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쌍 소행성 궤도수정 시험'(DART·다트) 임무 상상도. / 영상=미국 항공우주국(NASA)
이 우주선은 태양 궤도를 따라 비행하다가 내년 9월 말 또는 10월 초 지구에서 약 1100만km 떨어진 지점에서 소행성 디모포스와 충돌할 예정이다. 지구 위협 소행성에 인위적으로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최초의 실험이다. 우리 연구진은 천문연 산하 관측시설로 소행성 궤도 변화와 에너지 방출 규모를 측정해 디모포스의 궤도 변경 효율을 평가한다.
앤디 리브킨(Andy Rivkin)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 박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 존스홉킨스대가 공동 추진하는 DART(다트) 임무를 이끌고 있는 핵심 멤버다. 리브킨 박사는 천문연에 연구 러브콜을 보냈다. /사진=미국 존스홉킨스대 제공
다트는 이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현실판 아마겟돈' 실험이다. 영화 아마겟돈은 NASA 연구진이 지구에 소행성이 날아오는 상황을 예측하고, 이를 핵탄두로 폭파해 지구를 지킨다는 줄거리다.
영화처럼 소행성을 폭파하진 않지만, 다트 우주선은 디모포스에 충돌해 그 궤도를 미세하게 바꾸는 임무를 지닌다. 다트는 '쌍 소행성 궤도수행 시험'이다. 현재 소행성 디디모스와 디모포스는 지구에서 약 4억8000만km 떨어져 있다. 서로 쌍으로 돌고 있어 두 행성을 '쌍 소행성'이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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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트 우주선 표적은 디모포스다. 이 소행성은 지름 160m, 무게 480만kg으로 추정된다. 다트 우주선은 무게 약 600kg으로 시속 약 2만4660km까지 속도를 올려 디모포스에 충돌할 예정이다. 무게로 보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지만, 속도를 높여 충격량을 높이고 궤도까지 바꾼다는 목표다. 이번 실험은 우주의 법칙을 거스르고 인류가 '천체 궤도'를 바꾸는 역사상 첫 실험이란 의미를 지닌다.
그림 정가운데 소행성 디디모스와 그 주변을 도는 디모포스에 다트 우주선(왼쪽)이 돌진하는 상상도. /사진=미국항공우주국(NASA)
다트에는 전 세계 과학자 100여 명이 참여한다. 그중 한국 연구진은 4명이 포함됐다. 천문연 우주탐사그룹 문홍규 그룹장, 최영준 박사, 이희재 박사, 김명진 우주위험감시센터 박사가 주인공이다.
천문연은 지상 망원경으로 다트 임무 전후 디디모스 쌍 소행성의 광도(빛 밝기) 변화를 관측한다. 광도는 디모포스 공전궤도 변화를 측정하는 데 쓰일 전망이다. 또 충돌 순간에 나오는 먼지와 화염의 규모를 바탕으로 디모포스 내부 구조를 알아내는 연구도 진행한다.
심우주 탐사 분야 최강국인 미국이 한국에 러브콜을 보낸 이유는 천문연 연구진이 소행성 관측 분야에서 이미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 경쟁력은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보현산천문대 망원경 등 연구 인프라가 기여했다.
이와 함께 한국은 올해 초 2029년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해외 연구 커뮤니티의 시선을 끌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이 심우주 3억km 이상 떨어진 소행성을 탐사해 샘플을 채취할 때, 한국은 발상을 전환해 정지궤도(약 3만5000km 부근) 아래로 지나가는 아포피스에 탐사선을 보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홍규 그룹장은 "한국이 다트 임무에 참여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연구 측면에서 능력을 축적해왔기 때문"이라면서 "비록 한국의 기여도가 작지만 저들의 앞선 연구 경험을 배우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추진하는 DART(다트) 임무에 한국천문연구원 과학자 4명이 포함됐다.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최영준, 김명진, 이희재 박사. / 사진=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