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주 빠진 위기의 코넥스…'미운 오리새끼' 탈출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1.11.24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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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주 빠진 위기의 코넥스…'미운 오리새끼' 탈출 가능할까


'미운 오리새끼' 코넥스가 대장주마저 이탈하며 위기에 빠졌다. 기업들이 빠져나가는 속도에 비해 새로 입성하는 기업은 줄어들면서다.



한국거래소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코넥스의 '애매한 입지'가 가장 큰 제약이라고 입을 모은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전자 가위 기술업체 툴젠 (70,200원 ▲2,000 +2.93%)은 오는 25~26일 코스닥 이전상장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툴젠은 코스닥 이전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4차례 신청한 끝에 올해 처음으로 상장심사 승인을 받았다. 첫 기술특례 상장을 청구한 지 6년 만이다.

툴젠의 이전상장으로 코넥스는 시장이 급격히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코넥스 대장주인 툴젠의 시가총액은 9734억원이다. 코넥스 전체 시총(6조1433억원)의 15%를 넘게 차지한다.

툴젠 뿐만이 아니다. 코넥스 시총 3위인 선바이오 (9,130원 ▲40 +0.44%)(2728억원)도 지난달 27일 코스닥 이전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했다. 콘텐츠 제작사 래몽래인 (14,600원 0.00%)과 동물용 항체의약품 기업 애드바이오텍 (3,015원 ▲10 +0.33%)은 최근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기업은 10곳이다. 심사 승인을 받은 툴젠과 래몽레인, 애드바이오텍이 연내 상장한다고 가정하면 13곳에 이른다. 이는 2013년 코넥스 시장 개설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이전상장 기업의 급증은 코스닥 상장을 위한 코넥스의 징검다리 역할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빠른 이전상장 속도에 비해 코넥스에 진입하는 기업의 수는 적다는 점이다. 올해 코넥스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4곳에 불과하다. 연내 상장을 앞둔 기업을 포함하더라도 7~8개에 그친다.
대장주 빠진 위기의 코넥스…'미운 오리새끼' 탈출 가능할까
2016년만 해도 50건에 달했던 코넥스 신규 상장기업 수는 지난해 12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는 이마저도 못 미치며 역대 최저치가 예상된다.

코넥스의 부진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말 '코넥스시장의 성공적인 재도약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논의된 활성화 방안으로는 지정자문인 완화 및 기본예탁금 폐지 등이 거론됐다. 지정자문인 제도는 증권사가 코넥스 상장사들이 상장의무를 이행하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제도로, 초기 수수료 부담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본예탁금은 코넥스 상장주식을 매수하려는 투자자가 예탁해야 하는 금액을 말한다. 2013년 코넥스시장 출범 당시 3억원이던 기본예탁금은 2015년 1억원, 2019년 3000만원으로 두 차례 인하됐다.

그러나 관련 제도가 재정비되더라도 코넥스 시장이 부활할지는 미지수다. 상장요건 완화로 코스닥 시장의 진입 문턱이 낮아진 데다, 최근 비상장 시장이 뜨거워지며 비상장 플랫폼이나 K-OTC를 통해 상장 이전에 주식이 거래되는 경우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유망한 비상장 기업의 경우 VC(벤처캐피탈)이나 신기술금융사 등의 투자 수요가 늘며 자금 조달이 수월해졌다. 고액 자산가들의 비상장 투자 수요가 높아지며 사모운용사가 Co-GP(신기술투자조합 공동업무집행조합원)를 결성해 유망 기업에 자금을 유치하는 경우도 급증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코넥스에 입성할 바에야 차라리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것이 편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정자문인 제도 등 비용적인 부분까지 부담하면서 기업들이 코넥스를 갈 만한 유인이 크지 않다"며 "차라리 장외시장을 거친 뒤에 직상장을 노리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코넥스 기업의 IPO(기업공개) 성과가 부진한 점도 우려 요소다. 지난 18일 코스닥 이전상장한 반도체 부품 검사장비 업체 바이옵트로 (8,040원 ▲440 +5.79%)는 6520원으로, 공모가(7500원)보다 13%가량 낮다. 에브리봇 (23,500원 ▼150 -0.63%), 에이비온 (6,650원 ▲150 +2.31%), 에스앤디 (27,850원 ▼250 -0.89%) 등도 공모가를 각각 35%, 29%, 2% 이상 밑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이전상장을 앞둔 기업들의 주가가 과도하게 뛰었고, 공모가도 이에 맞춰 산정돼 기업가치도 높게 책정된 경향이 있다"며 "코넥스시장에서 이미 거래가 가능해 상대적으로 유통물량이 많은 점도 차익실현 욕구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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