로나) 특성상 단기 대응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지난해처럼 전 세계를 강타하는 수준으로 확산되면 중국·동남아 공장에서 부품 생산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반도체가 문제가 아니라 와이어링하네스 등 다른 부품 공급난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공급난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유업계 내에서도 외부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정유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로 산업 밸류체인이 멈추고 이동 수요가 크게 줄자 정유업계는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브렌트유는 지난 26일 12% 하락한 72.72달러에 거래되는 등 유가가 널뛰고 주가 등 자본시장 지표가 움직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전략적 비축유 방출에도 꿈쩍 않던 유가가 오미크론 우려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미크론에 대한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적에 영향을 줄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라는 설명이다. 이어 "다만 선물이 급등세를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유가는 잠시 흔들리다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