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2강' 유한·녹십자, 신약 앞세워 반등 정조준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1.11.2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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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라자·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 내년 미국 진출 가시화
핵심 파이프라인 최대 시장 진출 통한 외형 확대 기대감

'왕년의 2강' 유한·녹십자, 신약 앞세워 반등 정조준


신흥 강자에 밀려 제약·바이오업계 매출 선두를 내준 유한양행 (69,300원 ▼800 -1.14%)과 GC녹십자 (109,100원 ▼1,500 -1.36%)가 핵심 파이프라인 성과를 앞세워 반등을 노린다. 양사가 오랜 기간 투자한 신약이 내년 굵직한 성과 도출이 전망되고 있어 외형은 물론 질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과 GC녹십자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렉라자'와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GC5107)는 각각 내년 미국 허가를 통한 주요 해외시장 진입 본격화가 예상된다.



국산신약 31호이기도 한 유한양행 렉라자의 주성부인 레이저티닙은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공동 개발 중인 3세대 표적항암제 후보 물질이다. 유한양행이 2015년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에서 도입한 레이저티닙은 2018년 단일 항암제 기준 역대 최대 규모(약 1조4000억원)로 얀센에 기술수출 됐다. 현재 1차 치료제로 치료범위 확대를 위한 자체 임상 3상(단독용법)과 얀센의 해외 병용 임상 3상을 비롯한 총 6건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 9월 유럽종양학회(ESMO)를 통해 내성 환자 대상으로 우수한 효능을 보인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달 얀센이 레이저티닙의 새로운 글로벌 임상(1상)에 착수하면서 연내 혁신형치료제(BTD) 신청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혁신형치료제로 지정되면 우선심사 자격을 갖출 수 있게 돼 허가 심사기간이 1년에서 6개월로 단축된다. 순조롭게 허가 절차가 진행되면 내년 하반기 허가 획득을 기대할 수 있다. 업계는 레이저티닙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연간 1조원 규모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적응증 추가에 따른 매출 확대도 가능하다.



임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레이저티닙의 FDA 조건부 허가 획득 및 하반기 미국 출시에 따라 기술료 수익이 이익에 본격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개발 신약 파이프라인 중 최초 글로벌 블록버스터 등극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GC녹십자의 1차 면역결핍증 치료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도 오랜 기다림 끝에 미국 시장 진출 청신호가 켜졌다. FDA가 최근 생산시설인 오창 공장 실사를 마무리 했으며, 이르면 이번 주 최종 점검회의에 나설 예정이다. 해당 관문까지 순조롭게 통과하면 내년 2월 허가 및 하반기 현지 처방이 가능해진다. 현지 면역글로불린 시장 규모는 11조원 이상으로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녹십자는 2015년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IVIG-SN) 5%로 미국 허가를 신청했지만, 2016년과 2017년 연이어 제조공정 관련 자료 보완 요청으로 허가가 지연된 뒤 현지 수요가 더 높은 10% 제제 선허가로 전략을 변경해 올해 2월 품목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한 바 있다. 수년간 재도전 끝에 미국 진출 가시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회사는 최근 수년간 최대 역점사업이었던 미국 진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현지법인 GC목암(MOGAM)을 통한 공급 채널을 확보하고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양사 주력 파이프라인의 미국 진출은 외형 확대 측면에서도 큰 기여가 예상된다. 특히 2019년까지 수년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매출 1, 2위를 다투다 지난해 대표 바이오텍 셀트리온 (172,900원 ▼4,200 -2.37%)과 코로나19(COVID-19)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에스디바이오센서 (9,700원 ▼330 -3.29%) 등에 자리를 내준 양사 입장에선 매출 순위를 되찾을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내년 유한양행과 GC녹십자 매출 전망치는 각각 1조8800억원과 1조7000억원 수준이다. 각각 2조3600억원, 2조7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셀트리온,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1조8500억원)에도 밀리는 규모지만, 해당 전망치에는 주력 파이프라인 미국 허가에 따른 매출 및 마일스톤 등이 적극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이르면 내년에도 순위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파이프라인의 미국 매출 반영이 연초부터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내년부터 극적인 매출 반영을 기대할 순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허가가 예상대로 이뤄진다면 적어도 2023년 본격화 될 추가 매출 영향으로 현재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낙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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