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안할 수도 없고..." 대선 100일 앞둔 靑, "고민이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1.11.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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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선 D-100]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 참석해 국민패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1.11.21.[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 참석해 국민패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1.11.21.


"끝까지 국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 6개월 남았는데요. (웃음) 저는 아주 긴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매일이 위기관리 연속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6개월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닙니다. 굉장히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그런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까지 긴장 놓지 않고, 또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국민들께서도 많이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 일상으로'에서 "문재인정부는 말년이 없다"는 얘기를 이처럼 했다. 그동안 여러차례 청와대 참모진과 국무위원들에게 강조해온 걸 국민 앞에서 다시 한번 언급한 것이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 선거' 준비에 여념이 없는 여의도에선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자화자찬을 늘어놨다고 날을 세웠다. 야당의 이런 반응은 쉽게 예상됐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 분위기도 미묘하다.

지금쯤이면 과거 권력인 현직 대통령보다 미래 권력인 대선 후보가 더 주목을 받아야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면에 나와 국민적 지지를 받아야하는데, 이번 국민과의 대화를 놓고 보면 문 대통령이 여전히 모든 이슈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연일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 교체'를 원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돌려놔야하는 이 후보 측 입장에선 문 대통령의 이런 대국민 홍보 행사가 부담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가 국민 맨 앞에 등장해서 바람몰이를 해야하는데, 국민과의 대화를 보니 여전히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이 정권유지를 원하는 국민들보다 많은 것으로 나오는 상황에선 이재명 캠프의 고민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 입장하고있다. 2021.11.25.[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 입장하고있다. 2021.11.25.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보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여론조사가 공표될때마다 민주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문 대통령 지지율과 이 후보의 지지율을 단순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지만, 그만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다는 것은 이 후보의 운신의 폭을 좁게 하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여론조사전문업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실시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결과,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가 39.8%로 조사됐다. 최근 실시한 '국민과의 대화'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한 때 60%를 돌파한 부정평가도 50% 중반대로 떨어졌다.

같은 조사에서 주요 후보 간 5자 가상대결은 윤석열 후보가 38.4%로 37.1%를 기록한 이재명 후보와 1.3%포인트(p) 차이를 기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5.5%,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3%,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는 1% 순이다. 그외 인물은 2.3%, 없다 7.9%, 모름/응답거절 4.8%이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에 육박한 상황인 탓에 이 후보와 민주당은 문재인정부와 차별화 시도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친문'(친 문재인) 표심을 확실히 다진 후 중도 표심까지 가져와야 하는데 이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다. 강성 친문을 버려야 중도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선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크게 부각되지 않길 바란다는 얘기도 들린다. 과거 여러 정부에선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바닥이거나 권력형 비리로 수세에 몰릴 때 탈당을 요구하거나 아니면 창당 등을 통해 확실히 선을 긋고 나갔는데, 지금은 '언감생심'이란 분위기다.
[서울=뉴시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5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인사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8.05.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5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인사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8.05. *재판매 및 DB 금지
청와대가 고민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문 대통령이 얘기한 것처럼 코로나19 위기 극복 등 퇴임때까지 열심히 일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처럼 안정적인 지지율이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자칫 이 후보와 민주당이 무리하게 차별화를 시도하다가 당청 갈등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정권이 끝날때까지 손놓고 일을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일주일에 1~2회 외부 현장 일정이 있고, 각종 회의와 행사 등으로 쉴 틈이 없다는 전언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결국 민주당이 '이질적인 차별화'보다 '화학적인 융합' 등을 통해 이 후보의 지지율을 높여나가는 전략이 현실적이란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이나 특정 후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선 청와대는 일절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말년 없는 정부답게 오로지 민생과 관련된 일에 대통령 임기가 끝날때까지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6313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1011명이 응답했다. 응답률은 16%다. 유·무선 전화 인터뷰로 조사를 실시했으며 무선 88.3%, 유선 11.7%다. 표본은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및 유선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했다. 올해 10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기준에 따른 성·연령·권역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방식으로 가중값을 산출 및 적용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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