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창업,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드는 일

머니투데이 이태훈 서울창업진흥원(SBA) 창업본부장 2021.12.13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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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SBA) 창업본부장

[투데이 窓] 창업,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드는 일


요즘은 조금 보기 힘든 장면의 이야기일 수 있으나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동네 어귀에 둘러앉아 작은 용돈을 걸고 바둑이라는 게임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때면 어김없이 많은 분이 게임하는 두 분을 에워싸고 구경했으며 옆에서 바둑을 두는 두 분의 어르신보다 월등한 실력으로 훈수를 두는 게임의 고수 어르신이 있어 바둑판의 승패를 좌지우지하곤 했다. 그 훈수로 승패가 결정나면 가끔은 패한 어르신과 훈수를 둔 어르신의 싸움으로 번지고 그 싸움의 끝은 싸운 두 분의 다른 매치로 이어지는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됐다.

그런데 여기서 참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훈수를 잘 두던 어르신이 직접 게임에 참여하면 형편없는 실력으로 완패한다는 것이다. 훈수를 두던 그 실력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궁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훈수를 둘 때는 두 편을 각각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게 되는데 게임에 참여하는 순간 객관성을 잃고 편협하게 자기중심적인 입장에서만 게임을 하게 되면서 그런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닐까 싶다. 원래 누구나 알고 조심하다가도 막상 그 순간이 닥치면 그런 상식을 잊는 것처럼 말이다.

창업 아이템을 기획하는 과정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곤 한다. 다른 사람이 창업에 실패하는 것은 아주 객관적으로 잘 보게 되는데 직접 창업하면 그 객관성을 잃어버리고 편협하고 주관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창업 아이템을 개발할 때 누구나 다 아는 기본 중의 기본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드는 것'이다.

세상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찾고 그 수요가 객관적으로 충분한가를 조사하고 분석한 후 그 아이템을 내가 개발할 수 있는가 또는 그 아이템을 개발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검토한 후 창업해야 실패확률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만나다 보면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무조건 창업부터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창업을 결심하는 순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 세상에서 꼭 필요로 하는 기술이라는 편협하고 주관적인 마음으로 가득차 객관적인 분석은 멀리한 채 무조건 자신의 아이템이 개발돼야 하고 상용화하면 성공한다는 착각 속에 무조건적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창업한다는 것 또는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고 만들어간다는 것은 자신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니즈가 먼저여야 한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또는 세상에 제공된다면 정말 유익한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술은 세상 속으로 빠르게 확산할 것이며 이용자가 점점 늘면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또 성장할 것이다. 이런 창업모델이 누구나 알고 있는 우수창업의 모델이다.

이스라엘에서 창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군에서 제대한 청년들이 군에서 배운 기술을 활용해 미국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완벽한 판매처가 확보된 아이템만큼 확실한 창업이 있을까.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은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지금 내가 준비하는 창업 아이템이 내가 잘하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인지를 다시금 돌아보자. 그리고 세상이 지금 확실히 필요로 하는 아이템인지 또는 세상에 유익한 아이템인지 분석하자. 자신이 잘하는 것이 아닌 세상이 필요로 하는 성공하는 창업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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