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2배로 늘어난 KTB네트워크, 공모주 참여해볼까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1.11.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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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KTB네트워크

벤처투자의 명가 KTB그룹이 KTB네트워크 상장에 나선다. KTB네트워크는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이 7000억원으로 VC(벤처캐피탈)업계 대장주가 될 전망이다. 최근 3년간 성과보수를 받는 펀드가 증가하면서 실적도 급성장하고 있어 기관투자자들의 호응도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B네트워크는 29~30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내달 6~7일에는 일반 공모 청약이 이뤄진다. 총 신주 2000만주를 공모하며 희망 공모가 밴드는 5800원~7200원이다. 공모가는 비교 VC 평균 PER(주가이익비율) 대비 높은 할인률이 적용돼 다소 보수적으로 산출됐다. 그만큼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IPO(기업공개)로 조달되는 자금은 총 1160억~1440억원 규모다. KTB네트워크는 조달 자금을 신규 펀드 조성 등에 활용한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김창규 KTB네트워크 대표이사는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요 출자자들의 재출자율이 높고, 최근 우리도 우수 운용사로 선정되면서 대형펀드를 조성하는데 우호적인 환경이 됐다"며 "내년에는 규모가 한단계 더 큰 펀드 조성까지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VC업계에서는 통상 1000억원 이상의 펀드를 대형 펀드로 보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올해 초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약정액 2810억원 규모의 펀드 결성에 성공한 바 있다.



그는 "미국·중국·인도를 중심으로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해외는 한 건당 투자 자금이 국내에 비해 크다"며 "AUM(운용자산규모)이 증가하면 관리 보수 등의 안정적인 수익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 김다나 디자인기자/그래픽 = 김다나 디자인기자


펀드 성과보수 구간 진입에 3년간 실적 급성장...VC 순이익 1위
KTB네트워크의 모회사는 KTB투자증권 (3,295원 ▼110 -3.23%)이다. 2008년 KTB투자증권으로부터 물적분할돼 100% 자회사로 있었으나 프리IPO(기업공개) 지분 매각으로 현재 KTB투자증권 보유지분은 65%로 낮아졌다. IPO 이후에도 KTB투자증권은 52%의 지분을 보유하며 대주주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게 된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결심한 것은 공모자금을 펀드 결성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KTB네트워크는 1981년 설립된 국내 1세대 VC로 40년의 투자 경력과 회수경험을 자랑한다. 지난 40년간 58개 펀드를 청산하며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청산펀드 기준 투자 기업수는 671개에 달한다. 특히 IRR(내부수익률)이 19.8%로 국내 VC 중 최상위권이다. 업체별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까지 청산된 866개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4.8%였다.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심사역이 11명이 포진해 있다. 국내외 증시에 걸쳐 총 300여 건의 IPO 및 M&A(기업 인수·합병) 실적도 쌓았다. 특히 KTB네트워크가 2011년 창투사 인가를 받은 뒤 운용한 펀드들은 지난 3년간 성과보수 기간에 진입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KTB네트워크가 올해 3월 배달의민족(우아한 형제들) 투자로 잭팟을 터뜨린 것은 유명한 일화다. 총 23억원을 투자해 629억원을 회수하며 27배의 수익을 거뒀다. KTB네트워크는 또 토스(비바리퍼블리카) 초기 투자자 중에서는 현재까지 지분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VC로 투자 선구안을 인정받고 있다. 토스 기업가치가 250억원일 때 최초 투자했다. 현재 기업가치(8조원 이상)를 고려할 때 평가이익이 수십배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 22일 코스닥에 상장한 RBW(종합 엔터테인먼트, 마마무 소속사)도 10배 이상의 투자수익을 거뒀고 코넥스 시총 1위 기업 툴젠(바이오)도 12월 코스닥 이전상장이 예정돼 고수익이 기대된다.

이에 KTB네트워크 실적도 고공행진 중이다. KTB네트워크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6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배가 증가했다. 올 3분기까지의 영업수익도 1043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대비 55.7% 더 늘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358억을 기록, VC 업계 순이익 1위(개별 재무제표) 자리에 올랐다. 올해는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도 631억원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관리보수·성과보수·자본이익 모두 성장
KTB네트워크의 수익원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펀드를 운용할 때 기본적으로 받는 관리보수와 펀드가 목표 IRR을 초과했을 때 받는 성과보수, 펀드 내 자산 청산시에 얻는 자본 이익(capital gain)이다.

KTB네트워크의 AUM은 현재 1조1745억원(11월 결성 펀드 포함)으로 업계 최상위권이다. 이에 따라 관리보수가 탄탄하게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펀드는 8년 약정에 청산 기간 1~2년을 합쳐 총 9~10년에 걸쳐 장기간에 운용되기 때문에 꾸준한 이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성과보수는 보통 누적 IRR이 8%를 초과하면 초과금의 20%를 받는다. 시장 상황 및 투자 자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최근 성과보수를 받고 있는 펀드는 운용 시작 후 5~6년부터 성과보수가 발생하고 있다. 창투사 인가 이후 2013~2014년에 설정된 펀드들이 최근 3년간 성과보수 기간에 접어들면서 고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영업수익에서 성과보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12.7%에서 2020년 16.7%, 올해 3분기 기준 21.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운용하고 있는 펀드 중 올해 성과보수를 받은 펀드는 4개다. 이중 하나가 지난 5월 청산에 들어가 3개가 됐지만 내년에 추가로 한개의 펀드가 성과보수 구간에 들어가면서 지속적인 현금 유입이 기대된다.

KTB네트워크는 자기자본 출자 비율이 높아 자본 이익도 늘어나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펀드의 자기자본 출자 비율이 15%로 동종업계 대비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공모자금도 펀드 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대형 블라인드펀드를 비롯해 해외투자펀드, 세컨더리 펀드 등 다양한 펀드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 두개 특정자산으로 실적이 좌우되지 않도록 펀드 규모를 키우고 다양화 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해외 투자 선제적 진출...플랫폼·바이오 투자 강점
앞으로는 해외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투자비중이 전체 투자금의 30% 수준으로 국내 VC 중 가장 광범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40%까지 늘린다.

KTB네트워크는 선제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해 해외투자 경쟁력이 높다. 1988년 미주 사무소(현지법인 KTB Ventures)를 설립했고, 2006년에 중국 상하이사무소를 설치에 해외투자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바이오 연구장비 기업 버클리 라이츠에 투자해 8배를,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전기차 관련 업체 샤오펑에서는 5배의 수익을 거뒀다. 바이오 기업 카스젠(CARsgen)은 9월말 기준으로 11배의 평가익을 내고 있다.

앞으로 우수한 회수실적이 예상되는 기업으로는 미국 광고솔루션 기업인 몰로코, 인도네시아 모빌리티 플랫폼인 그랩 등이 있다. 인도 소셜커머스인 트렐, 부동산중개 플랫폼인 노브로커, 온라인 식품기업인 그로퍼스 등도 높은 투자수익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인도 기업 투자는 국내 VC 중 KTB네트워크가 최초다.

투자 내역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KTB네트워크는 ICT 플랫폼, 바이오 투자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인도의 거대한 소비 시장에 더해 스마트폰 보급률 상승으로 모바일 인터넷 및 5G 가입자 수가 증가하면서 플랫폼 사업이 더욱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력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KTB네크워크는 또 상장 후 시장 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의지를 보였다. 김 대표는 "현재 확언할 단계는 아니지만 상장 후 자사주 매입, 배당 등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알짜 자회사 상장에 따라 모회사 KTB투자증권의 기업가치 재평가도 예상된다. KTB투자증권의 현재 시가총액은 3800억원대 수준이다. KTB네트워크가 공모가 밴드 상단 가격으로 상장한다면 7000억원대 가치의 회사로 거듭난다. 자회사의 기업가치 상승에 따라 KTB투자증권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전망이다.

실적도 순조롭게 증가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은 1215억원으로 증권사 전환 후 처음으로 순이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 IB(투자은행), 세일즈&트레이딩, 리테일 등 전 영업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IB에서는 수도권 및 지방 대도시 공동주택, 지식산업센터, 물류센터 등 다양한 형태의 부동산 금융주선을 통해 인수주선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세일즈&트레이딩에서는 외화거래이익이 창출됐고, 리테일부문에서는 신규 고객 유치가 이어졌다.

KTB투자증권은 또 유진저축은행 인수대금을 완납하고 계열사 편입을 앞두고 있다. 두개의 굵직한 이벤트가 순조롭게 마무리 되면 금융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춰 주가상승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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