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구 벌써 감소 시작됐나…새 통계보니 "한국보다 드라마틱" [김지산의 '군맹무中']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1.11.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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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출생률 사상최저 8.52명…"2066년 인구 반토막" 예측도

편집자주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사진=AFP사진=AFP


중국의 출생률(인구 1000명당 출생 아기 수)이 사상 처음으로 10명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발간한 '중국통계연감 2021'을 보면 2020년 전국 출생률이 8.52명으로 나타났다. 출생률에서 사망률을 뺀 자연증가율은 1.45%였다. 노령화가 진행 중인 중국은 출생률 저하로 자연스럽게 순수 인구 감소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류제화 베이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자 중국인구학회 부회장은 "2019년 사망 인구가 980만여명이었는데 고령화로 이 수치가 매년 커지고 있다"며 "줄어드는 추세인 출생 인구가 지난해 1200만명에서 올해 1000만명 미만일 경우 총 인구 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전혀 예견되지 않은 건 아니다. 5월 발표된 중국 인구조사 결과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1년 전 1.7명에서 1.3명으로 낮아진 게 그 징후였다.

한국보다 드라마틱한 중국 저출산
중국 출생률(빨간색) 및 총인구(밝은 파란색) 추이.중국 출생률(빨간색) 및 총인구(밝은 파란색) 추이.
물론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한국은 지난해 출생률 5.3명, 합계출산율 0.84명으로 수년째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 중이다.



중국이 걱정하는 건 한국의 뒤를 밟을 가능성이다. 2010년만 해도 한국의 출생률은 9.4명이었다. 2013년 8.6명으로 9명 벽이 무너지고 7명대로 고꾸라지는 데 불과 3년(2016년 7.9명)밖에 걸리지 않았다. 2018년이 되자 6.4명, 다음해 5.9명, 2020년 5.3명으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나 내년에는 4명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합계출산율을 봐도 1980년 후반 1.7명대를 유지하다 2018년 0명대(0.98명)에 진입한 이후 가속이 붙었다.

단순히 데이터만 보면 중국은 한국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출생률부터 보자. 2010년 이후 중국 출생률은 14.57명(2012년)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13.57명) 이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해 지난해 10명 아래로 떨어졌다. 특이한 건 2018년 10명대(10.86명)로 진입한 지 2년 만에 9명대를 건너뛰고 곧바로 8명대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합계출산율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1995년(1.66명) 이후 1.59명을 기록한 1999년을 제외하고 1.6명대를 줄곧 유지해왔다. 그러다 2019년 1.70명으로 반짝 뛰더니 1년 만에 1.3명으로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출산율 쇼크 원인으로 코로나19를 지목하는 이들이 많다. 일상 생활이 불안정해지고 병원 입원과 출산에 대한 우려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일리가 없지 않지만 코로나19로 모든 걸 돌려버리는 건 무리가 있다. 그보단 속도가 붙기 시작한 저출산 흐름에 코로나19라는 가속 요인이 더해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14억→7억 반토막, 시기의 문제
이 견해는 올해 확인된 숫자들에서 증명된다. 중국 내 31개 성 가운데 인구가 3번째로 많은 허난성. 올 1~9월 출생아 수가 전년동기 대비 18.8% 줄었다. 구이저우성의 성도 구이양은 10월까지 16.8% 급감했다. 안후이성 츠저우시도 10월까지 출생아 수가 21% 줄었다.

인구학자 허야푸 박사는 올해 출생 인구가 지난해보다 13~20% 감소한 950만~1050만명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치 상단을 기록한다고 해도 1994년 2100만명의 절반이다.

중국의 인구 증가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유엔은 2019년 보고서에서 중국이 2065년까지 약 13억명 인구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학계는 터무니없는 전망이라는 듯 귀담이 듣지 않는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지난해 중국 인구가 2100년 무렵 지금의 절반인 7억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합계출산율 1.7명 기준이다. 중국 시안 자오퉁대 연구진은 학내 저널에서 합계출산율을 1.3명으로 설정한 결과 인구가 반토막 날 시점을 앞으로 45년 뒤, 그러니까 2066년 무렵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가파른 출산율 감소폭을 감안하면 자오퉁대 연구진 연구결과가 훨씬 설득력 있다.



인도가 인구 수에서 중국을 추월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인도 인구는 13억7962만명으로 중국 14억1172만명에 근소하게 밀린다. 인도는 합계출산율이 2.3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합계출산율을 2.1명으로 끌어올려 현 인구를 유지한다고 해도 어느 시점에서는 인도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에서 인구 감소는 국력 약화를 말한다. 신장위구르, 티베트, 대만해협, 인도 국경지대 등에서 군사적 억지력은 물론 생산력과 구매력 등 성장 동력이 약화된다. 15~64세 사이 생산가능 인구만 하더라도 2013년 10억582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말 기준 9억6776만명으로 하향곡선이다. 생산가능 인구 비중 역시 2010년 74.5%에서 지난해 68.5%로 꺾였다.

중국 인구학자 허야푸 박사는 얼마전 소셜미디어에 "인구 감소는 경제에 장기적이고 만성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중국 노동인구가 2012년부터 감소한 게 지난 10년간 경제 성장이 둔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화상으로 참여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11.11.[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화상으로 참여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11.11.
시진핑 공동부유, 인구절벽에 도전
저출산의 1차 원인은 출산적령기(25~29세) 여성 수 감소다. 중국 민생증권연구원에 따르면 이에 해당하는 여성 수가 2015년 6300만명에서 지난해 말 4600만명으로 27% 줄었다. 한 자녀 정책과 조건부 둘째 출산, 이른바 한 자녀반(첫째가 딸일 때 둘째 출산 허용) 같은 정책 영향이 크다. 첫째가 아들이면 아예 둘째를 낳지 않거나 둘째가 딸일 때 낙태하는 일이 잦았다. 극단적 형태는 2000년 인구조사 결과에서 잘 드러난다. 그해 중국 전역에서 첫째 아이 출생 성비는 107.1명(여성이 100명일 때 남성 수)이었던 반면 둘째 출생 성비는 151.9명에 달했다.

중국은 2016년에 이르러 아이 수를 두 명까지 허용하고 올 7월 세 자녀 출산을 허용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더 이상 산아제한 완화 내지 폐지는 저출산을 해결하는 데 일말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기를 낳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사는 게 너무 팍팍해서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이다. 부동산 관련 정보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선전에서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집 사는 데 들인다고 했을 때(PIR: Price to Income Ratio) 빚을 다 갚는 데 43.15년이 걸린다. 베이징은 42.47년, 상하이 33.36년이다. 서울(29.69년)이나 런던(13.37년), 뉴욕(8.76년)과 비교해 기간이 월등히 길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이 국가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데도 불구하고 대출 억제와 학군제 폐지 등을 통해 집값 잡기에 집중하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교육 개혁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정부는 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하는 사교육을 금지했다. 중국 정부 조치는 경제학자 게리 베커의 자녀 수요에 대한 경제모형 이론을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베커는 부모가 몇 명의 자녀를 낳을지 결정할 때 자녀가 우수한 역량을 갖추는 데 필요한 양육비용과 자신의 경제력을 따진다고 봤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6년 논문 '자녀출산과 사교육비의 가구소득과의 관계분석'에서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은 적은 수의 자녀에게 더 높은 수준의 교육투자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적어도 사교육비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일은 막자는 취지에서 사교육 금지 카드를 꺼냈다. 부유층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사교육 시장과 이 구조에 기댄 학력, 부의 대물림 구조를 모르는 척하며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는 역대 한국 정부보다는 중국이 훨씬 진정성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동부유는 중국 발전을 퇴보시킬 수 있다는 공격을 곳곳에서 받는다. 그러나 위기의 강도에서 성장률 저하는 인구절벽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국인이 아예 사라질지 모르는 절박감 속에서 중국의 공동부유와 개혁들이 저출산 현상과 관련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 있게 바라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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