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FDA 공장 실사 이상無…녹십자 혈액제제, 11조 美시장 진출 '청신호'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1.11.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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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FDA 공장 실사 이상無…녹십자 혈액제제, 11조 美시장 진출 '청신호'


GC녹십자 (115,700원 ▲1,400 +1.22%)의 대표 의약품인 혈액제제 'GC5107(국내 제품명: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이 11조원 규모 미국시장 진입을 위한 마지막 관문에 들어섰다. 공장 실사를 마무리짓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현지 허가당국인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이르면 이번 주 최종 점검회의를 연다.

이 회의까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내년 2월 중 허가가 결정돼 하반기 전후로 미국 처방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국산 혈액제제의 첫 미국 시장 진입인 동시에 회사가 10여년 공들인 사업의 성과가 나오는 셈이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는 최근 GC5107을 생산하는 GC녹십자 오창공장 실사를 끝냈다. 공장 실사는 의약품 현지 허가를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단계다. 실사는 별다른 결격 사유 없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녹십자는 GC5107의 공장 실사 결과물과 앞서 제출한 품목허가 신청서(BLA, Biologics License Application) 등 모든 관련 자료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이르면 이번 주 미국 FDA와 최종점검회의(Late Cycle Meeting)를 갖게 된다. GC5107 현지 허가를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만 남겨둔 셈이다.



이 관문도 넘게되면 GC5107는 내년 2월 중 FDA 허가를 받고 하반기 전후로 미국 의료현장에서 처방이 시작된다. 국산 혈액제제 중 처음으로 미국시장에 진입한 의약품이 탄생하는 것.

혈액제제는 인간 혈액의 액체 성분인 혈장에서 특정 단백질을 분리, 정제한 의약품이다. 이 가운데 혈장에서 분리한 면역글로불린은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데 GC5107는 혈액제제 중에서 면역글로불린제제로 분류된다.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감소증과 같은 1차성 면역결핍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면역글로불린 함유 농도에 따라 5%와 10% 제품 등으로 나뉘며 GC5107는 10% 제품이다.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도화된 생산 경험이 필수적인 혈액제제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자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급 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오창공장에서 생산되는 혈액제제는 녹십자 전체 의약품 매출 중 가장 높은 비중(32.9%)을 차지한다. 특히 GC5107은 이미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판매된다. 고품질 혈액제제 생산능력은 업계에서 인정받은 상태.


한 업계 관계자는 "혈액제제의 경우 생산설비와 공정 관리가 특히 중요한데다 전 세계에서 미국 규제당국의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만큼 공장실사는 현지 허가를 위한 핵심"이라며 "실사가 순조로웠다면 허가가 그만큼 가까워진 셈"이라고 말했다.

현지 임상도 성공적이었다. 일차 면역결핍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GC5107의 북미 임상 3상에서 투약후 12개월 간 급성 및 중증 세균성 감염 빈도를 측정한 결과 FDA 기준인 1보다 낮은 0.02의 수치를 나타냈다. 안전성 평가에서도 약물로 인한 사망이나 심각한 수준의 이상반응이 관찰되지 않는 등 모든 기준을 충족시켰다.

내년 GC5107이 미국에서 허가되면 약 11조원 시장을 겨누게 된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93억 달러(약 11조558억원)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자가면역질환의 증가로 면역글로불린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 게다가 면역글로불린의 미국 시장 가격은 국내보다 4배 정도 높게 형성돼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현지 시장 점유율 기준 상위 5개 제품군 진입이 목표"라고 말했다. 허가 이후 공격적 현지 영업을 위해 현지법인 GC목암(MOGAM)을 통한 공급 채널을 확보하고 채널별 단위 기관당 소비랑 점검도 완료한 상태다.

규모가 크지만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인 만큼 GC녹십자는 혈액제제 미국 진입에 10여년간 공을 들였다. 특히 허은철 사장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2015년을 전후로 회사 최대 역점사업이었다. 허 사장은 지난 2월 GC5107의 허가 신청서를 미국 FDA에 제출한 직후 "바이오 의약품 사업의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목표를 향한 큰 도약"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나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10개 정도의 아이비글로불린 10% 제품이 유통되고 있지만 2019년부터 공급 부족이 지속되며 코로나19에 따른 혈액공급 차질까지 겹쳐 공급 부족이 심화된다"며 "시장성 높은 미국 시장 진출은 회사 매출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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