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 LG 총수는 왜 58세 파트너를 선택했나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한지연 기자 2021.11.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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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정기 임원인사] 취임 4년차 구광모 친정체제 구축…안정 속 쇄신 겨냥

LG 구광모 러닝메이트에 권봉석…안정 속 쇄신 겨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10월21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청년희망ON 프로젝트 간담회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맨왼쪽)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10월21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청년희망ON 프로젝트 간담회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맨왼쪽)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구광모 LG그룹 회장(43)이 권영수 부회장(64)을 대신할 러닝메이트로 권봉석 LG전자 사장(58)을 부회장으로 승진, 선임했다. 40대 총수로 취임 4년차를 맞아 친정체제 구축과 함께 쇄신과 혁신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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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은 25일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부회장 1명을 포함해 총 179명의 임원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승진 규모는 구 회장이 2018년 취임한 뒤 최대 규모다. CEO(최고경영자)와 사업본부장급 5명 발탁을 포함하면 총 인사 규모가 181명으로 늘어난다.

㈜LG COO(최고운영책임자)로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을, LG전자 (92,800원 ▲800 +0.87%) CEO로 조주완 LG전자 CSO(최고전략책임자) 부사장을 각각 부회장과 사장으로 승진, 선임한 것을 두고 최고경영진의 변화를 꾀하면서도 성과와 경륜을 고려해 대부분의 주력 계열사 CEO를 유임토록 하는 핀셋인사로 안정과 혁신을 동시에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요 계열사 인사에서 안정에 무게를 둔 것과 달리 그룹 컨트롤타워인 지주사 인사는 변화에 방점을 찍으면서 투트랙 전략을 꺼내들었다는 얘기다. 지주사 ㈜LG 인사에서는 COO 산하에 미래 산업 발굴을 전담하는 경영전략부문과 경영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역할을 할 경영지원부문을 신설하는 등 지주사의 기능도 강화했다. ㈜LG CFO인 하범종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CFO 겸 경영지원부문장에 선임한 데 이어 경영전략부문은 ㈜LG에서 경영전략팀장을 맡아온 홍범식 사장이 담당하도록 했다.

지주사 팀장에는 박준성 전무 ESG팀장(현 LG화학), 안준홍 전무 전자팀장(현 LG경영개발원), 장건 전무 법무·준법지원팀장(현 LG유플러스), 조케빈 전무 미래투자팀장(현 LG화학), 이호영 상무 업무지원담당(현 LG전자) 등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의 젊은 임원을 중용했다.

43세 LG 총수는 왜 58세 파트너를 선택했나

LG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등에 따른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해 연륜과 경험을 갖춘 기존 경영진에게 신뢰를 보내 지속성장의 기반을 탄탄히 하는 한편, 역량을 갖춘 리더에게는 새로운 중책을 맡겨 미래준비와 변화를 가속화하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이 지난달 말부터 계열사 CEO들과 진행한 사장단워크샵과 사업보고회에서 "그동안 흔들림 없이 추진해온 고객가치 경영에 더욱 집중해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질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를 주도할 실질적인 실행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재를 적극 육성, 확보해 미래준비에 집중해야 한다"며 '안정 속 쇄신'을 강조한 것도 이번 인사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권봉석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그룹 계열사 부회장은 4명으로 늘었다. 권 신임 COO는 2014년 ㈜LG 시너지팀장을 지낸 경험을 살려 계열사별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미래준비를 강화하는 등 지주사 운영과 구 회장 보좌에 주력할 전망이다.

올해 인사에서 신임 상무가 132명으로 구 회장 취임 이후 최대인 점도 눈길을 끈다. 그룹 안팎에서는 실적 성과를 기반으로 잠재력과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를 과감히 기용해 구 회장이 강조해온 고객가치와 미래준비를 도전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고개를 든다. 상무급을 두텁게 해 중장기적으로 미래 사업가를 육성하면서 CEO 후보군을 넓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규 임원 중 40대가 82명으로 62%에 달한다. 전체 임원 가운데 1970년대생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41%에서 올해 말 기준 52%로 절반을 넘어서게 됐다.

최연소 임원은 올해 41세인 1980년생 신정은 LG전자 상무로 차량용 5G(5세대) 텔레매틱스 선행개발을 통한 신규 수주 기여 성과를 인정받아 발탁 승진했다.

나이·출신 필요없다…4년차 맞은 구광모 LG 인사 '실력·실용'
43세 LG 총수는 왜 58세 파트너를 선택했나
25일 LG그룹이 단행한 정기 임원 인사는 취임 4년차를 맞은 구광모 회장의 '뉴LG'체제 본격화에 초점을 맞췄다. 권봉석 ㈜LG COO(최고운영책임자)와 조주완 LG전자 CEO(대표이사)가 각각 부회장과 사장으로 승진한 것 외에는 대부분의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유임됐다. 지난해 LX그룹 계열분리 등 그룹 전반적 변화가 컸던만큼 올해는 '혁신과 안정' 모두를 고려했다는 평가다.

실력 기반의 실용 인사도 눈에 띄었다. 구 회장은 나이와 성별, 출신, 국적 등 조건에 관계없이 분야별로 성과를 낸 전문가들을 승진시켰다. 질적 성장에 따른 고객 가치 실현으로 그룹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분석이다.

◇실용주의 내건 구광모號…실력 기반 인재 발탁

구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2018년 취임 후 강조해온 '실용주의' 철학을 여실히 드러냈다. 구 회장이 이끈 LG그룹은 고객가치 중심 경영과 디지털혁신·기술리더십 강화 등 지속 성장 관점에서 사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인재를 적극 발탁했다.

권혁진 LG전자 LSR(고객생활연구) 연구소장이 상무로 승진하며 첫 임원배지를 달았다. 권 소장은 고객경험 데이터에 기반한 전략을 발굴해 사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권 소장 외에도 고객에 대한 집요함을 바탕으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한 인재 10명이 승진했다. LG그룹은 "이들은 디자인, 상품기획, 트렌드, 고객접점 등 분야에서 고객가치 실천을 체질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 분야 인재 중용으로 신성장 분야 신기술을 개발해 미래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50세의 김병훈 LG전자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임명됐다. 김 부사장은 기술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선행기술 개발과 개방형 혁신 속도를 올리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구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AI(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분야의 과감한 인재 발탁은 올해도 꾸준히 이어졌다.

2020년 말 출범한 LG AI연구원을 이끌어온 배경훈 원장이 우수 인재 확보와 초거대 AI 등 기술 혁신 성과를 인정 받아 전무로 승진했다. 상무 승진 3년만이다.

이외에도 품질과 안전환경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 10명을 중용하면서 고객가치 실천이란 그룹의 방향성을 또한번 강조했다. 또 LG화학에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EO)부문을 신설하고 LG에너지솔루션에 최고품질책임자(CQO) 부문을 신설하는 등 조직을 격상시켜 중요성을 드러냈다.

43세 LG 총수는 왜 58세 파트너를 선택했나
◇출신 불문 인재 수혈로 조직 다양성 꾀해

성별과 출신을 불문한 '순혈주의' 타파로 조직의 다양성 강화도 꾀했다. LG그룹은 연말 임원인사에서 여성인재 9명을 발탁했고 올 한해 동안 총 28명의 외부 인재를 임원으로 영입했다.

여성 임원은 올해 전무 1명 승진, 신규 상무 8명 선임 등 9명이 승진했다.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15명, 2019년 11명과 비교하면 다소 줄었지만 전체 여성 임원 규모는 올해 기준 55명(6.2%)으로 구 회장 취임 첫해 29명(3.5%)보다 2배가량 늘었다.

LG그룹은 "전략·마케팅·R&D·생산 등 다양한 직무에서 여성 임원들이 승진하며 여성 인재에 대한 동기부여와 조직의 다양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본격화한 외부인사 영입 기조도 올해 인사에서 이어졌다. LG전자는 이번에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43)를 H&A사업본부 고객경험혁신 분야 상무로, 글로벌 기업 P&G에서 브랜드마케팅 분야 전문가로 근무한 김효은 상무를 글로벌마케팅센터 산하에서 브랜드매니지먼트담당으로 영입했다. LG화학도 미국 3M 출신의 이창현 상무와 미국 제노마티카 출신의 양태훈 수석연구위원을 영입했다.

올해 연간으로는 LG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온라인사업담당 전무로 영입된 데이비드 강 전 스페이스브랜드 글로벌마케팅 부사장을 포함해 총 28명이 그룹 외부에서 수혈됐다. 지난해 22명, 2019년 16명, 2018년 13명을 넘어서는 규모다.

LG그룹 관계자는 "나이, 성별, 직종에 관계없이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수혈해 부족한 전문역량을 보완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외부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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