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가 문제? 플랫폼 특성부터 이해해야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21.11.21 06:03
글자크기

기업 IT 컨설팅 전문가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저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미래' 출간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이성열 SAP코리아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디지털 전환을 한다고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고 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플랫폼'이 될 필요는 없어요."

지난달 저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미래'를 출간한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는 최근 플랫폼 열풍과 논란에대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SAP코리아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이 대표는 "수백 가지 형태의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플랫폼 하나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 플랫폼을 통해 뭘 하려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기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디지털 전환 컨설팅 전문가인 이 대표는 저서에대해 "사업 모델 '혁신'을 고민하는 제조·유통·건설·금융 등 이른바 '전통기업'을 위해 쓴 책"이라고 소개했다. 한국 IBM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GBS) 대표를 거쳐 독일계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코리아 대표로서 30년간 업계에서 쌓은 통찰을 바탕으로 카카오톡·우버·에어비앤비 등 플랫폼 기업의 사업 모델을 유형별로 구분했다.

예를 들어 카톡처럼 플랫폼이 소비자를 모아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면 플랫폼'과 우버·에어비앤비처럼 생산자와 소비자 간 거래의 장(場)만 열어주는 '다면 플랫폼', 금융 마이데이터 플랫폼처럼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 여러 플랫폼 간 제휴가 일어나는 '메가 플랫폼' 등으로 사업 모델을 나눌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단면 플랫폼이었다가 다면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사례도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 대표는 '어떻게' 플랫폼을 쓸 지에 대한 고민이 산업 유형별로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유통·금융·운수·엔터 산업 등은 플랫폼화가 유리할 수 있지만 반도체 산업 같은 경우 굳이 플랫폼화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마다 열풍처럼 번지는 메타버스에 대해서도 "메타버스는 그저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일뿐, 본질은 같다"며 "무작정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든다고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메타버스에서 소비자들 사이에 어떤 거래가 일어나도록 하고 어떤 가치를 창출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쿠팡은 메타버스를 도입하지 않아도 돈 잘 벌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 같은 플랫폼 기업과 기존 산업 사이의 갈등도 플랫폼 사업 모델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화를 고민하는 전통기업들뿐 아니라 정부 역시 플랫폼 기업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만 있으면 쉽고 빠르게 다른 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이 플랫폼 사업 모델 특성"이라며 "이 때문에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빠르게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는 것이 그저 서비스 하나 늘린 것인 반면 기존 산업에서는 '공룡'의 등장이라는 위기로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위기감에 정부가 개입할 수는 있지만, 규제가 심해지면 플랫폼으로 혁신하려는 기업의 가치를 깎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TOP