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워런 버핏 삼성생명 지분매각 논의, 상견례만 하고 무산"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성시호 기자 2021.1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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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버핏 면담 주선에 참여한 정형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 '삼성물산 의혹' 23차 공판서 증언

정형진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 /사진=최부석 기자 my2eye@정형진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 /사진=최부석 기자 my2eye@


2015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골드만삭스 주선으로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을 만났지만, 만남은 한 차례에 그치고 구체적인 거래조건도 전달되지 않은 채 진전이 없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25일 '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에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10명에 대한 23차 공판에서 정형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를 증인으로 소환해 변호인단 측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에는 이 부회장이 미국의 유명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 회장을 만나 삼성생명 지분매각을 논의하게 된 과정과 경과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이 이뤄졌다. 실제로 이 부회장과 버핏 회장은 2015년 7월11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만남을 가진 바 있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 공소장에 "(이재용 측이) 상속세 마련 등을 위해 골드만삭스와 함께 삼성생명 지분 매각에 착수하여 인수자를 물색하던 중 워런 버핏과 논의하기로 했다"면서 "버크셔 해서웨이가 삼성전자 지분을 7~10년간 보유하며 삼성에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하는 이면약정을 제안했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약정이 알려지면 금융위원회에서 삼성생명 분할 승인이 거부될 수 있어 이면 약정 사실을 비밀로 하고, 워런 버핏이 먼저 거래를 제안했다고 공표해 주기로 거래명분을 가장하는 비밀 약정도 함께 제안하였다"고 공소사실로 적시했다.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생명의 주요 자산이고, 당시 제일모직은 삼성생명의 주요지분을 갖고 있었다. 삼성생명에 대한 지분매각 거래가 진행되면 각 회사들의 가치가 변할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이 부회장 측이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 검찰의 공소취지 중 하나다.

그러나 이날 법정에 나온 정 대표는 둘의 만남에서 가격 등 구체적 매각 조건이 논의되지 않았다고 검찰 공소내용과는 다소 결이 다른 취지로 답했다.

정 대표는 당시 버핏과의 매각 협의에 대해 "급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의 기초적인 방식이 전달됐으나 구체적 가격 조건은 제시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변호인단 질문에 "협상을 할 준비는 안 되어 있었다"고 답했다. 또 그는 "기업 인수합병을 하다보면 자산에 관심이 있더라도 처음에 만나서 서로 안맞으면 성사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래서 일단 처음 만나서 하는 자리는 상견례 같은 분위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의 증인신문 도중에는 당시 골드만삭스 관계자가 삼성그룹 이 부회장 측에게 버핏 회장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보낸 메일도 공개됐다. 버핏 회장을 '젠틀맨'이라고 칭한 이 메일에서는 "(버핏은)일대일 만남을 선호한다"며 "격식을 차리지 않는 '서로 알아가는' 대화를 진행할 것입니다.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대화이므로 협상이 진행되는 자리는 아닙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또 변호인단은 골드만삭스 본사의 존 S. 와인버그 부회장이 버핏 회장과 미리 접촉해 삼성생명 지분매각에 대해 언급한 뒤 얻어낸 반응을 담아낸 메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메일에는 버핏 회장 측에서 △삼성생명에 대해 익숙하고 관심이 있다 △100% 구매하길 바란다면서도 △시간을 두고 사고 싶다 △지분을 영구적으로 보유하기 바란다고 했다는 내용이 써 있었다.

"7~10년간 보유해주기로 이면 약정했다"는 검찰의 공소내용에는 들어맞지 않는 내용이었다.

한편 정 대표는 이 부회장과 버핏 회장이 만남을 가졌지만, 이후 삼성생명 매각이 더 진행되는 일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좀 미스테리했다"면서 "(이 부회장과 버핏 회장의 만남 이후) 준비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나중에 관심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만남 이후 상황을 설명했다.

이 부회장 측이 버핏 회장에게 지분 매각을 타진했던 이유에 대해 정 대표는 "워런 버핏이 당시 IT 관련 투자를 많이 하지 않았다. 산업 회사들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삼성에) 투자하면 여러가지 브랜드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또 변호인단이 "상견례 정도 하고 끝나버린 내용을 (시장에)알리면 혼선을 주는 게 아니냐"고 묻자 정 대표는 "상견례 했는데 청첩장 돌리는 꼴"이라며 "보통 계약과 협상을 다 하고 이사회 결의를 할 때쯤 발표를 한다"고 답했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삼성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11.25/뉴스1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삼성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11.2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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