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맞서 1년새 50% 성과낸 펀드…"변화는 이제 시작"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1.11.25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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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를 만드는 사람들]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그린히어로펀드 책임운용역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은기환 한화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기후위기에 투자해도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다는 점이 뿌듯하죠. 앞으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지 않는 투자가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그린히어로펀드 책임운용역(차장)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연신 강조했다. 은 차장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배출 저감에 투자하는 한화그린히어로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전기차 부품과 2차전지(38.1%·이하 10월 말 기준), 태양광·전력인프라(28.7%), 수소(6.9%), 풍력(5.2%) 등에 고루 투자하는 펀드다.



은 차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태양광과 풍력을 주축으로 하고 여기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와 수소까지 총 4가지가 핵심"이라며 "이와 함께 탄소포집, 에너지저장장치, 자연순환경제 등 분야에도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2018년 인천 IPCC(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총회다. 당시 IPCC는 '1.5도 특별보고서'를 통해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내로 억제하기 위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 차장은 "유럽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을 직접 방문하면서 기후위기 문제를 알게 됐고 관련 공부를 시작하면서 기후위기가 인간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후 2018년 IPCC의 1.5도 보고서에 충격을 받고 본격적으로 ESG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생활 속에서도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급적 채식 비중을 늘리고 소고기는 먹지 않는 식이다. 지난해에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차도 전기차로 바꿨고, 텀블러도 항상 소지한다. 한 지자체에서는 기후환경 자문위원을 맡았고, 실제 정책 제정을 위해서도 적극 활동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비롯한 ESG 투자는 성과가 부진하다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이 펀드는 수익률도 우수하다. 펀드 구성 종목을 살펴보면 테슬라를 13%가량으로 가장 많이 담았고, LG화학우, 솔루스첨단소재,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퍼스트솔라 등도 속해 있다.


지난해 10월 16일 처음 설정된 이후 수익률은 60.5%(지난 19일 기준)다. 같은 기간 S&P500, 코스피 등을 모두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최근 1년 수익률도 50%를 넘는다.

전기차를 비롯해 기후위기를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난 영향인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은 차장의 분석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1.5도 시나리오 달성을 위해서는 전기차 시장이 지금보다 2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제 펀드뿐 아니라 2차전지 펀드가 코스피 수익률을 크게 상회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ESG 관련 펀드 수익률이 높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며 "이미 시장 평균 수익률 이상은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고 이 변화는 단순히 1~2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전원별로 가격 경쟁력을 측정하면 이미 재생에너지나 풍력이 더 경제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앞으로 탄소가격을 구체적으로 매기게 되면 경제성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여 지금의 방향은 확실하고 현재 속도로도 투자에 부족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은기환 한화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그에게 ESG는 잠시 스쳐 가는 유행이 아닌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의 변화로 다가왔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에 의존했던 자본주의 사회와 달리 탄소배출 저감 능력이 곧 기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비롯해 '큰 손'들도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각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은 차장은 "지금의 자본주의도 처음부터 정착된 것이 아니라 몇 번의 우여곡절을 거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지금은 새로운 개념이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자본주의가 중상주의부터 신자유주의까지 흘러왔듯 앞으로는 ESG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후위기 문제에 투자하는 펀드매니저 입장에서 국내 기업의 정보 공시는 다소 아쉬운 점이다. 은 차장은 "각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1년이 아니라 분기마다 더 자주 공시해야 구체적으로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며 "실제 공시를 하더라도 구체적인 계획이 미비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을 사례로 들어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의 노력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투자는 기본적으로 돈을 벌기 위한 행위이지만, 현재 공동체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를 가만히 외면하는 것은 양심에 반하는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은 차장은 "당장 올해만 해도 원유 관련 기업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ESG 투자가 수익을 내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원유 관련 투자가 양심적인 것은 아니다"며 "투자 하나하나를 별 생각 없이 하다 보면 전 인류가 멸종에 가까워지고, 그 심각성은 2차 세계대전 그 이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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